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WKS 그 후, 만든 사람들과 수강생들의 뒷 이야기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삼분의 이 이상의 시간을 문제가 무엇인지 정의하는 데 쓸 것이다.” - Matthew Wakeman from the book UX Research - Practical Techniques for Designing Better Products
쿠팡디자인의 핵심은 ‘문제 해결'이다. 왜 이토록 ‘문제 해결’을 강조하는 걸까? 이러한 사고 없이는 그야말로 ‘무작정’ 일하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작정 상사의 결정을 따르거나, 정해진 일만 열심히 하는 팀이 아니다. 고객과 비즈니스가 처한 문제들을 매 순간 빠르게 해결하여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집단이다.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려는 습관이 없다면 결과에 대한 실패 원인도, 성공의 동력도 알 수 없는 김빠진 조직이 되고 만다. 반면 쿠팡은 빠르고 확실한 방법으로 ‘더 좋은 고객경험’을 만든다. 전체 팀이 ‘문제 해결’ 방식으로 일하며, 이는 디자이너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런데 이런 개념을 가지고 있는 주니어 디자이너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논리나 근거 없이 감각적인 디자인만을 추구하는 지원자는 드물었지만, 여전히 주관적인 생각만 앞세운 경우가 대다수였다. 1년여간 수많은 면접을 거쳐오며 우리에게 딱 맞는 디자이너를 발견하는 건 참 어려운 일이었다.
‘우리만의 업무 방식을 다른 디자이너들에게 공유하며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해 보면 어떨까?’
이 생각이 새로운 개념의 교육&인재 양성 프로그램, 3WKS의 시작이다. 3WKS를 통해 쿠팡 디자인이 생각한 문제점들을 해결한 과정에 대해 살펴보자.
3WKS(쓰리윅스)는 ‘쿠팡 디자인의 일하는 방식'을 경험하는 3주 과정의 인재 양성 프로그램으로, 디자인 문제 해결에 대한 관점, 의사 결정 과정 등 실무진이 겪어온 고민들을 함께 풀어본다. 본 프로그램을 통해 디자이너들은 빠른 환경에서 복잡한 UX 문제 해결 과정을 훈련하면서 쿠팡 디자인이 무슨 일들을 어떻게 하는지 실질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기회를 가진다.
3WKS는 쿠팡의 디자이너와 외부 전문가, 그 외 여러 직군의 협업으로 완성되었다.
3WKS를 기획 및 교육, 운영하는 과정에서 각자 어떤 목적을 가지고 무슨 일을 했는지, 다양한 관계자들의 시각으로 3WKS의 뒷 이야기를 전한다.
처음 이 프로젝트를 발제한 사람은 쿠팡의 UX팀을 총괄하고 있는 Jonny. 그는 새로운 채용 방식을 모색하기 위해 김지홍 대표(디자인 커뮤니티 디자인스펙트럼 대표)를 찾았다. 당시 Jonny의 제안은, 쿠팡의 디자인 방식과 철학을 주니어 디자이너들에게 교육하며 회사와 지원자가 서로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을 함께 기획해 보자는 내용이었다. 마침 실무 기반의 UX 교육 방식을 구상하고 있던 지홍에게는, 그의 제안이 무척 흥미로웠다. UX의 가치를 높게 두는 기업과 협업한다면 분명 더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거라고 늘 생각해 왔는데 그 관점에서 쿠팡과 Jonny는 정말 믿음직한 파트너였다. 그렇게 비슷한 생각을 가진 두 사람이 만나 3WKS가 구체화 되기 시작했다. 3WKS의 커리큘럼은 타 디자인 교육 기관과는 달리, 처음부터 ‘현 교육 프로그램 및 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기에 쿠팡의 디자인 관점과 업무 프로세스, 협업 방식을 고스란히 담는 데 중점을 뒀다. 수강생을 선발할 때는 불필요한 서류를 축소하여 선발 기간을 줄이고, 이름 ・ 학력 ・ 경력 등 편견이 생길 수 있는 외적 요인을 배제한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택했다. 또한 회사가 일방적으로 수강생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수강생도 회사를 판단할 수 있는 양방향적인 수업을 설계했으며, 수료 후 채용이 되지 않더라도 수강생들의 성장에 필히 도움 될 수 있는 교육 내용을 만들기 위해 고심했다.
