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받고, 중국어 떠블로 가!

by 해피피존

싱가포르에 와서 내가 가장 많이 한 말은 뭘까?
다름 아닌 “I am sorry”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냐고?


나의 가장 큰 죄는… 바로 중국어를 못한다는 것이다.

인디안 레스토랑만 아니라면, 웬만한 음식점이나 호커센터에 가면 대부분 이렇게 시작된다.
“(중국어 웅얼웅얼)”
…그리고 나는 멈칫한다.

저분은 지금 나에게 뭘 주문하겠냐고 묻고 있는 걸까? 아니면 밥은 먹고 다니냐고 걱정해주는 걸까?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나는 반사적으로 말한다.
“Sorry?”

그러면 상대방도 잠시 멈칫하더니 영어로 바꿔 말한다.
아, 나를 이해해줬구나. 나는 영어를 쓰는 외국인이고, 중국어는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을.


나무위키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공용어는 무려 네 개다.
영어, 중국어(표준어), 말레이어, 타밀어.

그리고 이렇게 적혀 있다:

"2015년 기준, 싱가포르인의 36%는 영어, 34%는 표준 중국어를 일상 언어로 사용하고 있다.
싱가포르 민족 구성: 중국계 74%, 말레이계 13%, 타밀계 9%…"

…응?
중국계 74%? 이쯤 되면 퍼즐이 맞춰진다. 아무리 영어가 제1언어라고 해도, 사람들은 결국 더 편한 언어를 먼저 쓰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게 싱가포르에선… 대체로 중국어다. 물론, 싱가포리언 친구들은 다들 이렇게 말한다.

“난 영어가 더 편해.”
“나 중국어 진짜 못 해.”

그런데 왜 나는 매일 중국어를 듣고 있을까? 내가 중국인처럼 생겨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백보 양보해서라도, 영어가 제1공용어면 영어 먼저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해는 된다. 싱가포르가 독립한 지 오래되지 않았고, 영어를 제1언어로 삼은 것도 비교적 최근이니까. 하지만 어쨌든 지금의 나는 중국어를 못해서 “I am sorry”를 반복하는 사람이 되어 있다.


회사에선 어떨까?

내 팀엔 싱가포리언 2명, 말레이시안 1명, 중국계 싱가포리언 1명, 인도계 1명, 그리고 나, 한국인 1명. 나와 인도계 동료를 제외한 전원이 중국어에 능숙하다. 업무는 영어로 한다. 하지만 회의가 중국이나 대만 공장과 연결되면? 시작은 영어, 진행은 중국어, 나는 혼란. 점심시간 잡담도 마찬가지. 자연스럽게 중국어가 튀어나온다. 가끔은 '내가 여기에 끼어들 수 있을까?' 하는 소외감도 든다. 심지어 ‘여기서 오래 일해봤자, 벽이 있겠구나’ 싶은 생각도. 이래서 싱가포르 취업을 준비한다면, **"영어만 잘하면 된다"**는 말은 절반의 진실임을 알아야 한다.

"중국어도 좀 하면 진짜 좋다." 이게 진실의 나머지 반이다.


앞으로 싱가포르에 얼마나 살지는 모르지만, 네 개의 공용어 중 한두 개쯤은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그리고 나는 이미 길거리(MRT..)에서 이런 다국어 표현(?)을 자연스럽게 익혔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말레이어, 타밀어.. 여전히 뜻은 잘 모르지만.. 오늘도 혼자 따라해본다.

"칭 샤오시 쿵씨, 하띠 하띠 뉴웍 플랫폼, 다이브세이딧 깔라미니딜리버리 거버니티 폴린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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