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킬이 씁니다
성인이 된 지 어언 십 년 차, 이 나이가 되면 잘하는 것을 무기 삼아 나아가는 멋진 커리어 우먼이나 좋아하는 것을 맹목적으로 쫓는 낭만적인 방랑자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상상했었습니다. 그러나 그 무엇도 되지 못했네요. 여전히 부모님께 흡연 사실과 타투를 공개하지 못했습니다. 나를 믿지 못해 신용카드를 발급받지 못했습니다. 방랑자는커녕 돈을 벌기 위해 꾸역꾸역 하루 여덟 시간을 앉아 자신과 싸웁니다. 쉬는 날이면 자발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선 자책하는데 몇 시간을 씁니다. 일주일에 적어도 두 번은 어제보다 구린 나를 발견합니다. 시간이라는 바다에 물살을 일으키는 상어라기보다는 휩쓸려 버리고 마는 해파리의 삶을 살고 있고 있습니다. 그래도 꽤나 메타인지가 되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중. 해파리는 물살에 저항하면 찢기니까요.
웃기는 일이지만 저는 지킬 버전과 하이드 버전으로 나눠서 살고 있습니다. 하이드 버전을 인정할 수 있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힘을 주는 희망적인 지킬 버전의 이야기들도 하고 싶고, 남몰래 공감할 수 있는 하이드 버전의 부끄럽고 하찮은 이야기들도 하고 싶어요. 살았던 삶, 사는 일, 앞으로를 위해 해야 하는 고민들에 대해 솔직한 생각들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지킬이라는 페르소나를 쓰고 살아가는 모든 하이드들에게, 하이드를 삼키고 살아가는 지킬들에게 위로나 영감을 줄 수 있길! 이중자아 해파리의 '물살에 찢어지지 않는 삶'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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