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 요조의 10문 10답
어떤 다정함을 주고받고,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는 것이 삶을 잘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
‘소개합니다, 오늘의 내 영단어!' 프로젝트의 매니저인 뮤지션 요조를 만났습니다.
10문 10답을 통해 요조가 이야기하는 인생의 우연한 계기, 그리고 평범한 발견의 순간을 들어보세요.
Q. 카카오프로젝트100 베타 시즌 1부터 시즌 3까지 꾸준히 참여 중이신데요. 지난 두 시즌을 참여하면서 이룬 변화가 있을까요?
대단한 변화보다는 어떤 다정함을 느낀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여러 명과 함께 하는 것에서 오는 돈독함이랄까요. 그래서 드라마틱하게 변했다기보다는 오히려 익명의 누군가를 통해 느낀 따뜻한 감정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Q. 요조님이 개설하는 프로젝트는 평범한 일상의 순간을 발견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기본적으로 인생은 굉장히 지루한 거라고 생각해요. 누구든 계속 먹고 자고 일어나고, 또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고 헤어지는 등의 반복을 거쳐 살아가는데요. 이 지루함을 잘 견뎌내는 것이 어떻게 보면 잘 살아가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일상 속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고, 그게 지루해지면 다른 것을 찾기도 하고요. 어떻게 보면 그게 저에게는 살아가는 태도인 것 같기도 해요.
Q. 현재 진행 중인 ‘소개합니다, 오늘의 내 영단어!’ 프로젝트를 개설한 이유가 궁금해요.
영어를 잘하고 싶어서 일주일에 한 번씩 과외를 받다가 일이 바빠져서 잠시 쉬는 중이었어요. 그 시기에 영어와 멀어지지 않기 위해 시작하게 되었어요. 결심에 그치는 게 아니라 프로젝트를 하면 어떻게든 하나의 영단어는 상기해보겠지라는 생각으로요.
멤버들의 인증글을 보며 신기한 건 특정 시기에 반복적으로 올라오는 단어들이 있다는 거예요. 이를테면, 9월 10월에는 무화과 철이라 그런지, 멤버분들이 무화과(Fig)를 자주 올리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자연스럽게 마트에서 무화과를 보면 속으로 ‘퓌-그’라고 말하게 되더라고요. 아마 저와 같은 경험을 다른 멤버분도 하셨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정말 기상천외하고 신기한 표현들을 올려주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외우지는 못하지만 ‘이런 말도 있구나’ 발견하는 재미가 있어요.
정말 외우고 싶은데 안 외워지는 단어,
우연히 마주친 단어라거나,
아니면 같이 공유하고 싶은 단어.
정말 하루에 그 단어 하나만 공유해보자는
취지로 시작하게 되었죠.
Q. 제주에서 서점 책방무사를 운영 중인데요. 애서가에서 나아가 책방을 운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책을 좋아하던 시절 자주 가던 동네 책방이 있었어요. 그 책방 주인하고 친해져서 사담을 나누다가 저도 언젠가는 이런 책방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꺼냈더니, 그분이 지금 해보라고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시작한 게 2015년, 이제 햇수로 6년 차가 되었어요. 오랫동안 꿈꿔 치밀하게 준비했다기보다는 얼결에 시작하게 되었지만 용케 지금까지 잘 하고 있어서 다행이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합니다.
Q. 요조님은 책만큼이나 달리기를 사랑하시는 것 같아요.
무라카미 하루키를 포함해 작가 중에 달리기를 좋아하는 분들이 워낙 많았어요. 책을 읽으며 ‘나도 한 번 달려볼까' 생각하다가도 ‘내가 과연?’ 이렇게 포기하는 걸 수년간 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발견한 달리기 어플 덕분에 달리게 되었어요. 런데이라는 어플인데, 여기 8주 프로그램이 있거든요. 8주 동안 하라는 대로만 하면 30분 동안 쉬지 않고 뛸 수 있다는 거예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시작했죠.
이 어플로 달리면 항상 “잘하고 계십니다! 언제나 당신 곁에 있습니다, 힘내세요!”라는 응원 문구가 계속 들리거든요. 그러니까 제가 대단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으며 계속하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1분 뛰고 2분 걷기를 반복했는데 정말 8주가 지나니까 30분 동안 쉬지 않고 뛸 수 있게 된 거예요.
아직도 8주 차 때 뛰었던 날이 생각나요. 제주도 성산체육회관 옆에 트랙이 있거든요. 30분 달리기에 성공하고 비장한 태도로 눈물을 흘리면서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야!”라고 생각했어요. ‘하니’처럼(웃음). 그렇게 오늘까지 이어질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무언가를 하는 데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뿌리가 되는 시간들이 있는 것 같아요.
