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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뜻뜻 Oct 18. 2024

인호에게.

소설이 돼볼게-



인호에게.

이슬점이 낮아지는 계절에 들어서야 눈물이 마르고, 이제야 편지를 쓴다. 숱한 먹 같은 밤을 후회와 자책으로 보냈다. 지은이가 떠난 후로 내 삶은 건전지 다한 인형처럼 종종 멈추었다. 아마 평생 심장을 들여다보는 삶을 살게 되겠지. 장례식 날.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맞았다. 삶은 생생했지만 죽음은 생생하지 않아 눈물이 나지 않았다. 장지를 마치고 소슬한 벽에 기대어있을 때. 네가 담배에 불을 붙여주며 했던 말을 기억한다. “무엇을 생각하면 견딜 수 있나. 기어이 돌아가 껴안을 네가 없다면.”




네가 대학 때부터 좋아했던 한강 작가의 작품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나오는 문장이라 말했지. 나는 네 말에 온 세상이 하얗게 번질 만큼 울었다. 그렇게 가지가 늘어진 버들처럼 늘어진 삶을 살다가 최근에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소식을 들었다. 문득 내 등을 토닥여주었던. 난로처럼 따뜻했던. 너의 두툼한 손이 생각났다. 최교수님으로부터 네가 혈액암 투병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인호야. 돌아가 껴안을 네가 없다고 생각하면 나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 살아주라. 부디 회복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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