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
순례길에서 만난 한 친구가 있었다.
생장에서 처음 출발하던 날. 몇 시간 동안 헥헥거리며 겨우 도착한 오리손 산장에서 나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쉬고 있었다. 그런데 잠시 후, 어느 여자분 한 명이 와서 일행에게 아는 척을 하더니 쉬지도 않고 곧장 길을 나서는 것이 아닌가.
몇 시간 동안 가파른 산을 오르다 처음 만나는 휴식처에서 쉬지도 않고 출발하는 그 사람을 보고서 나는 일행에게 "저분은 왜 쉬지도 않고 바로 간대요?" 하고 물었다. 일행이 이야기해주길, "숙소 예약을 안 해서 자리가 없을까 봐 일찍 도착해야 된대요." 하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 후에 어찌저찌 인연이 닿아서 그 친구와 순례길 내내 마주칠 기회가 많았는데, 그 친구는 유독 나쁜 일에 민감한 사람이었다. 누구는 웃고 넘어갈 수도 있겠다, 싶은 일에도 일일이 나쁜 점을 언급하면서 인상을 찌푸리곤 했다. 그래서였나, 마지막 날 내가 그 친구에게 써 준 짧은 편지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있었다. '나쁜 일에는 둔감한, 좋은 일에는 민감한 OO이가 되기를 바랄게.'
요즘에만 부쩍 그런 선택이 많아진 것은 아니겠지만, 최근 유독 짧은 시기에 몇 명의 연예인이 안 좋은 소식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보았다.
그 사실만으로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그 일을 두고서도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며 싸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이지 안타까움을 넘어서 사람들에 대한 회의감이 느껴지기까지 했더란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유명 인사들은 필연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노출되기 마련이고 일반인에 비하면 수천, 수만 배 더 많이 사람들 입에 화젯거리로 오르내리게 된다는 것. 그러다 보니 오해가 생기기 십상이고 그렇게 어디선가 생겨난 연기 같은 이야기로 유명인들은 욕을 먹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전에 글을 썼던 적이 있지만, 사람들은 워낙 다른 사람들을 쉽게 미워하는 경향이 있는 듯해서 자신이 내뱉는 미움이 상대방에게는 얼마큼의 상처로 다가올지 전혀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사람들에게 다른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고 하소연할 수도 없는 일이고, 오해일 수도 있으니 조심해달라고 부탁할 수도 없다. 그래서 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수의 편에 하소연하는 방법은 별 소용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런 생각을 한다면 조금 더 낫지 않을까.
따뜻하고 보들보들한 이불속에서도 하나의 작은 바늘이 있을때, 그 포근한 감촉들보다 작은 그 바늘이 훨씬 더 아프게 느껴지는 것처럼, 알고 보면 상처 주는 말을 내뱉는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단지 미움은 유독 애정에 비해 훨씬 더 잘 드러나는 특징이 있어서 마음에 띄는 거라고. 사실 알고 보면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있다는 것.
아는 사람이 기껏 해봐야 이웃집 사람들, 학교 친구들에 한정되었던 예전과는 다르게, 요즘엔 SNS나 인터넷을 통해 나를 아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결국 유명 인사들뿐만 아니라 개개인들도 미움받게 될 경우의 수가 많아지는 거 같다. 이런 현실에서 좋은 거에는 민감하게, 나쁜 거에는 둔감해지는 것이 어쩌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