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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카오플백 Oct 12. 2020

춤추며 즐기는 클래식을 꿈꾸는 사람

피아니스트 임현정의 10문 10답

클래식에 대한 편견을 지우고, 있는 그대로 즐기길 권하는 연주자.

피아니스트 임현정씨를 만났습니다.


지난 9월 24일,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피아니스트 임현정과 듣고 나누는 베토벤 이야기’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했는데요. 100분에 가까운 연주와 토크가 이어졌지만, 그는 지친 기색 하나 없이 베토벤과 음악에 관한 열정을 드러내며 인터뷰를 이어갔습니다.


10문 10답을 통해 피아니스트 임현정, 그리고 ‘피아니스트 임현정의 1분 베토벤’ 프로젝트 매니저 임현정을 만나보세요.





Q. 베토벤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신데, 베토벤을 한 줄로 설명한다면?

베토벤은 혁명이다! 베토벤은 자신의 고유한 개성을 절대 타협하지 않았어요. 사실 불우한 어린 시절부터 청각장애까지 작곡가로서 힘든 상황에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고, 특히 남한테 잘 보이려고 타협하는 음악을 절대 하지 않았어요. 그런 면에서의 유일함 덕분에 그 사람의 음악이 혁명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아요.


Q. 베토벤을 다른 아티스트보다 더 사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사실 베토벤을 처음 초상화로 봤을 때 우락부락한 눈과 거칠게 흐트러진 머리를 보면서 너무 무서웠어요. 근데 그 무섭고 엄격한 면을 보면서 저희 아버지가 생각이 나더라고요. 아버지가 어렸을 때 굉장히 엄격하셨는데, 어느 순간 아버지가 아프시면서부터 ‘아빠가 이런 연약한 인간이었구나, 아빠도 똑같은 인간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동시에 박물관에서나 있을법한 위대한 작곡가들도 나와 같은 인간이라는 것, 그리고 그들의 음악은 결국 자신의 감정을 음표로 표현한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으면서 저의 예술관에 혁명이 일어났어요.


제가 다른 작곡가보다 베토벤을 더 좋아하는 건 아니에요. 빅뉴스!(웃음) 쇼팽, 브람스, 라흐마니노프도 베토벤만큼 좋은데,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 같은 경우는 ‘피아니스트로서 꼭 넘어야만 하는 히말라야’라는 생각이 들었죠. 


베토벤은 필연이죠.
어쩔 수 없이 공부해야 하고
연구해야만 하는 그런 숙제.



Q. 매니저로 참여하면서 처음 기대했던 인증글이 실제 멤버들과의 인증과 비슷한지 궁금합니다. 

멤버들이 남긴 글들을 매일 보고, 인증글 마다 댓글을 달아요! 그것도 되게 재밌더라고요. 멤버분들이 올리시는 글을 보면서 오히려 멤버들에 대해 알아가는 것 같아요. 그분들의 생각이나 철학, 인생사까지요.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베토벤 덕분에 겪었던 일화들을 볼 때마다 일기장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요. 칼럼이나 에세이를 읽는 것 같기도 하고요.


가끔 “혹시 시즌2도 있나요?”라는 질문도 주시는데, 한 번 더 해야 될 것 같아요(웃음). 


Q. 대중들이 클래식에 관해 가진 오해 중 가장 큰 것은 무엇일까요?

클래식은 지루하다, 교육이 필요한 음악이다, 이런 게 가장 큰 편견 같아요. 


사실 연주자 입장에서 청중이 지루하게 느낀다는 건, 연주자의 잘못이기도 해요. 베토벤의 음악은 들으면 저절로 자리에서 일어나 눈이 번쩍 떠지고, 귀가 쫑긋 세워지는 음악이에요. 당대에 일으켰던 신선한 충격을 250년 후에 살아가는 연주자들이 다시 일으켜야 하거든요. 


클래식과 친해지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쉬운 건 그냥 클래식을 틀고 듣는 거예요. 마음을 비우고 편안하게 매일 매일 베토벤의 운명이나 쇼팽의 녹턴, 아니면 라흐마니노프의 콘체르토 2번을 들어보세요. 삶 자체가 예술이 될 수 있어요. 



Q. 다른 인터뷰에서 운명이라 불리는 베토벤 교향곡 5번의 4악장은 춤을 출 수밖에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만약 피아니스트님이 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면 장르가 어떨 것 같으신가요?

막춤! 저는 바닥에서 데굴데굴 구르고 소리 지르며 뛰어다닐 것 같아요. 그러다 갑자기 미스테리한 분위기가 나오고... 별의별 춤이 다 나올 것 같은데요? 