점점 많은 기업에서 주니어 디자이너 채용 비율을 낮추고 있다. 그들을 교육하고 실무에 바로 투입시키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동이 좀 더 투자될 수밖에 없는데, 회사는 그럴 자원이 없거나 이 부담을 상쇄하면서까지 그들을 채용할 만한 큰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프로덕트 디자이너를 채용하고 싶은 신생 스타트업은 많은 반면, 실무 경험이 없는 디자이너에게는 기회조차 주지 않는 아이러니한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다. ‘높은 청년 실업률’, 혹은 ‘이직 시장에서 인기 많은 연차’와 같은 말들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이 현상이 거듭된다면 기업의 장벽은 높아지고 갓 사회에 나온 주니어들은 갈 곳을 잃게 되어, 장기적으로 디자인 생태계와 미래를 미리 차단해 버리는 꼴이 될 수 있다. 가능성 있는 주니어들을 ‘제대로’ 양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다시 말해 그들에게 일정량의 시간과 노동력을 투자하여 실용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설계한다면, 멀리 봤을 때 지금보다 더 나은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따라서 이 프로젝트를 기획할 땐, 1) 쿠팡 디자인의 강점 중 무엇을 적용할지 2) 어느 기준으로 디자이너의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을 평가할지 3) 어떤 과제를 주었을 때 실무 역량이 발휘될 수 있을지 4) 어떻게 하면 시간을 더 효과적으로 쓸 수 있을지 고민했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가 투자한 시간과 노동이 결국 효과적이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결과물이 나오길 기대하며 본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디자인 커뮤니티와 UX 교육 브랜드를 운영하며 후배 디자이너들을 만날 기회가 많아지면서, 교육과 채용의 간극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대학 졸업을 앞둔 디자이너들은 취업을 목표로 교육 프로그램을 찾게 되는데, 현재 대다수의 교육이 결국 포트폴리오를 다듬는 과정으로 귀결되고 있었다. 이런 교육만으로는 주니어 디자이너의 입사 및 실무 과정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어려워 보였다. 주변의 여러 스타트업과 디자이너의 상황을 종합해 봤을 때, 각 회사마다 추구하는 핵심 역량이 달라 저마다의 기준을 두고 채용한다는 것, 디자이너도 일하는 방식과 가치관이 맞는 회사를 찾기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회사의 채용 조건과 지원자의 역량을 서로 파악하기 힘든 상황에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디자인 교육’을 기획하고 구체화 하던 시기 때마침 Jonny에게 제안이 왔다. 갈증을 느꼈던 부분이 서로 딱 들어맞아, 망설임 없이 3WKS 기획 제안을 받아들였다. 3WKS에서는 프로그램의 퍼실리테이터로서, 기업과 수강생들에게 서로의 의견과 피드백을 전달하여 각자 의도한 바를 온전하게 전달하는 데에 각별히 신경썼다. 그리고 다른 교육 프로그램에서는 체험할 수 없던 실전형 케이스들을 난이도별로 구성하고, 쿠팡의 실무 디자이너들이 다각적인 피드백을 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이번 출발점이 나비효과처럼 번져 전반적인 디자이너 채용 시스템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길 바란다.
3WKS는 문제를 해결하는 훈련에 초점을 맞춰, 쿠팡 실무 디자이너들이 직접 교육 내용을 만들고 트레이닝 했다. 첫 주차에는 쿠팡 디자인의 철학과 원칙, 리서치 원리부터 교육했다. 이 프로그램은 쿠팡의 실무 디자인을 배우는 과정으로, 모든 문제 풀이에 앞서 쿠팡 디자인의 근본을 이해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따라서 수강생들이 각 원칙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실제 사례들을 가지고 케이스 스터디 했다. 이후 쿠팡의 실제 고객들을 초대하여 수강생이 직접 UT(Usability Test) 리서치를 진행해보는 세션도 마련했다.
