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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에서 살아보기로 했어

찻집사장

by 메타보이

담양에서 살아보기로 했어

메타보이




도시에서 10여 년 근무하던 회사를 그만두고 몇 번 놀러 가본 것이 전부인 담양이라는 곳에서 찻집을 열기로 했다. 월급을 받으며 살아온 사람이 소위 자영업이라 불리는 개인사업자가 되어 돈을 받고 서비스를 파는 장사를 생전 처음 시작했을 때 느끼는 감정은 두려움과 불만이었다.

두려움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이 경제적인 자립이 될 것이냐 하는 문제이고 불만은 그 누구도 학교를 다니는 동안 공교육에서, 그리고 가정을 포함한 사회에서 개인사업자가 되어 가게를 여는 것에 대한 교육을 해주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교육계에 몸담았던 내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대한민국처럼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곳이 없는데 창업교육도 자영업자가 되어해야 할 일을 차분히 알려주는 교육과정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참이상했다. 나의 경우엔 가족 중에도 개인 사업을 하는 사람이 없었기에(친척 중에도) 더 막막했었다.

그럼에도 사업을 해보기로 한 이유는 남들도 다 하는데 나라고 못할까 하는 무지한 생각이었었고 월급을 받아서 사는 삶에 대한 답답함이었다. 겸직도 잘 허락되지 않고 근무형태나 시간이나 심지어 복장까지 틀에 박혀있는 그 안정된 네모 담장 속에서 선을 넘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는 숨 막히는 곳에서 탈출해서 이제 나만의 성을 지어보고 싶었다.


장사와 인테리어에 대한 책을 사고 세금과 사업자등록에 관한 여러 가지 시퀀스들을 인터넷으로 공부하고 또 공부했다. 처음이기에 돌다리도 두드려보자는 심정으로 보고 또 보고 듣고 또 들었다. 실패하면 뒤는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이 내 결정으로 이루어지는 세상에 발을 들여놓고 호랑이 굴에 들어간 것처럼 정신이 바짝 들었다.

처음 찻집자리 등기를 마치고 인테리어를 시작하며 좌충우돌했고 모든 것이 처음 인지라 많은 것이 어색하게 하나 둘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다행히 소소한 강의와 온라인으로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었기에 카페를 열기 전까지 먹고사는데 큰 지장은 없었다.


찻집을 우여곡절 끝에 오픈하고 가장 힘들었던 점은 내 자아상의 변화였다. 회사를 다니던 때는 직위가 나를 대변했었는데 자영업을 하니 슈퍼을이 되었다. 물론 대표님 소리를 듣고자 장사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기에 서서히 장사를 하는 사람의 상인적 마인드가 작은 상처들과 함께 익어갔다.

상인이라는 말은 중국 고대 국가인 상나라 사람이라는 말이다. 상나라 사람들이 나라가 망하고 나서 살길을 찾아 장사를 하며 살아남아 주변사람들에게 꽤 강한 인상을 심어줬던 모양이다. 나도 살아남기 위해 장사를 하기로 했다. 오래 살아남은 사람이 잘한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담양 지역사회에 녹아들기로 했다. 담양에서 열리는 행사는 가급적 모두 참석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에도 적극적으로 나가서 짧은 소견이지만 도움이 될만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봉사활동과 온라인 커뮤니티등 모든 모임에 문을 두드렸다.


이러한 적극적인 지역사회 녹아들기 노력은 생각보다 크게 영업에 이익이 되어 돌아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가 이 지역사람이 되었다는 생각에, 타지에서 온 이방인이 아닌 담양에 사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갖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담양이 즐거운 곳이 되었고 담양 구성원들이 친근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조금 더 친절하게 보이고 반가워지는 기분이 이곳에 정착하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쇼펜하우어가 말한 행복의 정의처럼 그냥 오는 행복이 아닌 적극적이고 노력해서 가끔 얻어지는 행복을 달콤하게 받아들이고 조용하고 아름다운 담양에서 산책도 하고 운동도 하면서 오늘은 또 어떤 행복을 찾아볼까 생각하는 일이 꽤 즐겁게 느껴진다.

찾아오는 친절이 아닌 찾아가는 친절로, 상처받지 않고 웃는 얼굴로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받는 에너지들이 비교적 비주류인 찻집을 하며 여행객들을 손님으로 받는 즐거움, 호방함과는 또 다른 중요한 내 삶을 이루는 경험이 되고 있다.


사람 앞일은 모르는 것이지만 적어도 몇 년간은 더 이 찻집을 운영하며 새롭게 찾아오는 여행객들과, 일상에서 작은 구슬처럼 연결되어 마주치는 동네 사람들과 새롭게 정의된 내 삶의 모습을, 내 정체성을 발전시켜 나가며 글도 쓰고 명상 속에서 행복을 찾아나갈 것이다.


2025.11.07. 메타보이 씀.

< TEA BAR 메타보이가 있는 단지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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