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구좌읍 바닷가 마을.
햇살이 낮게 깔리던 오후,
투박한 간판이 반가운 해녀촌에 도착했다.
이곳은 오래전부터 회국수 하나로 이름난 집이다.
주문을 마치면
넓적한 플라스틱 쟁반에
굵고 탱탱한 중면,
양념을 얹은 회,
거기에 송송 썬 상추와 채소가 얹혀 나온다.
비닐장갑을 함께 주는 이유는
손으로 비비라는 뜻.
그 순간부터 이 한 그릇은 ‘내 입맛’이 된다.
회는 신선했고
양념장은 자극 없이 산뜻했다.
중면 특유의 쫄깃한 식감과
회가 만나 입안에서 차가운 탄력을 만든다.
고추장의 매콤함보다
더 크게 기억에 남는 건
입안에서 어우러지는 바다의 짠기였다.
가게는 소박하다.
가게 앞 도로를 사이로
앞 바다가 보이고
올레길을 걷는 사람들이 보인다.
지역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어울리는,
그런 풍경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