2주차부터는 ‘쿠팡에서 디자인 하는 법'에 입각하여, 쿠팡의 기존 데이터들을 가지고 작은 문제들을 해결하며 본격적으로 실무를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프로모션 콘텐츠 설계 전략, 전환율 개선 관련 문제를 풀고, 실무자들에게 그룹별, 개인별로 코칭 받는 시간을 가졌다. 이 땐 수강생들이 요구 사항을 잘 이해하는지, 적절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해결하는지, 문제 해결 과정이 매끄러운지, 공감 가는 해결책을 제시했는지 중점적으로 확인했다. 셋째 주는 최종 면접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좀 더 복합적인 과제를 수행, 피드백을 통해 개선하고 프레젠테이션 스킬을 배우며 최종 과제를 점검했다. 마지막 날에는 수료식, 최종 프레젠테이션 및 면접을 끝으로 3주 간의 여정을 마무리 했다.
쿠팡의 디자인 원리에는 쿠팡 디자인의 가치관이 잘 드러난다.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디자인'이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이 아니라, 기존의 장점을 활용해 100배 더 나음을 만드는 집요한 ‘개선' 작업이다. 즉 직감으로만 답을 내리지 않고, 문제 정의부터 시작해 그에 맞는 데이터들을 활용하여 본인의 가설을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것이 디자인의 기본이라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 보통 이런 원칙들은 들을 땐 이해 되더라도 막상 실무에서는 평소 하던 방식처럼 능숙하게 적용하기 쉽지 않다. 특히 많이 하는 실수 중 하나는, 먼저 디자인 하고 나중에 이유를 붙인 뒤 ‘논리적으로 디자인 했다’고 말하는 것인데, 내부에서는 이를 ‘Post-rationalize’라 표현한다. 이 현상을 방지하고자 우리가 생각하는 ‘정말 논리적인 디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전달하려 노력했다.
Data-Driven 디자인은 논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솔루션을 찾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다시 말해, 문제를 정의하고, 개선 및 검증하는 모든 단계에서는 ‘UX 리서치’를 통한 근거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UX 리서치는 단지 내 디자인이 형식적으로 문제 없다는 걸 ‘증명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고, 서비스에 실제 반영 되기 전 검증 및 개선의 이터레이션 과정을 빠르게 거치며 더 쉽고 더 나은 고객 경험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전반적으로 연습하고자 각 문제마다 정량적, 정성적인 리서치 방법들을 모두 활용해보고, 양쪽의 주요 데이터가 적용된 결과물들을 보며, 어떤 디자인이 더 성공적인지 판단하고 의견을 나눴다. 또한 우리가 도출해 낸 데이터가 모두 유의미한 결과값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자칫 모든 데이터를 무분별하게 적용하면 문제가 더 모호해 질 수 있기 때문에, 데이터를 정확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수많은 자료 중 해결하려는 문제에 맞는 유의미한 데이터를 찾아내는 과정에 집중했다.
