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뜻뜻 Oct 14. 2024

꿈의 끝.

소설이 돼볼게-



깜깜한 밤이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동트기 전 새벽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몸이 추웠습니다. 한 손으로 몸을 감싸고, 다른 손으로 옆을 짚으며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손끝의 감각으로 나무와 풀을 구분할 수 있었습니다. 어쩌다 제가 여기 있는 걸까요?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다 겨우 잠이 들었는데, 이불 밖에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어릴 적 장터에서 어머니의 손을 놓쳤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눈을 감을 때의 어둠과 눈을 떴을 때의 어둠이 같아서 혼란스러웠습니다. 걷다 보니 어느새 차가웠던 몸에서 땀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손끝에서 느껴지던 잎사귀가 뜨겁게 다가왔습니다. 차갑고 뜨거운 감각이 명징하게 다가왔습니다.




여기가 어디일까요? 숫제 꿈이라면 인제 그만 깨어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허리도 무릎도 아프지 않아서 계속 걷고 있었습니다. 꿈은 저를 낯설게 만들었습니다. 어디선가 계수나무 향이 짙게 풍겼습니다. 연갈색 잎사귀에 코를 묻고 달콤한 향을 맡고 싶어졌습니다. 계수나무를 찾으려는 순간, 반대쪽에서 작은 불빛이 반딧불처럼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불빛은 점점 커지며 열기를 더해갔습니다. 사방이 환해지더니 타닥거리는 소리와 함께 나무들이 불타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것이 산화되고 있었습니다. 몸이 뜨거워지다가 이내 어머니의 두루마기에 감싸인 듯 포근해졌습니다. 눈을 감으니, 모든 세상이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영원히 깨어나지 못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험지엔 윤미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