조나탄이라는 세 살짜리 아이가 그 4악장을 틀어놓고 지휘하는 영상* 보신 적 있나요? 제가 그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음악에 맞춰 몸짓으로 감정을 표현하는데 “너무 소통하기 좋은 음악이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esenuk_3 year old Jonathan conducting to the 4th movement of Beethoven's 5th Symphony


저도 언젠가는 베토벤 음악을 연주하면서 청중들에게 마음대로 일어나 춤추게 하는 음악회를 해보고 싶어요. 



‘클래식은 알아야 해’라는 편견을
깨끗이 지워버리세요.
편안하게 마음을 비우고 들으면
삶 자체가 예술이 될 수 있어요.



Q. 연주회를 앞두고 심리적 압박감이나 부담감을 이겨내는 나만의 의식(Ritual)이 있으신가요?

떨림, 압박감, 혹은 부담감과 싸우면 오히려 증폭이 돼요. 사실 다르게 생각해보면 부담감이 크다는 건 책임감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에 꼭 부정적인 건 아니거든요. 그래서 부담감을 받아들이려고 해요. 또 이런 감정들이 기능을 향상시켜주기도 해요. 연습할 땐 안되다가도 연주회 때는 되고 그렇거든요.(웃음) 


그리고 연주하기 전에는 항상 크게 심호흡을 세 번 해요. 엄청 도움이 돼요. 우리가 힘든 이유는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기 때문이잖아요. 사실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건데 말이죠. 부정적인 생각으로 괴로울 때는 “그저 생각일 뿐이야”라고 말해보는 것도 좋아요. 


Q. 매일 행복을 위해 실천하는 루틴은 무엇인가요?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는 데 걔네들이 이미 무한한 행복을 가져다줘요.(웃음) 고양이를 위해 매일 사료와 물을 채우고 화장실을 청소하고 이런 일들이요. 제가 사는 곳이 바닷가라 갯벌로 산책을 가는데요. 가끔 칠게들도 잡으러 다니고 해요. 



Q. 한 곡 연주할 때마다 그 에너지가 엄청나신 거 같아요. 피아니스트로서 체력 관리를 위한 팁이 있다면? 

어떤 연구를 보니까 한 시간동안 피아노를 연주하는 사람의 체력 소모 정도가 마라톤 뛰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요. 유산소 운동도  하고 매일 스트레칭도 꾸준히 해요. 특히 어깨나 상체 스트레칭 같은 거요. 


그 외에 운동은 사실 쉽지는 않아요. 피아노를 연주하기 때문에 손에 무리가 가는 건 피하게 되죠. 연주를 앞두고 있다면 청중이 열  명이든, 천 명이든 나의 연주를 듣기 위한 분들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손을 아끼는 게 프로페셔널한 자세라고 생각해요. 


Q. 유튜브상에서 들을 수 있는 클래식 추천 세 가지를 소개한다면? 

쇼팽의 끝판왕, 이그나츠 프리드만(Ignaz Friedman, 1882-1948)의 마조르카*를 꼭 들어보세요. 그리고 존 엘리엇 가디너(Sir John Eliot Gardiner, 1943~)경의 베토벤 교향곡 5번*을 들으면 눈이 번쩍! 떠질 거예요. 마지막으로 라흐마니노프(Sergei Rachmaninoff, 1873~1943)가 직접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 콘체르토 2번*이요. 많이 모르시는데 라흐마니노프가 직접 연주한 게 있어요. 그분이 생존하실 때 다행히 리코딩 기술이 발달하면서 생전 연주가 남아있습니다. 꼭 들어보세요. 

*camaysar222_Ignaz Friedman: 4 Chopin Mazurkas (vol. 1)

*vse vsad_Beethoven Symphony No 5 C minor John Eliot Gardiner Orchestre Revolutionnaire et Romantique 2016

*Classical Masterpieces_Rachmaninoff plays Piano Concerto 2


Q. 마지막으로 함께 하는 프로젝트 멤버들에게 한 말씀 건넨다면?

너무 잘하고 계세요! 매일 여러분의 글을 읽으며 감동받고, 눈물이 날 때도 있고, 깔깔 웃을 때도 있어요. 여러분과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 정말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힘내세요, 우리 100일 꼭 해내요! 




아직 클래식이 멀게만 느껴진다면, 임현정 피아니스트가 추천한 클래식 음악 세 곡으로 한번 시작해보세요. 편안하게 듣다 보면, 어느 순간 음악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가 쫑긋 세워지고 마음이 풍요로워질 거예요.


각자만의 방식으로 베토벤과 클래식에 관해 나눈 이야기와 쉽게 즐기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피아니스트 임현정의 1분 베토벤' 프로젝트를 방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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