우리가 내준 과제는 결국 그들이 입사 후 진행하게 될 업무들이므로, 내가 주는 피드백 역시 최대한 실무와 동일한 상황이라고 생각하며 평소 직원들에게 주던 방식과 동일한 기준으로 전달했다. 다만 아직 서비스에 대한 관여도가 낮기 때문에, 그 부분을 감안해 좀 더 상세하게 전달하려 노력했다. 8:1 그룹 코칭 시에는 크게 세 가지 기준을 놓고 봤다. 주어진 문제에 얼마나 깊게 파고들었는지, UX 리서치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통해 가설을 세우고 이를 문제 해결에 연계할 수 있었는지, 각 화면과 플로우에서 의도가 충분히 표현되었는지 평가했다. 1:1 코칭에서는 좀 더 심화된 문제 가운데 가장 우선적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을 찾아주고, 큰 방향을 되짚어 보며 수강생 스스로 구체적인 솔루션을 발견할 수 있도록 했다. 최종 면접에서는 일반 면접과 동일한 기준으로,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바로 실무를 할 수 있는지 살펴보았다. 이때는 지원자의 소프트 스킬(Soft Skill)도 중요한 평가 기준이었다. 여러 직군과 협업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전달력, 협의 등 커뮤니케이션 역량 또한 중요하기 때문에, 중간중간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질문들을 던지며 면접자들의 태도와 생각을 유심히 관찰했다.
수강생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세 가지로, 쿠팡에서 실제 진행했던 일들 중 ‘문제 해결’ 방식이 잘 드러나는 사례를 선정했다. 그리고 이 사례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해결된 케이스인지 분석한 내용들로 코칭 및 피드백 기준을 정리했다. 첫 과제의 난이도는 주니어 디자이너도 해결 가능한 수준으로 설정하고, 점차 강도를 높여 심화된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도록 전체 순서를 조정했다. 이 과제들을 잘 수행하려면 우선 과제를 둘러싼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렇지만 수강생들은 내부 상황이나 서비스의 배경을 아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가급적 각 문제 상황과 내막을 제대로 이해한 뒤 시작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정보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내부 용어들을 알기 쉽게 변경하고, 상황과 문제, 대상을 명확하게 구분했다. 더불어 요구 사항, 작업 수행 기간, 제작에 필요한 툴킷 등 과제 준비 시에 필요한 정보와 요소들도 꼼꼼히 챙겼다. 그 밖에도 문제를 푸는 중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참고할 수 있도록, 해당 과제와 비슷한 맥락을 가진 실제 프로젝트 자료들을 준비했다.
이 프로그램이 실체화 되는 과정 속에는 디자이너 외에도 다양한 직군들이 존재했다. 지원 단계을 비롯하여 3주 간의 실행, 면접 그리고 최종 입사, 이 긴 과정을 통해 채용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데에는 리쿠르터 Nana의 역할이 컸다. 동일 기간 합격자 선발을 위한 심사 세션 준비, 프로그램의 모든 담당자와 수강생 간의 커뮤니케이션, 행사 일정 조율 등 전반적인 진행을 담당한 프로그램 매니저 Dia, 기존에 없던 방식의 프로그램을 잘 전달하기 위해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매력적인 콘텐츠를 만든 콘텐츠 전략가 Han과 Ella까지. 현장 뒤에는 프로그램 실행을 위해 이바지한 사람들이 있었다.
쿠팡에서 최초로 시도한 이번 부트 캠프 방식의 채용은 프로덕트 디자이너 1분기 채용 목표에도 아주 크게 기여했다. 주니어 디자이너는 특히 전형적인 인터뷰 방식으로 검증하기에 어려움이 있던 터라 더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회사가 지원자들의 역량만을 평가하는 채용 방식이 아니라, 회사와 지원자가 서로의 가치관, 업무 태도 등 적합도를 판단할 수 있어 그야말로 ‘좋은 디자이너'를 채용하는 데 최적이었다. 쿠팡의 모든 직군에서는 ‘더 나은 일상을 위한 문제 해결'에 초점을 두고 업무를 수행하는데, 이를 쿠팡 디자인에서 주니어 교육&채용 프로그램 안에 풀어낸 방식 또한 신선했다.
