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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Zhu May 12. 2024

GTX, 타 보았습니다.

‘창동에서 닭갈비?’ 연휴 마지막날 아침, 전날 먹은 케이크 때문에 속이 느글거린다며 친구가 보내온 메시지였다. 도봉구 창동이라, 대중교통이든 자차든 족히 2시간, 여기 화성에서는 말하자면 지구 건너 금성만큼 아득하다. 솔직히 동탄으로 이사 온 후 심리적으로 서울은 다 멀다. 그렇지만 이용할 수 있는 수단에 따라 차이는 나게 마련, 메시지의 요점은 창동도 아니요 닭갈비도 아니요 ‘느글느글’이어서 수서로 장소를 변경, 급 벙개가 성사됐다. SRT를 타러 가는데 승강장 방향 안내에 글자가 추가되었다. ‘GTX A’, 아! ‘2024년 3월 개통’ 현수막을 본 기억이 난다.


목적에 충실히 얼큰한 칼국수로 친구의 속을 풀고 커피와 함께 수다도 한판 늘어지게 떨었다. 다시 돌아갈 시간, SRT를 조회하려는데 접속 대기 41명? 겨우 화면이 넘어가나 싶더니 열차가 제한적으로 보이거나 모조리 매진으로 표시되거나, 영 원활하지가 않다. 몇 번 새로고침을 하다가...... GTX가 개통했다며?


GTX, Great Train eXpress, 풀네임은 이렇다. 슈퍼하게 빠르다더니(SRT: Super Rapid Train) 이번엔 그레이트라, 피식 웃었는데 과연 얼마나 그레이트하려나.


버벅대는 SRT 앱을 미련 없이 닫아도 되기에 선택한 거였다. GTX는 별도의 티켓팅 없이 보통의 선후불 교통카드로 이용할 수 있다. 비용도 아꼈다. GTX-A 운임은 일반 성인 기본이 3,200원이고 10km를 초과하는 이동구간에 대해 거리 요금이 추가되는 체계로 수서-동탄 간 32.8km에 대해서 4,450원이다. SRT 7,500원보다 낮은데다 버스, 지하철처럼 환승할인도 적용돼서 홈페이지에는 일원역을 예로 들어 차이가 4,350원까지 난다고 안내해 놨다. 기후동행카드는 비대상이지만 K-패스는 해당되기 때문에 확실히 저렴할 것이다. 소요시간도 엇비슷했다. 20분이면 동탄에 닿는데 SRT보다 겨우 5분 늦는다.


얼핏 보면 SRT보다 월등히 좋아 보인다. 그러나 바로 단정지어서는 안 된다. 이용 방식이 기차라기보다 수도권 지하철 노선이 추가된 모양인데 실지 영문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정확한 명칭이 ‘수도권광역급행철도’이다. 확정된 A, B, C, 세 노선이 각각 파주 운정에서 동탄, 인천대입구에서 마석, 덕정에서 수원까지이고 추진 중인 D, E, F노선도 꽤 먼 데가 강원도 원주 정도다. 즉 전국을 달리는 KTX, SRT와는 구분되는, 수도권 출퇴근 30분을 지향하는 열차다. 공교롭게 먼저 개통한 수서-동탄 구간을 SRT와 공유하기 때문에 당장 비교가 될 뿐 성격이 다르다고 봐야 한다. 해당 구간은 짧아 큰 차이가 안 나지만 속도 차이가 상당하다. KTX와 SRT는 최고속도 300km/h에 평균 190km/h 정도인데 GTX는 최고 180km/h, 평균 100km/h이다. 운행 중 실시간 속도가 표시되고 있었는데 160km/h 전후를 찍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 속도가 수도권 내에서는 ‘급행’이라는 이름값을 하는 것일까 궁금했는데 과연 그렇다. 일반 노선보다 빠르다는 공항철도나 신분당선의 최고속도가 100km/h 내외로 훨씬 못 미친다. 버스는 말할 것도 없겠다. 서울 오갈 때 광역버스를 곧잘 타는데 도로 상황이 좋으면 40분, 여유를 두면 한 시간은 잡아야 한다. 그런데 그 절반이니 정말 빠르다. 요금은 1,2천 원 비싸다지만 길에 버리는 시간 30분을 벌 수 있다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가격 같다.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배차가 관심이 있을 터, 시간표를 확인하니 첫차가 수서, 동탄 각 05:45, 05:30에 출발하여 도착기준 자정 넘어 새벽 1시경에 막차가 끊기고 간격은 대략 20분씩이다. 불편하지 않을 수준으로 보인다.


전 세계 지하철을 다 타보진 않았지만 여행을 다니다 보면 우리나라 지하철은 차량도, 역사도 참 깨끗하다고 느낀다. GTX는 이제 한 달 좀 넘었을 뿐이니 더욱 깔끔하다. 오히려 새 차 냄새가 아직 남은 듯했지만 좌석 위로 공기 청정기를 발견하고선 그냥 안심하기로 했다. 좌석 한 칸은 조금 납작하다 싶더니 실제로 일반 전동차보다 가로로 3cm 더 넓다고 한다. 휴일 낮이라 그랬는지 텅텅 비어 7인 좌석을 혼자 차지한 터라 실감은 안 났지만 한 덩치 하는 사람을 만나도 끼여 괴롭기는 드물겠다. 아주 붐비지만 않으면 공기도, 좌석도 쾌적함은 보장될 것 같은데 조만간 평일 이른 아침 서울에 볼일이 있으니 출퇴근 시간이 어떤 지 타볼까 싶다.


사실 GTX-A 노선도를 찬찬히 보다 눈에 띈 역은 킨텍스(KINTEX)였다. 최근 다녀올 일이 있었는데 멀어도 멀어도 그렇게 멀 수가 없었다. 광역버스만 두 번, 그 사이 지하철이든 버스든 또 갈아타야 한다. 그런데 동탄에서 일산을 100km/h로 한 번에 갈 수 있다잖아! 어쩌다 한 번씩 다니는 입장에서도 이렇게 솔깃한데 매일 장거리 출퇴근하는 사람들에게 GTX는 너무 반갑겠다. 문제는 아직도 한참 기다려야 한다는 거다. 제일 앞서는 A 노선도 전구간 완전한 개통은 2028년 예정이다. 킨텍스는 다시 저 너머로 멀어지나? 까마득하지만 개통이 되기만 되면 이름대로 그레이트한 열차가 될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그리고 동탄 주민인 나로서는 수서까지 조기개통만도 꽤 유용할 것 같다. 회사 빼고는 생활권이 몽땅 서울이라 해도 무방해서 자주 가는데 어쨌든 선택지가, 그것도 아주 훌륭한 선택지가 추가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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