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쪼들리는 이유를 남편에게 알리지 마

명품백은 나만 없어

by 시코밀

얼마 전에 남편이 체중관리 아니 다이어트를 위해 자전거를 샀다. 50만 원짜리 자전거를 사면서도 벌벌 떨던 남편이었는데 남편 친구분이 자전거를 5백만 원이나 주고 샀단다. 남편은 친구보다는 아주 싼 자전거를 사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 기타 자전거 용품 예를 들면 옷이며 신발 등을 사느라고 한동한 계속 집에 택배가 왔다.

남편 왈, 너의 택배가 매일 오니까 나도 좀 사는 거야~~~ 하.... 내가 뭘 그렇게 많이 산다고.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이사온지 2년이 다 되어가는 동안 나는 매달 쪼들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남편과 나는 월급을 각자 관리하고 있는데 결혼 초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결혼하고서 자리 잡을 때 까지는 남편이 재정관리를 했다. 다른 집은 아내가 하는 사람도 많다는데 우리 집은 내가 오히려 내 월급을 보내주고 한도 내에서 남편 카드를 쓰곤 했었다. 돈 관리는 남편이 더 소질이 있고 또 본인이 관리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고 슬슬 내 돈을 쓰고 싶었다. 그래서 지금은 내 월급은 내가 관리한다. 윌세나 관리비 아이 학교에 들어가는 돈, 집안 대소사(명절과 양가 부모님 생신)에 들어가는 돈은 주로 남편이 해결하지만 생활비, 아이 학원비는 내가 책임지기로 했었다. 작년엔 아이 학원비로 매달 80만 원 정도 들어가고 친정아빠 간병비로 30만 원, 나의 저축이 백만 원 정도, 보험료 10만 원 정도. 나머지로 생활비와 내 용돈으로 사용했다. 올해는 코로나 19로 인해 학원도 거의 안 가는데도 생활비가 빠듯하다.


문제는 명품백이다. 올해 초 코로나 19 때문인지 명품백의 가격이 많이 내려갔는지 인터넷 매장마다 세일을 많이 했다. 나는 제대로 된 명품백이 하나도 없다는 나만의 합리화로 백만 원대 중반의 가방을 할부로 결재하고 말았다. 동생들도 한 개 이상은 다 있는 명품백이 나는 없었는데 동생들이 늘 '언니는 못 사는 게 아니라 안 사는 거잖아~'했었다. 이제와 고백하지만 늘 자질구레한 것들에게 돈을 쓰는 나는 못 사는 게 맞았다.


가방은 명품을 써야 한다는 여동생의 지론이 맞다면서 나도 이제 하나 살 때가 되었다면서. 문제는 남편 모르게 지른 이 가방을 사기 전에도 하나 더 산 게 있다는 사실. 그건 남편이 생일 겸 해서 백만 원 정도 보태주고 나머진 내가 충당하여 평소 정말 갖고 싶었던 미니 백을 산 게 있었다. 갤럭시 노트인 내 폰이 정작 들어가지 않아서 평소에 잘 매고 다니기 어려워 주로 안방 장식을 담당하고 있다. 전시품을 볼 때마다 난 후회하고 있는 게 아니야~하고 주문을 외울 지경이다.


정말 고가의 명품 제품에 비하면(?!) 아주 비싼 제품은 아니지만(아니라고 나는 생각하지만!! 요건 다 백만 원 중반 대라고!!) 갑자기 2개나 거금을 들인 탓에 그것도 할부로! 나의 할부 인생이 올해가 지나도 끝나지가 않을 것 같다. 게다가 매월 나는 물건을 안 사는 게 아니다. 소소하게 저렴하다고 지른 옷들이 합하고 보면 거금이다. 그러니 매달 생활비가 쪼들리지. 남편은 크고 작던 구매할 때에는 인터넷 에누리 사이트는 전부 비교를 하는 알뜰한 남편인데 와이프의 씀씀이를 알면 놀라 자빠질지도 모르겠다.


제발 아껴 쓰자! 이제 아무것도 안사면 돼지! 다짐은 하지만 참새가 방앗간 들리듯 퇴근 후 지하철역 앞 옷가게만 가면 2-3만 원 혹은 4-5만 원씩 저렴하다고 쉽게 지갑을 여는 나의 버릇! 때문에 매월 카드값은 내 월급통장을 말 그대로 스쳐만 가져가고 있다.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젠 정말 대책이 필요하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