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에 중독된 마약팀 에이스
-SBS, 2024. 05. 24~ (14부작)
- 연출: 김문교/극본: 이현
- 출연: 지성, 전미도, 권율, 김경남, 정순원, 정유민, 윤 나무 등
한동안 바빴고, 바쁜 와중에 열의를 불태울 만큼 흥미로운 작품도 뜸했다. 간단하게라도 다시 글 쓰는 일을 시작하려고 마음을 먹었을 때, ‘아 그래도 이 작품을 빼놓고 가면 안 되지’ 한 작품이 바로 <커넥션>이다.
“마약에 중독된 마약팀 에이스”라는 흥미로운 설정, (난 마약, 수사물 장르를 좋아하는데, 이런 소재가 영화/드라마에서 자주 사용되는 걸 보면 나만 재밌게 보는 것은 아닌 듯하다.) 지성, 전미도, 권율, 김경남 등 배우들의 열연으로 2분기에 봤던 드라마 중에는 가장 재미있게 봤다.
가장 좋았던 점-지성의 연기!!
지성이 대단하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인 줄 몰랐는데, 지성이 아니었으면 이 드라마가 이렇게까지 흡입력 있었을까 싶은 순간들이 꽤 있었다. 역대급이었던 마약 중독 연기 이외에도, 지성의 표정과 목소리, 대사의 템포 같은 것들이 때로는 어색한 극본의 흐름을 말이 되게 바꿔주는 느낌이었다. 그냥 지성이 하면 말이 돼…!! 특히 초반부의 마약 중독 시퀀스는 지성의 연기 + 촬영/조명의 톤 + 후반 작업 등 모든 것이 맞아떨어져 정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때로는 눈이 돌아 희번뜩해질 정도로 강한 중독증세를 보이는 모습,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통을 참으며 수사에 매진하는 모습은 지성이라는 (정직하고 착해 보이는) 배우에게서 기대치 못했던 퇴폐미(?)마저 느끼게 했다.
아쉬웠던 점-줄줄이 말해요… 설명적인 대사들
시청자들이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스토리를 설명해야 한다는 작가/연출자의 집착이라도 있었던 걸까? 점점 드라마에 집중하지 못하는 요즘의 시청자들을 붙잡기 위해선 필요한 전략일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론 아쉬웠다. 대부분의 드라마들이 전보다 짧은 회차와 빠른 호흡으로 제작되면서, 대사로 극을 설명해 주는 경향도 심해지고 있다. 드라마 팬인 나로서는 그럴 때마다 갑자기 몰입도가 떨어지고, ‘아, 나 지금 드라마 보고 있구나.’라는 현실 자각이 든다. 몰입에서 빠져나오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넥션>은 수사를 진행함에 따라 밝혀지는 진실들이 드라마 후반부까지 흥미를 지속시키면서 다채로운 이야기를 보여주었다.
기억에 남는 이미지
-레몬뽕이라는 이름처럼 노란 레몬색의 알약은, 전체적으로 청록색 빛이 나는 화면에서 좋은 포인트가 되어준다. 노란색은 뭔가 ‘위험한 것’을 상징하는 듯하기도 하다. 전체적인 컬러톤에서 예전에 봤던 체르노빌이라는 드라마가 생각났다. 푸른 화면과 노란색의 포인트.
-골동품 상점 안에 자리 잡은 마약판매책의 아지트. 조금은 드라마적인 설정 이긴 하지만, 시각적으로 완성도가 뛰어난 공간이었다. 다양한 골동품들, 적색과 녹색을 포인트로 해서 중경삼림 같은 홍콩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컬러 팔레트.
-커넥션이 있는 친구들의 필오동 아지트도 나름 흥미로운 공간이긴 했지만, 폐 공장의 샹들리에들이 좀 가식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비밀스럽지만 허세스러운 공간이어서 흥미로운 컨셉이긴 한데… 왜 설득력 있게 느껴지지 않는 걸까? 세트로 꾸며낸 느낌이 들어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