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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카오플백 Nov 13. 2020

사소하고 꾸준한 행위가 만드는 상상

매니저이자 공연기획자 조휘영의 10문 10답

가장 일상적인 일을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하기를 즐기는 사람.

놀랍게도 이불만 갭니다●■ (이불개기)’프로젝트 매니저 조휘영씨인데요.


공연기획자인 동시에 다양한 부캐를 지닌 그와의 10문 10답을 통해 이불 개기가 아닌, 이불 개기로 만드는 다양한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이불개커* 조휘영입니다. 본캐는 공연 기획하는 공연기획자고, 부캐로는 러너이자 도예가이자 여러 가지 재밌는 콘텐츠를 기획하며 판을 벌이는(웃음)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불개기 하는 멤버들을 부르는 프로젝트 내 용어


Q. 이불 개기 프로젝트는 굉장히 일상적인 일처럼 보이는데요. 프로젝트를 개설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카카오프로젝트100이 베타 서비스를 오픈하기 전인 2018년 30일 프로젝트가 진행된 적이 있는데요. 그때 이미 이불 개기 프로젝트가 있었어요. 이불 개고 인증하는 것에 호기심이 생겨 참여했죠. 1년 정도 지난 후에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커뮤니티에서 이불개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카카오프로젝트100에도 참여하게 되었어요. 


이불 개는 행위가 일상의 루틴이잖아요. 프로젝트에 어떤 큰 의미가 있지는 않아요. ‘여러 사람이 사소한 행위를 반복하다 보면 뭔가 새로운 움직임이 생기지 않을까’라는 호기심이 동기였죠. 원래 이런저런 판을 벌리는 걸 좋아하니까 ‘이불 개는 행위 하나로 어디까지 콘텐츠를 확장할 수 있을까’라는 개인적인 욕심도 있었고요. 

Q. 여럿이 같이 이불 개기를 인증하는 프로젝트, 분위기는 어떤가요?


이불이 있는 자기 방은 사적 공간인데, 아침마다 모르는 사람들과 이를 공유하고 다른 사람의 이불을 들여다보는 경험 자체가 신기한 것 같아요. 아침에 일어나 정신없는 와중에 이불을 개며 하루를 함께 시작하는 것에서 오는 느슨한 연대감도 있고요.


‘이불 갠다’는 단순한 일이
주는 복합적인 매력 때문에
1년 넘게 지속해오고 있죠.


Q. 인상적인 이불이 있었다면?


지인들이 올리는 이불 인증이 인상 깊은 것 같아요. 제가 규정하는 그 사람의 분위기에 따라 이불을 상상하는데, 무척 세련된 사람이 올리는 이불이 엘사 이불이라던가, 트렌디하고 힙한 사람인데 시골 할머니 댁에서 볼 법한 핫핑크 색에 자수가 놓인 이불을 올리기도 하고요. 내가 보지 못하는 그 사람의 일상이 이불에서 묻어나는 거 같아서 그걸 보는 재미가 있어요. 


(매니저님 이불은 어떤 스타일이신가요?)


사실 이불이란 게 쭉 집에서 쓰던 이불을 계속 쓰게 되잖아요. 자취를 하거나 결혼을 하는 경우가 아니면요. 저도 집에 있던 이불을 덮다가 이번에 IKEA에서 올 블랙으로 교체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컬러 취향을 담아서 매트리스 커버부터 베개, 이불까지 다 블랙으로 골랐고, 만족합니다. 


Q. 1년 동안 이불 개는 사진을 올리다 보면 어느 순간 지루하다거나, ‘내가 지금 이걸 왜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런 시기가 있었는지, 있었다면 이후 어떻게 이어갔는지 궁금합니다.


유노윤호님의 명언 “슬럼프가 오는 건 자기 인생에 최선을 다했다는 말인 것 같아요”라는 말이 생각나네요.(웃음) 어느 순간 느슨해지는 시기가 오기는 해요. 그렇다고 굳이 격려하지는 않아요. 얼마나 열심히 개 왔으면 어느 순간 그만하고 싶어진 걸까 생각 들기도 하고요. 또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돌아오셔서 이불 개기 인증을 하시거든요. 

