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까지만 사는 거야

사야 할 이유는 늘 있지

by 시코밀

- 어머, 이건 사놔야 해! (시즌오프 세일할 때 하는 말)

- 딱 이것까지만 사는 거야! 먹는 걸 줄이지 머.(카드 값이 걱정될 때)

- 요런 핏은 없으니까 괜찮겠지?(비슷한 제품 또 살 때)

- 싸니까 괜찮겠지~(사야 할 핑계를 찾지 못했을 때)


위의 멘트는 내가 물건을 살 때 주로 내게 하는 합리화이다. 정말 어쩔 수 없었다. 같은 청바지라도 그런 원단에 그런 핏은 없으니까. 같은 코트라도 그런 색깔에 그런 디자인은 없으니까. 신발은 지금 것이 좀 불편하니까. 사야 할 이유와 핑계들은 내게 늘 넘쳐났고 반면에 나의 옷장은 한정적이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찾을 때까지 사거나 한 번에 마음에 든다면 고민하기 귀찮아 색깔별로 구매하기도 여러 번이다. 지난봄엔 세일하는 블라우스를 얼마나 샀는지 옷장에서 옷들이 빽빽하게 걸려있어 한 장 꺼내기도 힘이 들었다. 옷들이 살려달라 아우성을 치는 것 같았다.


집에서 새로 산 옷을 한 껏 입고 패션쇼를 하고선 정작 출근할 때는 늘 입던 옷을 입고 나가고 철이 지나 결국 내년을 기다리게 하는 옷들도 솔직히 있다. 게다가 버리지 못하는 병까지 있으니 당연히 공간이 부족할 수밖에. 언젠가는 입을 거야. 지금 버리면 나중에 꼭 후회하게 되는 날이 올 거야. 나중에 필요해서 다시 사게 되면 그게 더 낭비잖아? 버리지 않는 게 아끼는 거야. 이런 생각들로 붙잡아둔 옷들도 많다. 조금만 비싸게 줬다고 생각하는 옷들은 입지도 않으면서 버리기가 더 힘이 든다.


하지만 이상하게 아침마다 입을 옷이 없다. 옷은 많은 데 정작 어떤 스타일로 입어야 할지 판단이 안 선다.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고르기가 어렵다. 아침마다 옷장문을 활짝 열어놓고 속옷바람으로 손을 턱에 괴고 마치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처럼 5분이고 10분이고 고민을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 바쁜 아침시간에. 아이의 밥도 챙겨야 하고 할 일이 많은데! 대체 넌 왜 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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