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봤던 사람들
MBC, 2024. 8. 16.~(16부작)
연출: 변영주
각본: 서주연
출연: 변요한, 고준, 고보결, 김보라, 배종옥, 권해효, 조재윤
“무천”이라는 지방도시에서 시신 없는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범인은 술에 취해 블랙아웃인 상태에서 자신의 여자친구와 친구를 살해한 고교생 ‘정우(변요한 분)’다. 기억이 없기에,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지도 스스로를 믿지도 못하는 정우는 10년형을 받고 복역하게 된다.
이야기는 10년의 감방생활이 끝나고 다시 마을로 돌아온 정우가 그날의 진실을 파헤쳐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스릴러, 추리극을 좋아하는 편이라 내용이 어떻게 흘러갈 지에 대한 기대도 있었고, 변영주 감독의 <화차>를 인상 깊게 봤기에 그의 첫 드라마 작품이 어떨지 궁금했다.
사실 주변에서 내용이 좀 어둡고 답답하단 얘길 많이 들었는데, 난 재밌게 봤다. (또 나만 재밌게 본거야...?) 어쩌면 내가 한 회보고 다음 주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ott로 몰아봐서 답답함이 없었을지도. 그리고 내게 이 드라마는 스토리가 주는 재미 이외에 다른 재미요소가 있었다.
바로 무천에 살고 있는 마을 사람들이었다. 지방도시마다 흔하게 있을법한 “무천가든”이라는 산장형 식당, 그런 식당을 운영하는 주인은 지역에선 꽤나 유지이고, 그 집 아들은 공부도 잘해 ‘한국대 의대’를 간다. 이렇게 친구 중에 좀 잘 사는 애가 있으면 아이들은 꼭 그 넓고 좋은 집에 모여서 놀곤 했다. 지방도시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나에겐 설득력 있는 설정이었달까.
딸을 잃고 술주정뱅이로 살아가는 아빠, 마을 아저씨들에게 ”오빠“거리는 붙임성 좋은 보험아줌마, 의뭉스러운 경찰서장, 치밀하게 좋은 모습만 보여주는 국회의원 등... 이들 모두가 드라마의 주인공이라 생각될 정도로 캐릭터들이 살아있고 묘사가 탁월했다.
명백하게 드라마적인 인물들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내가 어디선가 봤던 사람들이었다. 현실의 조각들이 모여 잘 주조된 캐릭터들이었다. 누가 누구와 싸웠다거나, 바람이 났다거나, 국회의원과 그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 등 미묘하게 평범하고, 미묘하게 구린... 사람들의 날 것 같은 모습들이 왜 재미있었을까? 배우들에게 찰떡으로 어울렸던 분장, 미용과 연기도 한몫했던 것 같다.
때로는 현실의 어떤 측면을 맛깔나게 “묘사”하는 것만으로도 영상작품을 보는 재미가 있다는 걸 느끼게 해 줬던 작품인 것 같다. 물론 허구인 이 이야기가 현실의 어떤 모습들처럼 느껴진 것 자체가, 설득력 있게 잘 만들어진 이야기였다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