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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미 선 Aug 14. 2024

인생 그게 뭐라니?

체코 편 (2)

유럽사람들은 가드닝에 관심이 많다.

쪽땅만 있어도 그곳에 꽃들을 심고 가꾸는 걸 무지 좋아한다.

창문 한쪽에는 늘 제라늄이나 늘어지는 식물들이 걸려있다.

해충도 방제하고 보기도 좋다.


 따가운 햇살아래 한결같이 꽃들이 싱싱하고 색깔이 선명하다.

지나다가도 창문에 걸쳐있는 꽃들을 보면 그 주인의 성향이 느껴져서 흐뭇하다. 

세상을 관통하는 것들은 언어만이 아닌 하나의 소품에서도 소통을  견인한다. 


체코 대통령 집무실.

이곳은 현재 체코 대통령 집무실로 쓰이고 있는 건물이다.

조용하고 깔끔하다.

대통령 집무실이라기보다 그냥 평범한 관공서 모습이다.


와우! 어딜 가나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여긴 `존 레넌` 벽이다. 세계 관광객들이  자기만의 필체와 문구로 낙서를 해두었다.

한국어도 눈에 띄고 각국의 언어가 벽에서 춤을 추고 있다.

흔적을 남기지 않고  쳐다보는 걸로 족했다.


저녁이 되어 지친 몸을 이끌고 들어간 식당은 예상보다 맛이 없었다.

`스비치코바`라는 음식인데 체코식 찐빵을 소스에 푹 찍어먹는다.

으윽! 어찌나 맛이 없던지 집에 있는 고추장,  김치가 잠시 향수병을 몰고 왔다.

오리지널 한국사람으로서 매번 다니는 곳마다 음식이 달갑지 않다.

남들은 잘도 먹건만 그대로 내쳤다.

배가 고프고 기력이 없다.


며칠이나 됐다고 이리도 집이 그리운지.

모든 그리운 것들은 다 집에 두고 왔다.

옥수수, 자두, 포도, 참외, 수박, 복숭아가 마구마구 먹고 싶어 엉엉 울고만 싶다.

그나마 이곳 슈퍼에서 납작 복숭아 한 팩을 사서 허둥대고 먹다가 두 개를 사진으로 건졌다.

유럽에서 맛있다고 소문난 납작 복숭아.


모든 과일이고 밥이고 반찬이고  우리나라 음식이 제일 맛있다.

적어도 내 기준과 입맛에는 그렇다.

타국 음식들은 도무지 내 미각을 사로잡지 못했다.

"어이구 촌스러워라. 얼마나 맛있는 게 많은데 그래."

누군가는 그렇게 말할지라도.


과일조차도 납작 복숭아를 빼면 저마다 싱겁고 당도가 약하다.

우리나라 과일 근처도 못 따라온다. 

호텔에서 아침마다 먹던 조식 중에서 그래도 손길이 가장 많이 갔던 음식은 

요플레, 계란 프라이, 서양 자두였다. 

우리나라 거봉처럼 크고 푸석한 서양 자두가 그나마 입맛에 맞았다.


어쩌면 이렇게 맛이 없는데도 이토록 음식값은 비싸단 말인가.

또 한국이 그립고 집이 그립고 음식이 그립다.

몰래몰래 울고만 싶다. 


단 한 가지 여기서 맛있는 건 아이스크림이다.

이건 정말 인정한다.

고소하고 달콤하고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맛있다.

그 맛에 반해서 딸은 그 자리에서 두 개를 후딱 먹어치우고도 더 먹고 싶어 했다.

배만 부르지 않았다면 열개라도 사주고 싶었다.


여정은 계속되어 `카를로비 바리`라는 고장으로 이동했다.

가면서 버스 안에서  들판의 초지를 동영상으로 찍어봤다. 

들판은 아무것도 심어져 있지 않았고 풀만 무성했는데 한 차례 작물을 거둬들인 상태란다.

이동 중에 버스에서 찍은 체코 들판의 모습.


`카를로비 바리`는 온천지역으로  부호들의 별장이 많은 곳이다.

지극히 평화롭고 한가롭고 공기가 맑은 휴양도시다.

그냥 아무것도 신경 쓸 거 없는 쉼터가 아닌가 싶다.


온천수를 맛보니 찝찔했고 유황냄새가 진했다.

장소마다 물맛이 다르다고 한다.

그러잖아도 수질이 좋지 않아 매번 기사가 싣고 다니는 물을 사 먹었다.

0.5리터 한 병에 1유로씩 다섯 병을 밤마다 사들고 들어가 그것으로 식수와 양치에 사용했다.

석회수가 치아를 손상할 거 같았기 때문이다.

여기선 별개 다 돈일세 그려.


                                       온천수가 뿜어져 나오는 광장.

 

                                        아기자기한 별장과 집들.

상가,  노천 테라스에 사람들이 모여 앉았다.

                   온천지역에도 온갖 잡화점이 빠질 수 없다. 양편으로 늘어선 상가.



이 온천 지역 그늘에서도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먹는 시간은 진정 달콤했다.

그 순간만은 그냥 행복했다.

이웃동네였다면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한 트럭 공수해오고 싶을 정도였다. 

"너도 먹어봐. 너도, 너도."

인심 좋게 다 퍼주고 싶었다. 


그곳에서 발길을 돌려 또 다른 곳에 도착한 `체스키크룸로프`

한 곳에서 여러 풍경을 집약적으로 접할 수 있어 너무 좋았던 곳이다.

우리나라 민속촌 같은 마을이라고 하면 맞다.


`체스키크룸로프`는 영주가 만든 성벽으로 암벽 위에 지형대로 성을 쌓았다.

방호목적의 성곽도시로 벙커형식을 띠고 있다.