프로그램 수료 후 최종 10명이 합격했고, 합격한 전원 모두 입사한 데에도 큰 의의를 두고 있다. 채용팀 내부에서도 기존 인터뷰 방식과 대비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어 또 다른 직군을 채용할 때 이와 비슷한 모델을 도입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프로그램 진행 시 수강생들이 전체 수업 환경에서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강사진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전반적인 운영 업무를 지원했다. 총 200명 이상 접수된 가운데, 심사원들이 개별 포트폴리오와 에세이를 바로바로 확인하며 심사하기는 쉽지 않아보였다. 원활한 진행을 위해 심사원들을 세 그룹으로 묶고 지원자들의 포트폴리오를 분류해서 이를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세팅했다. 수강생들에게는 채용이 걸린 프로그램이다 보니 강사진의 말들을 놓치지 않으려 리액션 없이 타이핑에만 열중할 때가 있었는데, 그럴 적마다 일종의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삭막했던 분위기를 환기시키며 적당한 온도를 조성했다. 그런가 하면 뜻하지 않은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일도 있었다. 1주차 직후 ‘코로나19’ 단계가 격상되면서 수업을 보름 가량 연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수강생들이 이를 잘 이해하고 협조해 줄 수 있도록 개별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했고, 다시 모였을 때에는 불안한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교육장 내 위생 관리에 신경썼다. 마지막 날에는 좀 더 편안한 자리를 만들고자 수강생들의 3WKS 후기 공유, 사진 촬영 시간을 가지며 밝은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 할 수 있 수 있었다.
Han: 3WKS는 새로운 방식의 교육&채용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지원자들이 봤을 때 단번에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 또한 마음에 닿도록 전달해야만 했다. 새로운 기회, 교육과 채용이라는 키워드를 축으로 이를 필요로 할 타겟을 설정하고, ‘3WKS의 차별점’과 ‘쿠팡 디자인의 가치’를 최대한 직관적으로 전달해 호기심을 끌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로써 '3WKS 안에 당신의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다'는 타이틀 안에 무료 UX 교육 코스, 주니어 디자이너 채용, 그리고 쿠팡 디자인의 가치를 담은 글을 완성할 수 있었다.
Ella: 프로그램 종료 후, 어떤 핵심과 맥락을 가지고 이 내용을 전달하면 좋을지 고민했다. 3WKS는 어느 프로젝트보다도 쿠팡 디자인만의 강점들을 집약해서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로, 이 강점을 잘 살려낸다면 디자인 직군을 브랜딩 할 수 있는 좋은 매개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플롯을 잡기 전, 스토리의 핵심을 설정하기 위해 프로그램의 모든 과정 속 자료들을 살폈고, 이를 종합해 한 마디로 압축할 수 있었다. - 현 디자이너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쿠팡 디자이너가 ‘문제 해결 능력'을 가르쳐 인재를 양성하고 채용한다 -. 문제 해결, 인재 양성과 채용, 협업 그리고 양방향 소통에 의거하여, 이 프로그램을 입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프레임을 만들었다. ‘3WKS를 둘러싼 사람들의 관점’ 안에 디자이너와 외부 전문가, 기타 협업 직군, 수강생 모두를 담아 그들이 3WKS에 모여 문제를 해결한 각자의 방법들을 전하며 이 프로그램의 강점과 차별점을 극대화 한다는 전략을 갖고 콘텐츠를 설계했다.
3WKS는 기존 교육 혹은 채용 프로그램들과 달리, 쿠팡 디자인과 수강생들이 서로를 알아가며 합을 맞춰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어느 관심 기업을 탐색할 때 기업 철학이나 문화 등 기본적인 정보들은 쉽게 얻을 수 있지만, 실제 입사 후 하게 될 일들은 공고에 뜬 간략한 업무 내용을 읽고 짐짓 판단해야 한다. 그런 몇 줄의 내용만으로는 본인과 그 회사가 잘 맞을지, 구성원들의 업무 방식과 실제 하는 일은 어떠할지 또렷하게 알 수 없다. 반면3WKS에서는 수강생과 쿠팡 디자인이 마주하여 가치관, 업무 방식 등 궁금했던 것들을 서로 펼쳐보이며, 각자 생각한 기준에 부합한지, 동일 선상을 향해가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는 '더 나은 채용'에도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최종 면접 및 발표 후, 10명의 최종 합격자들 모두 쿠팡의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신규 입사했다.
