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단골손님
동네에는 주민들이 심심풀이로 푸성귀를 심어먹던 공터가 있었다.
그곳에 작년 봄부터 뚝딱뚝딱 공사가 시작되었다.
주민자치센터, 도서관, 문화센터, 로컬푸드, 건강증진센터 등 복합적인 건물이 들어서는 거였다.
그중에서 도서관이 함께 들어선다니 내심 기대감이 컸다.
도서관이 없진 않았지만 집에서 걸어가긴 좀 먼 거리였기 때문이다.
도서관은 날로 달로 높아지고 완성미를 더해갔다.
마치 내 집이 지어지는 것 마냥 들떠 오고 가는 길에 자꾸만 올려다보곤 했다.
드디어 올 7월에 그 건물이 개관식을 치렀다.
그곳엘 가봐야겠다는 생각은 애진작에 품었지만 여행일정도 있었고 이래저래 분주했다.
최근 미뤄오던 도서관에 가보고 `어머나 세상에. 이젠 여긴 내 거다.`
방 한 칸을 공짜로 얻은 기분이었다.
그 너른 도서관 전체가 정글숲처럼 시원했다.
집에서 도보로 5분 거리 안에 도착할 수 있는 도서관은 그야말로 안방 도서관이다.
기존 도서관에서 보지 못했던 최신형 시스템이 두루 갖춰져 있다.
도서관이 구획해 놓은 실내는 여러 유형들로 다채롭다.
단독으로 앉을 수 있는 미니 탁자와 의자.
어린이들이 병아리들처럼 모여 앉아 맘껏 책을 볼 수 있는 어린이 전용실.
누구든지 와서 공부할 수 있는 넓은 책상과 의자들이 널려있는 학습실.
책 소독기.
빌려오기, 돌려주기가 해결되는 컴퓨터.
서가에 꽂아만 두어도 자동으로 반납되는 책꽂이.
희망도서를 신청할 수 있는 코너와 노트북도 비치되어 있다.
창밖을 내다보며 잠시 눈을 휴식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이젠 이곳이 지역의 사랑방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도서관의 탄생은 많은 사람들에게 휴식처요, 지식창고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다.
동네를 문화와 화합과 정보로 뭉치게 하는 컨트롤타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무나 누구나 책 좋아하는 사람은 다 모여도 좋다.
하루종일 머물러도 누가 뭐라는 사람도 없고 눈치 볼 일도 없다.
어떤 책이든 꺼내 들고 구석자리에 진을 치고 앉아서 책을 보는 즐거움은 그 어떤 유희보다 가치롭다.
책 사는 돈은 아끼지 않았지만, 이젠 무턱대고 책을 사지 않아도 된다.
보고 싶은 책은 언제든지 입은 차림으로 나서면 그만이다.
책이 손에 잡히면 시선을 돌리지 않는 게 문제다.
수정체가 더 단단히 굳혀질까 걱정이다.
넓은 공용책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지만 작은 이 구석 코너가 아늑해 보인다.
도서관 구석에 앉아서 꿈을 낚는 사람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꿈터 냄새가 폴락거린다.
3층 다목적실은 35개나 되는 강좌들이 쫘악 깔려있다.
시간만 되면 이~삼만 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누구나 강좌를 듣거나 배울 수 있도록 시설을 갖추고 있다.
나도 여기서 `미술심리` 과목을 수강하고 있다.
그림을 그린 사람의 심리상태를 진단해 보는 과목인데 재밌고 유익하다.
생각지도 않은 분야를 공부해 보니 역시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
요리교실은 이미 할아버지들이 다 독점했다.
할머니에게 얻어먹기만 하던 음식을 이젠 스스로 해결하겠다고 팔 걷고 나섰다.
요리경력 50년 이상 된 할머니를 앞설 수는 없지만,
요리를 배우면서 한 끼의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이렇게 많은 수고스러움이 있었구나!
그것도 새로운 깨달음이고 배움이고 감사함일 터다.
이렇게 이 건물은 놀라운 변화를 가져왔다.
동네가 이 건물로 인해 활기가 넘친다.
소문을 듣고 구경 오는 인파로 북적거리니 로컬푸드 또한 성업 중이다.
문호개방으로 동네와 지역이 함께 상생할 구실을 만들어냈다.
개관한 지 이제 3개월. 서가에 책이 비어있는 공간이 아직 많다.
좋은 책들을 끌어모아 풍성한 지식동산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집 앞에 도서관이 생김으로써 없던 근자감은 덤이다.
책벌레의 신나는 놀이터는 내 지식창고를 더 풍요롭게 채워갈 것이다.
아울러 브런치 작가들의 좋은 책들도 희망도서로 신청하여 비어있는 서가를
채우는데 한몫할 것이다.
서로를 견인하는 힘은 도서관이 내준 넉넉한 품이요, 활력이다.
아무쪼록 이곳이 인정과 지식이 넘치는 새로운 보물창고로 거듭나길 바란다.
깨알 같은 세금일지라도 이렇듯 뭉치고 모여서 훌륭한 사랑방을 만들었다.
민, 관이 만들어낸 공적이요, 맛과 멋의 산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