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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주댁셈 Aug 08. 2022

SNS가 나에게 끼친 영향

오늘자 북저널리즘의 '기록과 상품 사이'라는 포캐스트와 댓글을 보고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았다. 남들이 하는 걸 다 하고 살고 싶어서 알게 모르게 쫓기며 살고 있던 건 아닌가 싶었다. 그렇게 불교공부를 하면서 밖을 볼게 아니라 자신을 보라고 했던 가르침이 무색해지는 참이다.


갓생, 습관 만들기, 루틴 있는 삶, 기록, 영감, 퍼스널 브랜딩, 수익화, N잡 등등... SNS를 통해서 너무나 많이 학습되고 나도 모르게 젖어든 단어들이다. 그중에 나는 아직 SNS를 통해 직접적인 수익화를 꿈꾸고 있진 않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취향들을 전시함으로써 연결되는 어떤 네트워크의 확장을 내심 기대하고 있었던 것 같다.


조금 더 과거로 돌아가 보면, 사진을 시작했을 무렵 디시인사이드라는 곳에 내 사진을 열심히 올렸다. 자랑을 하고 싶었다. '나 사진 잘 찍죠?'라고 인정받고 싶었다. 수시로 게시판에 들어가 조회수와 댓글이 얼마나 올라갔나 새로고침 했다. 그다음은 페이스북이 등장했다. 페이스북은 좀 더 가까운 사람들에게 나의 사진과 일상을 공유할 수 있었다. 그땐 그게 참 쉽고 재밌었다.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든 내 상태를 올리고 소통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그런데 어느 날, 나이가 지긋하신 지인분이 '여자애가 그렇게 일상을 동네방네 알리고 다니면 신비감이 떨어진다'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셨다. 충격이었다. 나는 그날 이후로 페이스북을 비활성화했다.


SNS에 나의 모습을 전시하며 좋아요와 댓글을 받는 게 누군가의 눈에는 저렇게 보일 수 있겠구나 처음 알았다. 그 이후에는 나 또한 그 지인분의 시각처럼 SNS를 하는 사람들을 바라보게 되었다. SNS에서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올리는 사람의 밑 마음에 대해 어렴풋이 알 것 같아 안쓰럽기도 했다. 내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외로움과 관심이었다. 나도 외롭고 관심받고 싶어서 사진을 찍고, 올렸다.


이제는 인스타그램에 일상 사진을 올린다. 페이스북 때처럼 일거수일투족을 올리진 않고, 내 일상 중 일부분만, 내 개인적인 부분보다는 주변의 것들을 올리며 일상을 전한다. (예를 들면 텃밭의 작물이라던지, 고양이라던지) 그리고 추가된 건 브런치이다. 원래는 블로그를 할까 했었는데 좀 더 프라이빗하게 온라인 상에 글을 남기고 싶었다. '일기는 일기장에'라는 말이 있다지만, 나는 종이와 펜이랑 멀어진 지 오래고 나 혼자만 보는 일기장은 재미가 없다. 누군가 내 글을 읽어주고 공감해주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SNS와 함께 자라온 세대는 이 마약 같은 좋아요와 조회수 포기는 못할 듯싶다.


오늘 읽은 글의 댓글에 한병철 님의 <리추얼의 종말>이라는 책을 추천한 사람이 있었다. 내가 인상 깊게 읽었던 <피로사회>를 쓰신 분의 책이었다. 목차를 쭉 보니 꽂히는 단어들이 보인다. 바로 책을 주문했다. 내가 지금 경험하고 있고 의구심을 가진 부분에 대해 답을 찾을 수 있길 바라면서...


좀 더 건강한 방식으로, 쫓기지 않으면서 휘둘리지 않으면서 SNS를 하고 싶은 마음이다. 가끔 정말 현생이 바쁘거나 즐거우면 핸드폰을 쳐다볼 새가 없기도 하다. 그럴 때마다 생각했다. SNS 안 하고 있는 사람이 진정한 승자구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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