그 중 3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3WKS 경험담, 마지막으로 그들의 회고를 들어본다.
지난 3주는 기존 프로덕트 디자인에 대한 편견과 막연한 부담들을 내려놓을 수 있게 해준 고마운 계기들로 가득했다. 쿠팡은 서비스 개선에 있어, 확실한 근거나 테스트 결과가 없다면 기존의 것을 존중한다는 확고한 원칙이 있었다. 이를 통해 ‘기존의 것과 확연히 달라보이는 것이 좋은 디자인이다'라는 편견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또, UX를 얘기할 때 대부분 ‘사용자 측면'에서의 개념만 강조했는데, 이번 교육에서는 사용자 경험을 기본으로 하되 비즈니스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동반해야만 결국 기업의 가치와 영향력, 그에 따른 매출 등으로 이어져 그 비즈니스를 계속 유지하고 나아가게 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디자이너 분들이 주신 피드백에서도 정말 큰 배움을 얻었다. 내 장단점을 머릿속으로는 대충 알고는 있었지만, 다른 사람의 시각에서 이렇게 객관적이고 명쾌하게 피드백을 받은 적은 처음이었다. 대학교를 막 졸업한 취업 준비생들은 본인만의 직업적 가치관은 완벽하게 배제한 채 그 기업이 좋아할 만한 답변을 만들어 내고, 결국 내가 원하는 회사가 아닌 ‘나를 붙여주는 회사’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는 현실적 문제들을 겪곤 한다. 3WKS는 지원자도 기업을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전제로 출발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의미있고 획기적인 채용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현 직장을 그만 두고 과감하게 쿠팡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도 그들의 디자인 철학과 문화에 대한 긍정적인 확신, 그 대열에 동반하고 싶은 강렬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획일화된 채용 방식에 전환점을 가져온 3WKS, 쿠팡을 넘어 국내 많은 기업들에도 이 긍정적인 영향이 닿길 기대한다.
“이미 있는 사례를 알고 있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요" Erica님의 이 한 마디가 벤치마킹에 대한 오랜 편견을 깨주었다. 이어 Jonny님도 그 목적을 확실하게 짚어주셨다. UI 구성을 참고하는 맥락에서 바라보지 않고, 누가 이 문제를 가장 잘 풀었으며 어떻게 풀었는지 관찰해야 제대로 발견할 수 있다는 피드백을 듣고, 그간 크게 참고하지 않던 부분을 다시 생각해 보며 벤치마킹에 대한 중요성을 느꼈다. 마찬가지로 UX 리서치를 보는 관점도 크게 달라졌다. 나름 이 분야를 공부한 사람이니 내가 낸 솔루션이 당연히 유저 경험에 좋을 것이라 여겼지만, 3WKS를 하면서 여지껏 내놓은 솔루션은 답이 아닌 하나의 가설일 뿐, 진정 좋은 경험을 만들기 위해서는 검증하는 단계를 꼭 거쳐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특히 가장 성장했다고 느끼는 부분은 문제를 ‘깊고 날카롭게 파고드는’ 능력이다.
거의 사용성에만 초점을 맞춘 개인 프로젝트들과는 달리, 그 외에도 디자이너로서 알고 시작해야 하는 일종의 룰과 정책, 비즈니스 목표 등이 존재했다. 고려해야 할 것이 많고 복잡한 만큼, 주어진 문제 상황을 다각도로 더 깊게 살펴야만 문제가 가진 맥락과 근본적인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디자인이 왜 이렇게 나왔는지 명확한 근거를 말하려면, 앞선 집요한 과정들이 동반되어야 했다. 또한 데이터를 수집할 때에도 뭘 얻고자 하는지 명확한 목표가 있어야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 얻은 데이터를 맹목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 등 데이터를 어떻게 바라보고 다룰 것인지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다. 3WKS는 철저하게 블라인드로 선발된지라 다양한 배경을 가진 디자이너들이 모여, 서로의 의견이나 관점을 다각도로 나눌 수 있었다. 훌륭한 디자이너이자 친구들을 만나게 된 건, 3WKS가 내게 준 또 하나의 선물이다.