로텐부르크 가문이 100년 동안 유지되면서 안정적으로 무역을 형성했던 곳이기도 하다.

중세시대 전쟁 시에는 농민들도 적극 참여하여 애민정신으로 뭉쳤으며,

장남에게만 재산과 권력을 물려주는 영주 가문의 전통이 이곳에서도 자리 잡았다.


`체스키크룸로프` 성으로 오르기 위해 몰려가는 장면.

    중세풍의 라크란 거리와 파스텔 톤의 `스보르노스티` 광장에도 많은 사람들이 운집해 있었다.

    `스보르노스티` 광장.(보도블록으로 깔린  돌은 몇백 년은 견딜 만큼 단단했다)


건물만으로도 풍경이 되고 힐링이 되는 이곳은 오스트리아 국경 부근이다.

블타바 강변과 붉은 지붕이 오밀조밀 모여있어 동화책 속의 그림 같은 경관을 자랑한다.

붉은 기와집과 우뚝 솟은 둥근 탑은 이곳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기에 충분하다. 

경치는  엄지를 세 개나 치켜들고 싶도록 멋지다.

구름까지도 한 인물 한다.


                     귀족들이 무도회를 했던 장소.


성안에는 영주가 살던 궁전, 예배당, 극장과 정원이 배치되어 있다. 

프라하 성 다음으로 큰 성인 `체스키크룸로프 성`은 개인적으로 볼 때 프라하보다 미적인 면에서 월등하다.

어떤  각도로 사진을 찍어도 예술이 되고 저마다의 건물도 개성이 뿜뿜 하다.


오스트리아 출신 화가 `에곤 실레`가 이곳에서 어린 소녀들을 상대로 누드를 그렸다.

사춘기 어린 소녀들을 상대한 누드는  호평 아닌  악평을 받았다.

"이 놈 좀 봐라. 응큼하기 짝이 없네."

부모로서는  누가 그 그림을 좋다고 생각하겠나.

더구나 자기 자식을 상대한 것이라면.

동네사람들에 의해 한때 쫓겨났기도 했지만 지금은 `에곤 실레` 뮤지엄이 자리하고 있다.

`에곤 실레` 뮤지엄은 시간 관계상 발길이 닿지 못했다.

                                이발사 다리.


이발사 다리에서 외국인들이 버스킹 공연을 하고 있다.

가이드는 이곳을 지날 때면 모자로 미모를  꼭 감추라고 일러주었다.

미모를 감추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오히려 모자를 벗고 지나갔다.

오페라가 재현될 조짐이 없다는 거다.

골목길은 아기자기한 선물가게들이 줄지어 있었고 인파는 그곳으로 쏠리고 쏟아지기를 반복했다.

거리는 활기롭고 부산스럽다.




시선을 두는 곳마다 모두가 아름다운 곳, `체스키크룸로프.`

성벽 아래로 보이는 뾰족하고 빨간 기와지붕들이 오밀조밀 정겹다.

어느 나라나 다 고유의 문화유산이 있고 특별히 자랑할 만한 유적들이 있다.


이곳 체코에서도 온화한 모습으로 관광객을 맞이하는 `체스키크룸로프`는 현지 주민들의 자랑이요,

자부심일 것이다. 

인구 1만 5천 명의 작은 규모에서도 300개 이상의 건축물이 문화유적으로 등재되어 

거주하는 것만으로도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다. 

손바닥 만한 마당만 있어도 테라스가 되고 그곳은 곧 돈으로 연결된다.



이곳을 여행하면서 가이드가 가장 자주 한 말은 화장실을 다녀오라는 거였다.

그저 가는 곳마다 음식점에서는 우선 화장실을 다녀오라고 성화를 부렸다.

거리에 화장실이 흔하지도 않을뿐더러  일일이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니 말이다.

1회에 1유로를 내려고 동전 지갑을 뒤적거리면서 긴 줄을 서야 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음식점에서도 물을 먹었으며,

작은 잡채 접시가 금세 동이 났지만 그걸 더 달라고 할 순 없었다.

퉁퉁 불어 엉겨 붙은 잡채 덩어리를 욱여넣으면서 `집에만 가봐라. 잡채를 한 양동이나 해 먹을 거다.`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부르기만 하면 냅다 달려와서 눈빛만으로도 접시를 채워주는 그곳.

그곳이 눈물겹도록 그립다.

우리 땅, 우리 인심, 우리 음식, 우리 이모들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국내를 벗어나면 애국자가 된다는 말은 타국에서 느끼는 감정은 국내에서 느끼는 감정보다 

더 애틋하고 간절하다는 것이다.

거기서 비로소 흐린 날 관절염이 도지듯 애국심이 솔솔 발현된다.


인심은 야박했지만 체코는 체코대로 배울 점이 많았다.

체코 여기저기를 둘러보면서 느낀 것은 옛것을 보존하고 지키려는 마음가짐이다.

지난한 역사를 거쳐오면서도 자신들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문화유산을 후대에 물려주려는 

마음가짐이 진심으로 와닿았다.


溫故知新(온고지신)의 정신이 오늘날 많은 세계인들을 체코 땅으로 몰려오게 만든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이번 여행을 통해 그들의 문화와 정신을 훑어보면서 나름의 각성과 각오를 다져봤다. 


여행은 단순히 돌아다니면서 보기만 하고 먹기만 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여행은 일탈이기도 하지만 뭔가를 캐내려는 발걸음이기도 하다. 

마음 한 구석에 한 움큼 움켜쥐고 싶은 뭔가가 있었다면 그 여행은 

결코 헛된 여행이 아니라고 본다.

이번 여행이 그렇다.



체코 1~2편에 이어 다음회는 오스트리아 편을 엮을 예정입니다. 

사진과 설명을 곁들인 여행기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개봉박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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