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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den Aug 11. 2023

아시죠?
위클리 쓸 거 없는 그 느낌

위클리포비아 : 쓸 말이 없는데 어쩌라고

대부분의 회사원이라면 이 느낌을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찌 위클리에 쓸 것이 없다는 것이냐?
예? 특별한 일이 없었어서 쓸 것이 없다고 한 것인데,
어찌 쓸 것이 없다는 것이냐고 물으시면
 그냥 쓸 것이 없어서 그리 생각한 것일 뿐인데...


참으로 폐급스러운 생각이라고? 그럴 수 있다. 나도 사실 알고 있다. 특별한 일이 없었어도 뭔가 있는 것처럼 기가 막히게 쓰는 그 능력이야 말로 에이스의 자질이라는 것을. 그래 난 에이스가 되기에는 글렀다. 어떻게든 뭘 만들어낼 생각을 해야지 빠져가지고는... 근데 진짜 없다. 대충 사업부에 구색 맞추기로 올리는 아이템 말고, 우리 팀 대표 아이템이 되어서 더 윗선의 보고서에 올라갈만한 기깔난 아이템이 정말인지 떠오르지 않는다. 내가 멍청한 놈이라서 안 떠오르는 건 아닐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부장님과 함께 머릿속을 착즙 해보았으나 역시 실패. 그리고 후회한다. 그나마 쓸만한 아이템 2개를 지난주에 한 번에 소모한 것을. 아... 그거 아껴놨어야 했는데.


하지만 팀장이 되면 위기탈출능력이 생기는 것 같다. 책임감인지 창의력인지 알 수 없는 그 능력으로 팀장님은 어떻게든 위클리용 아이템을 만들어낸다. 행여나 진짜 새로운 뭔가가 없더라도, 저기 어디 구석에서 5달 전쯤 검토했다가 처박아버린 아이템을 신상처럼 가져온다.


앵...? 그건 이번 주 위클리가 아니잖아?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얼마나 괜찮아 보이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위클리는 제목을 제외하면 3줄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윗선으로 올라가게 되면 더 축약된다. 어떤 포장을 하느냐에 따라서 종이 한 장 안에서는 훨씬 더 좋은 아이템이 될 수도 있다. 근데 아무리 그래도 이번 주에 그 아이템을 보질 않았는데 어떻게 쓰냐고? '가나다라마바를 위해 ABCDEFG 아이템 검토 예정'이라고 쓰고 대충 배경 정도만 쓰면 된다. 마법의 단어 '검토 예정'이 이 상황을 무마해 줄 것이다. 아이템이 의외의 관심을 받는다면 빨리 진짜 검토를 할 것이고, 관심을 받지 못하면 다시 구석으로 치우면 된다.


이렇게 임기응변으로 한 주를 보내도, 다음 주에 또 쓸 말이 없을 수도 있다. 네가 일은 안 하고 쳐 놀아서 쓸 말이 없는 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는데, 꼭 그런 건 아니다. 기존 거래처에 꾸준한 판매를 하는 것이 핵심인 팀인지라 새로운 무언가가 없는 게 사실 보통이고, 행여 그 주에 어떤 새로운 건이 있었더라도 막상 그 결과나 진행정도에 따라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럼 또 '네가 착즙을 잘해서 기존에 한 거라도 어떻게 잘 써야 하는 게 아니냐'라고 할 수도 있는데, 위클리 쓸 말이 없다는 것은 '분기/반기리뷰', '향후 판매계획' 따위처럼 뜬금없는 타이밍에 가져올 수 있는 것들을 다 쓰고도 쓸게 없다는 말이다. 아무튼 쓸 거 없는 이 징징거림을 좀 합리화하고 넘어가겠다.


알고 있다. 그렇다고 위클리를 없앨 수 없다는 것을. 쓸게 없어서 징징거리는 때의 고통보다, 새로운 뭔가를 해내기 위한 동기부여가 되는 때도 있기에 회사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도. 근데 그냥 가끔은 군대 근무일지 마냥 '특이사항 이상 무'정도로  퉁칠 수 있으면 참 좋았겠다는 뻘생각이 나서 써보았다. 아니면 뭐 브런치처럼 그냥 쓸게 없으면 안 써도 아무도 몰라도 좋고 말이다.


혹시나 이 글을 보시는 높은 분들(임원)이 계시다면, 연초에 팀장들에게 위클리 n회 패스권을 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낙수효과가 나 같은 졸개들한테 축복으로 오기를. 

오늘도 없는 살림에 위클리 아이템을 착즙 중인 우리 모두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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