이전 모 기업에서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에서 2년 간 활동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실현시키는 데 초점을 둔 활동들이 많았고, 실무와 연계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더라도 문제 상황에 깊게 빠지며 고민할 기회는 다소 적었다. 물론 앞선 일들을 진행하면서 많이 배우고 성장했지만, 진짜 실무에서 하는 일은 어느 정도의 범위일지, 어떤 문제들을 어떻게 다루고 있을지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뿐만 아니라 ‘채용’을 담보로 생각하면 2년이라는 기간이 부담될 때도 있었다. 반면 3WKS는 모든 강의와 과제들이 실제 사례들로 구성되어, 내가 풀어낸 방식과 실무자들이 해결했던 방식을 비교해 가면서 배울 수 있었고, 데이터를 문제에 반영할 때에도 어떤 기준을 갖고 적용할 수 있을지 더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또, 실무 교육부터 채용 프로세스까지 단 3주 만에 완수할 수 있어 이전 교육에서의 갈증이 많이 해소됐다. 채용을 목표로 하는 주니어 디자이너들에게 3WKS는 최고의 투자 가치를 느끼게 해줄 프로그램이다.
TIP. 포트폴리오 및 최종 과제 심사기준
포트폴리오는 수백 건의 자료를 평가하다 보니, 마치 입시 미술처럼 비슷한 유형의 패턴이 많이 보였다. 특히 디자인 결과물과 아무런 관계없는, 예컨대 사용자 조사나 페르소나, 시나리오 등이 시험지 답안처럼 쭉 나열된 문서들은 많이 배제했다. 주니어 포트폴리오의 경우 가상으로 기획한 서비스 혹은 개인 작업이 많기 때문에, 조금 객관성이 떨어지더라도 본인의 생각이 얼마나 짜임새 있게 구현됐는가, 쉽게 이해되거나 공감 가는 전개인가 살펴보며 이를 위주로 판단했다. 또한 UI 디자인의 기본기도 겸한 지원자여야 했다.
최종 면접에서는 그간 학습한 내용을 얼마나 잘 소화했는지, 프로그램 전과 비교하여 얼마나 성장했는지도 유심히 관찰했다. 채용 시 그들의 ‘가능성’만 100으로 놓고 결정하지 않기 위해, 바로 실무에 투입될 준비가 되어있는지를 가장 중요한 지표로 삼고, 현재 팀에서 일하고 있는 주니어 디자이너들의 역량을 기준으로 합격 여부를 검토했다.
마지막으로 쿠팡 디자인의 마스터 플랜(Master-plan)을 물었을 때 Jonny는 이렇게 답했다.
“애당초 채용에 더 많은 기준을 두었다면 이렇게까지는 안 했을 것 같아요. 이보다 힘을 덜 들이면서 좋은 디자이너를 뽑을 수 있는 방법은 이미 많잖아요. 쿠팡 디자인의 궁극적인 목적은 우리 조직을 넘어 국내 Product Designer 시장에서 ‘영향력 있는 UX 커뮤니티’를 만드는 일이에요. 다양한 업계의 디자이너들이 모여 그들의 작업물이나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필요한 부분에서는 서로 도움 주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그런 공동체요. 건강한 커뮤니티를 형성하려면 좋은 주니어를 양성하는 게 가장 첫 단계라고 생각했고, 3WKS는 그 목적에 사명감을 느끼며 만든 로드맵의 출발점이었다고 할 수 있어요. 주니어와 시니어가 서로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UX 커뮤니티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그 가치에 계속해서 투자하려고 합니다.”
Photography by Rey, Erica
Edited by Ella
쿠팡 디자인과 함께할 시니어 프로덕트 디자이너를 채용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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