Q. 이불 개기 프로젝트 차원에서 전시를 계획한다고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사람들이 개는 이불들을 기록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단순히 멤버들의 기상 시간을 짐작하려는 기록이었는데, 점점 다양한 콘텐츠로 확장되었죠. 이불 인증글을 전시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이불 갠다’는 문장을 다른 시선으로 볼 때 어떤 메시지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시도에 가까워요. 이불과 개인의 관계라거나, 라이프스타일, 이불 개는 행위의 의미 같은 거요. 


가령 매일 찍은 이불 사진을 모아보면 구도가 조금씩 변하거든요. 그런데 구도만 봐도 그때 내 상태나 감정, 요일 같은 게 읽히더라고요. 이런 것들도 전시의 작품이 되기도 하고, 이불 개는 행위를 현대 무용 퍼포먼스로 만들 수도 있고요. 물론, 실제 전시장에 각자의 이불이 걸리긴 합니다. 


재밌는 건 전시를 함께 준비 중인 열 명 중 단 한 명도 전시 기획을 경험해 본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끼리 제약이나 제한 없이, 자유롭게 기획하고 있습니다.


Q. 가장 일상적인 이불 개기라는 활동 하나만으로도 확장성이 엄청나네요. 2021년에도 이불 개기 프로젝트는 계속될까요?


계속 이어질 것 같아요. 시 필사나 사진 찍기 같은 경우는 어느 정도 의식적인 노력이 들어가는데요. 이불 개기는 매일 일상에 스며드는 너무 자연스러운 행위라 안 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그 매일의 활동을 묶어서 생각지도 못한 방향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몇 년은 계속해보고 싶네요.  


가장 단순하고 일상적 행위라
온갖 상상력을 발휘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해볼 수 있는 거죠.


Q. 현재 공연기획자로 일하고 계신데, 중요한 일을 앞두었을 때 휘영님만의 의식적인 활동이 있다면?


제 담당 공연을 올리는 날은 저 나름의 전투복(?)을 입어요. 무대나 백스테이지로 뛰어나갈 수도 있고, 중요한 분들과 인사를 나눌 때도 있어서 올 블랙의 포멀한 옷을 입죠. 출정하는 기분으로 공연장으로 갑니다.



Q. 이불 개기 외에 개인적으로 소개할만한 일상의 루틴이나 습관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달리기를 되게 좋아해요. 7년째 하고 있고 곧 5,000KM 달성을 앞두고 있어서 굉장히 설렙니다. 


또 매주 토요일마다 도예를 한 지도 1년이 다 되어가는데요. 흙은 한 번의 실수로도 으스러지거나 휘어지기 때문에, 도예를 하는 순간은 오직 그것에만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도예를 하고 나면 다소 초연해지는 마음으로 일상에 돌아오는 것 같아요. 


Q. 함께 하는 프로젝트 멤버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너무 열심히 개 주셔서 어색한 것 같아요! 가끔 인증도 빼먹고 해야 제가 없던 페널티도 만들고, 그걸로 새로운 콘텐츠로 만들 수도 있는데 너무 정직하게 개 주셔서 당황스러울 때가 있어요. 게다가 왜 시간이 지날수록 인증률이 높아지는 거죠?(웃음) 제가 상상했던 그림은 아니지만, 감사합니다.  


새로 이불개커로 합류하려는 분들도 이불개기를 위한 부지런함보다는, ‘이불 개기’가 어떤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를 상상하면서 즐겁고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오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평소에 별 생각 없이 이불만 개 왔다면, 한 번쯤 이불에 대해 재미난 상상과 나만의 이야기를 떠올려 보길 권합니다. 지금 이불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내 취향을 담는다면 어떤 이불이 될지, 이불 갤 때, 이불 펼 때 나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등을 차근차근 밟아 가다 보면, 무심코 해왔던 일상적인 일들도 새롭게 느껴질테니까요. 


다른 사람의 이불 개기 루틴과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놀랍게도 이불만 갭니다●■(이불개기)’ 프로젝트에 방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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