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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사색을 우려낸 시간. 회수다옥에서 마신 봄

제주도에서 복잡한 머리 속을 비워내고 싶을 때

by 바이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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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중산간도로를 따라 천천히 오르다 보면

산록남로와 1100로가 만나는 지점이 온다.

도로의 소음이 점점 멀어지고,

풍경엔 바람보다 느린 숨결만이 남는다.

그 길 위, 조용히 놓여 있는 집 한 채.

회수다옥.


찻잎의 결을 따라 시간도 부드럽게 흘러가는 공간이다.

이곳은 제주 서귀포 출신 서경애 대표의 부모님이

30년 넘게 살아온 집이었다.

한때는 탐라대학교 육지 학생들의 하숙집이었고,

여행객에게 따뜻한 밥과 잠자리를 내어주던

민박집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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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시간의 결을 안고,

2024년 5월,

회수다옥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외벽은 그대로,

기억의 흔적은 남긴 채

내부만을 고쳐 만든 집.

그 안에 제주에서 자란 찻잎과

계절의 디저트가 어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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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수다옥의 가장 큰 특징은

제주도에서 자란 찻잎으로만 차를 낸다는 것.

제주 농부의 땀으로 자란 찻잎은

산과 들, 바람의 결까지 담고 있다.


회수다옥에는 두 농부가 찻잎을 만든다.

녹찻잎은 표선의 농부가

꽃잎차는 조천의 농부가

정성스레 가꾼 찻잎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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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자리는 두 건물 중 오른쪽.

왼쪽은 티 클래스가 열리는 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미리 예약 후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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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티로 나온 올리브잎 차.

올리브의 향과 맛이 그대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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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차와 꽃차가 있고

이를 응용한 다양한 차도 만날 수 있다.

차를 잘 몰라도 좋다.

이 곳에서는 취향에 맞게

나긋한 목소리로 맛과 향을 전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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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주문하면

제주의 찻잎으로 우린 차 한 잔과 함께

소박하고 정갈한 핑거푸드 디저트가 함께 나온다.

쑥양갱과 팥양갱은 부드럽게 입 안에서 풀리고,

쑥기정떡은 쫀득한 식감 사이로 향이 은은히 남는다.

곶감단지는 단맛을 절제한 제주스러운 디저트였고,

서비스로 받은 녹두경단은 고소하고 부드러웠다.

모두 부담스럽지 않은 단맛.

차를 해치지 않고, 조용히 곁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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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수’는 옛 마을 이름.

물이 돌아 흐르던 샘이 있어 ‘도래물’이라 불렸고,

그 자연의 숨결은 지금도

회수다옥 곳곳에서 조용히 스며 나온다.

제주의 자연과 계절, 그리고 기억을 차분히 담아

한 잔 한 잔 내어주는 공간.

어느 계절에 와도 좋은 제주,

그 한복판에

회수다옥이라는 시간의 안식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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