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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뜻뜻 Oct 23. 2024

폐가에서 밤샘 촬영.

소설이 돼볼게-



유진은 피곤함에 눈을 비볐다. 폐가에서 또 밤샘 촬영을 해야 한다는 선배의 말을, 그녀는 체념한 듯 듣고 있었다. 선배의 등 뒤로 구름에 가린 석양이 부서진 빛이 되어 그녀의 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비스듬히 떨어지는 빛 때문에 그의 얼굴은 반은 어둠에 잠겨, 반은 사람이라고 하기엔 섬뜩한 모습으로 보였다. 촬영 주의 사항을 읊조리는 그의 목소리가, 얼굴에서 사라지는 빛을 따라 리드미컬하게 격양되어 갔다. 조금씩 올라가는 입꼬리. 웃고 있는 건가. 그의 입가에 어린 미소가 폐가의 어둠처럼 짙어졌다. 유진은 선배가 웃고 있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영화동아리 신입 환영회 자리에서, 연출부 팀장이자 선배인 그와 처음 마주쳤다. 검은색 니트와 청바지 차림의 그는 멀쑥한 외모로 호감형에 가까웠다. 하지만 심하게 더듬는 말투와 함께, 혀를 내밀며 윗입술을 핥는 버릇에서, 왠지 모를 음습함이 느껴졌다. 하필이면 유진 앞에 앉은 그는 공포영화 촬영이 취미라며, 폐가에서 괴담을 담아내는 순간의 쾌감을 장황하게 설명했다.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는 그의 모습에서 사람이라고 하기엔 낯선 무언가가 비춰졌다. 그녀는 소름 돋은 팔을 움켜쥐며,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그날 밤, 유진은 동아리 차기 작품이 공포영화라는 것을 듣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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