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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복치 Apr 16. 2019

퇴사 일기 part. 2

쓰러져도 일어선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개구리 왕눈이가 아니다.

'개구리 소년 빰빠밤, 개구리 소년 빰빠밤 내가 울면 무지개 연못에 비가 온단다. 비바람 몰아쳐도 이겨내고 일곱 번 넘어져도 일어나라~ 울지 말고 일어나 피리를 불어라'

그렇다. <개구리 왕눈이> 주제가다. 개구리소년은 일곱 번 넘어져도 일어나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일곱 번 넘어지면 그대로 누워 있어도 뭐라 할 사람이 없다. 그만큼 지쳐서 쓰러진 것인데, 일어나라고 부추기는 것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일어나서 힘내'라는 것과 다른 하나는 '일어나서 마저 하던 일 해'라는 것이다. 이렇게 나는 퇴사를 결심했다.


'퇴사'란? 회사를 그만두고 물러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로 내 인생의 퇴사는 생각보다 많을 것이다. 아르바이트를 했던 업장에서 떠나는 것도 그 또한 퇴사일 수도 있으니. 그러나 대학교를 졸업하고, 진정한 회사로부터의 퇴사는 이 번이 두 번째다. 나의 첫 번째 퇴사도, 두 번째 퇴사도 매우 합리적이었으며 잘한 것이라는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첫 회사는 남들은 이름만 들으면 다 알만한 커뮤니티 회사였다. 졸업 후 공백이 남는 것이 싫어 제안이 들어온 곳을 무턱대고 들어갔다. 그 커뮤니티 회사는 남들이 보면 기반이 잘 잡혀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럴싸한 벤처기업이었다. 그러나 대학생 시절, 이미 중견기업에서 근무를 경험했던 나에게는 터무니없어 보이는 것들이 많았다. 말 그대로 절차가 복잡했고, 어느 하나 타당한 절차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 절차를 계속 겪다 보니 나의 성장이 이대로 있으면 더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재빠르게 퇴사를 결심했다.


두 번째 회사는 남들이 다 가고 싶어 하는 그런 회사였다. 대학교를 휴학하고 들어가서 일을 배우던 곳이기도 했다. 퇴사를 하면서 드는 생각은 '이 회사는 2년 안에는 망할 것 같다'였다. 나의 생각이 그러했다. 무엇인가 고쳐보려는 노력이 전혀 없었으며 일을 잘하는 사람에게 보상은커녕 일을 잘한다고 몰아주기 일쑤였다. 일을 하는 팀원들의 건강은 안중에도 없었다. 아픈 것이 뻔히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오전마다 병원을 간다며 타박하기 일쑤였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서서히 나는 그곳에서 썩어 문드러져가고 있었다. 그래서 그만뒀다. 나의 체력은 물론 정신 건강을 위해. 계속 쓰러지고 일어나면 그런 줄 안다. 그게 맞는 행동인 줄 안다.


결코, 두세 번 쓰러지고 다시 훌훌 털고 일어나서 멀쩡하다면 상관없지만 쓰러지고 또 쓰러지고 또 쓰러져 당신의 몸이 성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다시 일어나진 말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우리는 개구리 왕눈이가 아니다. 슬플 땐 울고, 기쁠 땐 웃는 것처럼, 힘들 땐 힘들다고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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