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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뜻뜻 Oct 17. 2024

한밤의 산책.

소설이 돼볼게-



희진은 공원 근처 카페의 창가 자리에 앉아 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 밤에는 조용해서 자주 찾던 카페였지만, 오늘따라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한적한 공원 밤 산책을 기대했던 희진의 바람과는 달리, 그날은 시청 주관 행사가 공원에서 열리는 날이었다. 오늘도 데이트는 망했네. 턱을 괸 채 자극적인 숏폼이 재생되는 핸드폰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던 희진은 지루함을 느끼고 있었다. 커피를 마시려 고개를 들어 창 바깥을 훑어보았다. 그때 횡단보도 건너편 멀리서 한 남녀가 서로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어깨를 밀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노란 가로등 불빛 아래, 마치 한 편의 연극이 펼쳐지는 듯한 광경에 희진의 지루함이 잠시 사라졌다. 이윽고 남자가 손에 든 핸드폰을 바닥으로 내던지자 파편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여자는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주저앉았다. 희진은 뻔한 연애의 결말을 알아차린 듯 고개를 숙이며 핸드폰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민기는 오지 않을 생각인가. 희진은 한숨을 쉬며 민기의 전화번호를 찾아 통화 버튼을 눌렀다. 전원이 꺼져있어 삐소리 후 소리샘으로 연결되오며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기계적인 안내 멘트가 희진의 귓가를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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