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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계현 Sep 03. 2023

책이 나오다니

제10회 브런치 출판프로젝트 특별상 수상 그 후.

원고를 책으로 내고 싶다는 출판사 대표님과 첫 번째 미팅을 했고, 그로부터 3주 후 편집회의를 했습니다. 책이 이렇게 만들어지나 보다. 초보 작가는 그저 멀뚱 거리며, 토끼처럼 귀를 쫑긋 세우고는 회의에 참석합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구성을 새로 해야 할 것 같아요. 목차도 수정해야 하고, 원고 분량도 뒤죽박죽이라 맞춰야 할 것 같아요." 글을 붙이고 깎고 다듬고, 이런저런 지적(?)이 오가니 몸 둘 바를 모르겠더군요. 편집이란 영역을 얕보았나 봅니다.


글이 책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 구성을 갖춰야 한다'는 게 왜 이렇게 소화가 안 되던지요. 많은 사람에게 전달되는 재화이기에 어느 정도 요건을 갖추는 건 당연한 건데, 뭔가 계속 불편했습니다. 수상을 취소할 수도 있나.. 하는 생각도 몇 초동안 했던 것 같아요.


'내가 글을 왜 썼을까. 글은 내게 어떤 의미일까?' 출판 일정이 빡빡해서 긴장상태로 회의에 임하는 대표님, 편집자님을 앞에 두고 쓸데없는 잡생각이나 했습니다. 나름대로 마음을 다독일 시간이 필요했거든요. 


다시 쓰는 글은 그렇다 쳐도, 버려야 하는 글은 씁쓸했습니다. 잘 썼든 못 썼든 내 새끼인데, 어떤 글은 책의 구성과 어울리지 않으니 뺐으면 좋겠다거나, 어떤 글은 다시 썼으면 좋겠다거나, 뭐 그런 의견을 들으면 기분이 구립니다. 아집이겠죠. 압니다. '책을 내고 싶지만 글은 마음대로 쓰고 싶다'는 괴상한 논리에 빠진 아집이죠.


책이 만들어지는 또 다른 세상

원하는 말을 뱉듯이 쓰던 작가에게, 책을 만드는 과정은 또 다른 세계였습니다. 이 글을 쓴 의도가 무엇인지 '기획 의도'를 명확히 하고, 누가 이 글을 읽었으면 하는지 '잠재적인 독자'를 예상하고, 기승전결이 있도록 목차를 구성하고, 독자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문구를 사이사이 배치하고. 그러한 과정이 생경하면서도 귀찮았습니다.


솔직히, 그냥 '독립출판을 할까'도 했죠. 순순하게 제 욕구만 보면 그렇거든요. 제게는 글이 해방구예요. 살아내려는 찌든 노력에서 벗어나는 해방구. 근로에서 해방되는, 글로 해방되는. 정해진 틀이 없어야 해방인데, 독자를 만족시켜야 하고 판매율을 신경 써야 하는 목적이 생기면, 이건 다시 근로잖아요. 해방이 아니라고요!


하지만 책을 내고싶은 욕심이 다시 근로 욕구를 일으키더군요. '그래, 내 글이 드디어 세상의 가치가 되는 거야.' 스스로 뻥을 튀기며 글을 새로 쓰고 다듬고 깎아냈습니다. 브런치에 글을 쓰고 나면 후련했는데, 책을 위한 원고를 쓰고 나면 성취감이 듭니다. 확실히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노동입니다. 근로죠. '글로 해방감'을 맛보던 제게는 스트레스였습니다만, 책이 만들어지니 확실히 좋습니다.


** 추가 : 남사스럽지만, 전 아직도 제 글을 읽으면 뭉클합니다. 그때 만났던 사람들이 떠올라서, 그때의 내 마음이 떠올라서. 그 마음이 다른 분들께도 전달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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