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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계현 Oct 21. 2021

당신의 눈은 어디를 향해 있나요?

[심리상담 안내서] 눈 맞춤의 비밀

“자, 하나 둘 셋!”


구령에 맞춰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았던 패널이 사라지고, 남녀의 눈 맞춤이 시작됩니다. 서로 좋아하는 마음이 큰 쪽이 먼저 눈길을 피하죠. 자신도 모르게 새어 나오는 미소를 애써 감추면서요. 꽁꽁 숨겨두었던 마음이 드러납니다. 미묘한 감정이 오고 가죠.


서로 눈을 마주 본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그 안에는 마음이 담겨 있거든요. 밥을 먹는데 엄마가 잔소리를 시작합니다. ‘밥 좀 깨작거리지 마라. 골고루 먹어야지.’ 매번 반복되는 잔소리에 ‘엄마, 그만 좀 하세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평생 내 걱정만 해온 엄마이기에 꾹 참습니다. 하지만 눈은 엄마를 쳐다보지 못합니다. 눈을 내리 깔고 묵묵히 밥만 먹게 되죠. 그 눈빛에는 분명 짜증이 담겨 있을 테니까요.


상대방에게 숨기는 게 있거나 마음이 불편하면 상대의 눈을 쳐다보는 걸 힘들어합니다. 말을 할 때도 시선을 피하지요. 어디 불편한 게 있느냐는 말에, 입은 ‘아뇨, 괜찮은데요.’라고 하지만 눈동자는 미세하게 떨립니다. 입과 눈의 진실게임이죠. 과연 무엇을 믿어야 할까요?



상담 중에 내담자의 입은 쉴 새 없이 움직입니다. 자신이 겪은 사건, 살아온 이야기, 정황 등을 설명하느라 바쁘죠. 내담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전 눈을 쳐다봅니다. 일부러 살피는 건 아닌데, 말과 눈이 부자연스럽다고 느껴지면 거기에 집중하게 됩니다. 인지부조화가 일어나는 시점이 아닌가 해서요.


입은 ‘선생님, 전 아무 문제없어요. 공부도 재미있고 친구들도 다 좋아요’라고 말하고 있지만, 눈은 초점이 없었고 자꾸 아래를 향했어요. 모범생이었던 그 친구는 아무 문제가 없기를 바랐지만, 실제로는 성적 때문에 지쳐있는 상태였죠. 공부 얘기만 하는 부모님과도 사이가 틀어져 있었고요. 아무래도 입보다는 눈이 더 솔직하고 용감한 것 같습니다.


상담에서 눈 맞춤은 상담자와의 관계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기도 합니다. 상담 초반에는 낯설고 어색하기 때문에 눈 맞춤도 어색하기 마련이거든요. 아예 쳐다보지 않기도 하고, 상대가 뻘쭘할 정도로 빤히 쳐다보기도 합니다. 사무적으로 쳐다보기도 하고, 초점 없이 보는 분도 있지요. 그러다가 상담자와 친구가 되면 눈빛부터 달라집니다. 한결 편안해지죠. 어떤 의도가 담겨있지 않다고 할까요. 자연스러워집니다. 그냥 그 사람다워져요.


눈을 마주친다는 건 생각보다 많은 걸 담고 있습니다. 상대에게 나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상대를 담아내는 과정이니까요. 만약 누군가와 눈을 마주치는 게 어색하다면, 그 관계를 한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상대에게 뭔가 서운함이 있거나 숨기고 싶은 게 있을지 모릅니다. 혹은 누군가에게 나도 모르게 눈길이 간다면, 그것도 눈여겨보세요. 자신도 모르게 좋아하고 있는지도 모르니까요. 


어딘가에 계속 눈길이 간다는 건, 그 대상을 마음에 담고 싶다는 의미겠지요. 지금, 당신의 눈은 어디를 향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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