Q. 가장 좋아하는 러닝 코스는 어떻게 되나요?
베스트 코스라기보다는 서울이나 제주에 있을 때 달리는 코스가 몇 개 있어요. 코스마다 각자의 매력이 있어서 그날그날 달리고 싶은 코스가 다르더라고요. 그리고 행사가 있어 어떤 지역을 가게 될 때, 그곳에서 달리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숙소나 행사장 주변을 달리면서 그 동네만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거든요.
Q. 나만의 독특한 리추얼(Ritual)이나 루틴이 있다면?
오늘의 달리기를 무사하게 잘 마치면 하드(아이스크림)를 사 먹어요. 늘 달리고 난 뒤 하드를 들고 어플 상의 기록이 뜨는 인증 사진을 남겼는데요. 오늘 아침(10월 22일)에 남긴 사진이 올해의 마지막 하드였어요. 보는 사람들이 너무 추울 것 같아서, 내년 봄에 재개할 생각이에요.
또 다른 것 하나는 어느 지역에 가기 전에 항상 구글 위성 지도를 살펴봐요. 면적이나 주요 관광지들을 마치 신이 된 것처럼 내려다 봐요. 그렇게 그 지역을 파악해보고 사람이 되어 방문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리추얼 중 하나입니다.
Q. 뮤지션으로서의 인생 음악, 작가로서의 인생 문장, 책방 주인으로서의 인생 책이 있다면?
뮤지션으로 추천하고 싶은 곡은 고찬용 씨의 ‘화이팅’이에요. 제가 사실 파이팅, 힘내, 잘 될 거야 라고 하는 응원의 말들을 안 좋아하는 편이었어요. 그런데 코로나 시대가 시작되고부터는 진짜 힘내자고 얘기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을 너무 많이 받게 되었어요. 반항심으로 그 말을 상대했던 저조차도 파이팅이라는 말을 들으면 지금은 그게 힘이 되는 거예요. 그런 걸 느끼면서 내가 이 말을 왜 그렇게 배척했을까, 미워했을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해요. 요즘에는 틈만 나면 파이팅이라고 하고, 힘내라는 말을 건네요.
작가로서 추천하고 싶은 문장은 박연준 시인의 ‘음악에 부침-낙원악기상가를 떠도는 시인, 루시에게'라는 시의 한 단락이에요.
루시,
난 겁 안 나.
그게 뭐가 중요하니
제가 겁이 나거나 무기력해질 때 스스로 ‘루시'가 되어 저에게 말해요. 주문처럼, 부적처럼 들여다보는 시에요.
그리고 책방 주인으로서 김영갑 사진작가의 ‘그 섬에 내가 있었네’라는 책을 추천하고 싶어요. 제주도를 가장 아름답게 담아낸 책이기도 하고, 이 작가의 삶 자체도 위대하거든요. 루게릭병과 싸워가면서도 온 평생을 이 섬을 가장 제주도답게 렌즈에 담기 위해 애쓴 분이세요. 좋은 사람의 삶을 읽는 건 그 자체로 행복해지는 일이죠. 오늘도 그 책을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Q. 여성 인권이나 기후 위기에 관해서도 꾸준히 목소리를 내셨는데요. 이런 변화를 위해 일상 속에서 우리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불편해지는 걸 선택하는 것이요. 편리함을 좇아 사회가 발전해왔고, 그에 따라서 불가피하게 지구도 점점 낡고 황폐해져 가는 것 같아요. 일상 속에서 불편해지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거나, 귀찮더라도 미래를 위해 할 수 있는 만큼 해보자는 마음가짐이 중요할 거 같습니다. 저도 아직은 매일 매일을 오염의 주체로 부끄럽게 살고 있지만, 예전보다는 불편해지는 것을 피하지 않고 당연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하는 멤버들에게 한 말씀 전한다면?
꾸준하게 잘 인증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영어 단어 소개와 더불어 살포시 이야기해 주시는 본인의 하루 이야기들도 재밌게 잘 보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모쪼록 100일 동안 잘 완수하셔서 몇 개의 영어 단어들과 오래오래 친한 사이가 되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남은 기간 더 분발해서 최선을 다하는 매니저가 되겠다는 다짐도 드려봅니다.
요조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지루함을 견디는 자신만의 방법을 발견하는 것이 어쩌면 삶을 잘 살아가는 방법일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보통의 영단어로 일상 속에서 새로운 재미를 발견하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소개합니다, 오늘의 내 영단어!’ 프로젝트에 방문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