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라는 책 속 페이지를 펼치면 밤하늘 별 이야기가 쏟아진다. 별은 제자리에서 조용히 빛나고 있는데 우리는 별을 가만히 두지 않고 이야기를 만들어 말을 건다. 황인숙의 시 <밤>은 그런 별의 마음을 담아 ‘밤은 혼자 있고 싶어 차곡차곡 조용해진다’라고 노래한다. 드라마 같은 별자리 이야기에 넋이 나간 우리에게 자장가를 불러주는 밤.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한 밤. 그 순간순간마다 나 또한 빛나고 싶은 나를 떠올려 본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별은 태양에서 약 41광년 떨어져 있는 초저온 적색왜성 (2MASS J0523-1403)이다. 비록 작지만 나도 적색왜성처럼 조용히 반짝이고 싶다. 요란스럽지 않게 내 자리에서 빛나고 싶다. 그중에서도 가장 밝게 빛났으면 하는 곳이 바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의 자리다. 살아있는 글쓰기 수업으로 누구나 쉽게 글을 쓸 수 있게 하는 논술 수업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을 쓰다듬고 싶다. 수업하면서도 소리를 크게 냈던 기억이 없다. 내 성격도 한몫하지만, 아이들만 보면 환장하게 예뻐 보인다.
그런 나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초등학교 3학년인 ADHD 증상을 보이는 남자아이가 수업을 도저히 진행할 수 없게 만들었다. 수업 시간에 맘대로 돌아다니고 소리를 지르고, 함께 수업하는 아이들과 함께 장난치며 까불며 낄낄댔다. 2~3주 동안 달래 보고 부탁해 봤지만 소용없었다.
“김00! 수업 시간에 뭐 하는 거야?”
큰소리치고 꾸짖자 잠깐 조용해지더니 다시 시끄럽게 까불었다. 마음속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나를 무시하는 건가? 이렇게까지 행동하는데 수업을 계속해야 하나? 내가 꼭 이런 아이를 가르쳐야 하나?’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아이를 집으로 보내고 아이 어머님과 통화하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3주 후, 나는 이 아이를 내치지 않고 따로 1:1 수업으로 하기로 했다.
내가 빛나기를 바랐던 교육자의 모습이 보여 부끄러웠다. 밤하늘이 되어 아이들을 반짝반짝 빛나게 해주고 싶다던 나의 고백은 거짓이었고, 내가 빛나기를 바랐던 것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빛을 찾아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진정한 기쁨이자 목표임을 깨닫게 되었다. 매일 밤하늘을 보며 아이들과 함께 빛나는 그날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