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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뜻뜻 Nov 01. 2024

우리의 계절.

시가 돼볼게-


그 해. 닿을 수 없을 것 같은 여름이, 이르게 찾아왔습니다.

수국이 맥을 못 추던 시기에 능소화가 피어난 것처럼 서둘러 왔습니다. 하루는 번잡하여 숨을 내쉴 적에 마음도 입맛도 저리던 날이었습니다. 지천이 초록이라는 말에, 지천이 웃음이라는 말에 서둘러 길을 떠났습니다.

도착한 곳에는 윤슬이 일렁이는 남대천과 이슬을 머금은 꽃들로 말 그대로 초록이었습니다. 등나무 그림자를 걸머지고 석양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빈 것을 빈 그대로 젖어 들었고, 떠난 것은 떠난 자리 그대로 깊어갔습니다.

어스름이 내리자, 지천이 별이었습니다. 이슬이 내려앉은 자리에 나란히 누워 별을 헤아리듯 서로를 살피었습니다. 별을 세다가 누운 자리에 들어선 반짝임도 세어보았습니다. 이슬 젖은 몸과 마음이 어느새 뭉근해졌습니다.

그 해. 닿을 수 없을 것 같은 여름이, 우리의 계절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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