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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계현 Oct 20. 2021

상담료는 왜 그렇게 비싼가요?

- 상담하기 전에 '당연히 그럴 수 있는' 걱정

심리상담은 보통 50분씩 진행하는데, 1회기에 10만원 내외다. 물론 경력에 따라 달라진다. 명성 있는 전문가는 10만원이 훌쩍 넘기도 하고, 아직 수련 중인 경우는 그보다 적다. 심리적 원인을 찾고 해결하는 과정이니만큼 상담은 보통 여러 번 진행된다. 주1회 3개월을 지속할 경우 상담료만 100만원이 넘는다. 또한 상담 전에 받는 심리검사 종류에 따라 5~30만원, 필요에 따라 그 이상이 되기도 한다. 


비용을 계산해보면 ‘이거 못할 짓이구나’ 싶다. 상담 효과가 있는 지도 의심되는데, 비용 부담까지 생각하면 ‘이걸 굳이...’하는 생각이 든다. 현재 겪는 문제가 꽤 심각하거나 경제 여건이 된다면 부담이 덜 하겠지만, 대부분은 상담료 때문에 고민한다. 내 문제이니만큼 업계에서 제일 잘하는 사람을 찾아가고 싶은데 그러면 비용이 많이 들고,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자니 상담 효과를 보장받기 어려울 것 같고.


사실 상담료는 공식적으로 정해진 금액이 없다. 법적으로 규정된 바가 미비하기 때문에 그저 ‘통상적인’ 가격으로 정할 뿐이다. 나랑 경력이 비슷한 옆집 상담사가 회당 10만원을 받으면 나도 그렇게 받는 식. 상담 경력이 늘면서 내게 상담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가격을 조금씩 올리기도 하고.


규정된 상담료가 없을 뿐만 아니라 관련 법률이나 정책도 부족하다. 상담사 자격을 취득하려면 석사 이상 학력과 최소 1년 이상 수련이 필요한데, 기관에 취업하면 그러한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경력이나 학력에 따른 급여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관에 취업한 상담심리사 연봉은 그가 가진 학력이나 경력에 비해서 굉장히 적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담 관련기관에 취업을 한다. 급여는 적지만, 기관에서는 다양한 사례를 접하면서 상담 실력을 쌓을 수 있으니까. 그렇게 5~10년 경력을 쌓다가 사업자가 되어 개인상담소를 운영하기도 하고, 기관사업에 능한 전문가가 되기도 한다.


올해로 상담경력 9년, 지역 보건소와 대학, 청소년기관, 소방본부, 교육청 등에서 일하면서 최소 3,000명은 넘게 만난 것 같다. 보통 한 회기로 끝나지 않고 5~10회기씩 진행을 했으니, 상담횟수는 그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이 정도 경력이면 개인상담소를 운영하면서 회당 10만원의 상담료를 받아도 될 거다. 그러면 주당 일하는 시간은 줄고, 그만큼 아이와 시간을 더 많이 보낼 수 있겠지. 


하지만 고민이다. 누군가 지불한 상담료 10만원은 그가 밤낮으로 일한 대가이고, 어쩌면 그 돈으로 가족과 외식을 하거나 부모님께 효도했을지 모르니까. 수입은 정해져 있을 텐데 상담료로 몇 백 만원 쓰는 게 괜찮은가 걱정도 된다. 


나 역시 예전에 상담을 받을 때 상담료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학생 신분이었기에 알바를 해서 상담료를 지불했다. 매달 받는 48만원 중에서 40만 원을 상담료로 지불했으니, 웬만하면 걸어 다니면서 교통비를 아꼈고, 700원짜리 삼각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날도 많았다. 비슷한 시기에 상담을 시작한 지인은 은행 대출 300만 원을 받아서 정신분석을 받기도 했다. 다행히 그분은 대출이 아깝지 않을 만큼 인생에서 큰 보물을 얻었다고 했지만, 옆에서 지켜보면서 혹시 상담자에게 착취당하는 건 아닌지 마음 졸였던 것 같다.


상담료가 얼마가 됐든 간에 원하는 사람은 상담을 받는다. 단,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 살림이 빠듯하다면 당연히 고민이 된다. 고민만 하다가 마음을 접기도 하고, ‘없는 살림’을 탈탈 털어서 상담을 받기도 한다. 선택이겠지. 하지만 그 선택이 돈 있는 사람에게는 ‘쉬운 선택’이 되고, 돈 없는 사람에게는 ‘어려운 선택’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상담전문가가 하는 상담료도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혹은 공공재가 되어, 마을 보건소마다 상담자를 한 명씩 배치하는 건 어떨까? 살면서 고민이 드는 순간, 그 순간이 순조롭게 지나가도록 지지해주는 누군가 있다면, 우리 사는 세상이 조금 더 편해지지 않을까? 


누구나, 쉽게, 심리상담을 받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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