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에 접어들자 만나는 이들로부터 다음과 같은 말을 종종 듣곤 한다.
"서른이 되니 불안하지 않아? 특히 한국 사회에서 아무래도 여자는 나이에 대한 압박감을 더 느끼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도 어렵잖아."
난 딱히 그렇지 않아서 웃으며 대꾸한다.
"전 나이 먹는 게 신나고 좋은데요. 매년 새로운 나라로 여행을 떠날 거고 30대 안에 작게라도 꼭 제 사업을 해볼 거예요. 제 자신에 대해 잘 알게 되고,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진 서른은 뭐든 시작하기 좋은 시기인 것 같아요."
이렇게 말하면 보통 분위기가 싸해진다. "네, 불안해요. 얼른 결혼할 사람 만나서 기대고 싶어요."식의 우는소리를 기대한 걸까? 그럼 남자가 다 거기서 거기라느니, 적당히 눈을 낮추고 만나서 안정감을 찾으라느니 등의 조언이 돌아오겠지. 20대 중반엔 '반오십'이다 뭐다 갖다 붙이던 '나이무새'들은 하여튼 지치지도 않는다.
과거에도, 지금도 원하는 게 있다면 늘 도전한다. 어딘가로 떠나고 싶으면 떠나고, 하기 싫으면 그만두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20대 중후반부터였을까? 이런 나를 보면서 주위에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네 나이에 안정된 걸 버리고 그렇게 하고 싶은 일에 과감히 도전하는 게 참 어려운데 대단하다."
난 내가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세상에서 가장 쉬운 건 하고 싶은 걸 하는 것이다. 그쪽으로 온통 생각이 쏠리고, 활력이 나고, 어려운 일도 가능하게 만드는 쪽으로 추진하게 되니까.
반면에 하기 싫은 걸 붙잡고 있으면 자꾸만 하기 싫은 마음과 싸워야 해서 더욱 어렵게 느껴진다. 하는 내내 몰입이 어렵고 시계를 자꾸 보게 되는 건 내 안에서 격렬히 저항하고 있다는 징조다. 경험상 오래 붙잡고 있어도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일찍 관두고 다른 걸 한다.
내겐 나이와 상관없이 적용되는 삶의 방식인데 '나이무새'들은 하고 싶다는 이유로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건 20대 초반에나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같이 있으면 세계가 관짝처럼 쪼그라드는 기분이 드니 얼른 도망가는 게 좋다.
여자들은 30대에 접어들면 젊음이 꺾이고, 그럼 더 이상 예쁘지 않으니 긴장해야 한다는 말을 다양한 형태로 듣는다. "서른 정도면 눈가에 주름이 생겨서 나이 든 티가 확 난다, 여자는 20대 중반이 가장 예쁘다", "요즘 만혼이 많아서 결혼식장에 예쁜 신부가 없다"는 식의 평가하는 말들.
이러한 말들은 여자들에게 어떻게든 젊은 외모를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을 갖게 하고, 시술과 다이어트 같은 미용 산업에 돈을 쓰게 만든다. 하지만 난 누군가에게 사랑스러운 여성으로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예쁘다"는 인정을 받고 싶지 않다, 대신 나 자신과 잘 지내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 "타인이 나를 책임지기엔 나는 너무 비상하고 까다로우며, 누구도 나를 완전하게 알거나 사랑할 수 없고, 오직 나 자신만이 나와 끝까지 함께할 수 있다"는 시몬느 드 보부아르의 말마따나.
나이를 먹으며 돈, 경험과 자기 이해 등 인생의 자원이 점점 풍부해진다. 서른이 된 나는 전보다 사는 게 훨씬 행복한데 왜 사람들은 자꾸 불안을 주입할까? 사회적 알람을 사라고 강매하는 게 지겹다. 안 산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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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기분이 좋아지려고 쓰는데 재밌게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