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지나갈 유행일까
2023년 9월 7일, 뉴스레터 '어거스트'에 발행한 글입니다. [뉴스레터 링크]
저는 생성형 AI의 발전에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 제가 몸담고 있는 광고 사업에서의 활용에 주목하고 있어요. 최근 생성형 AI를 활용한 광고 제작 방식이 업계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광고 업계 종사자들의 ‘미래 먹거리’와도 직결된 내용이라 더욱 그렇게 느껴집니다.
어거스트에서도 그간 생성형 AI에 대해 여러 에디터분들이 종종 다뤄주셨죠. 오늘 저는 광고 제작의 관점에서, 그간의 발전을 살펴보고 현업에서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살펴볼게요.
지난 어거스트 레터들에서는 이런 이야기들을 했습니다!
ChatGPT에 대항하는 국내 서비스들? (by. 후니)
AI의 아버지가 구글 퇴사를 결심한 이유 (by. 찬비)
그런 날 있잖아요, AI 근황 궁금한 날 (by. 찬비)
오늘의 에디터 : 나나
주 4일제는 언제쯤 오나요.
오늘의 이야기
1. 너도나도 만드는 AI 광고
2. 말도 많고 툴(Tool)도 많은
3. 혹시 이 모든 이야기에 지쳤다면
혹시 TV에서 이 광고 보신 적 있나요? 지난 6월 온에어 된 삼성생명의 ‘좋은 소식의 시작’ 캠페인은 AI를 활용해 만들어졌습니다. 영상 내 활용된 이미지와 BGM이 모두 AI를 통해 제작되었다고 해요. LG 유플러스는 배우 주현영을 통해 AI로 광고 제작을 하는 상황극을 연출해 자체 AI 서비스인 ixi를 홍보하기도 했습니다.
AI로 만든 광고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이미지와 영상 제작을 떠올리지만, BGM과 카피라이팅 또한 AI가 활발하게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쪽이 광고 제작의 영역에 더 많이 쓰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롯데리아에서는 AI를 활용해 버거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음원을 만들어 가수 윤하, 지올팍과 협업을 하는 브랜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고요. 현대백화점에서는 올해 3월 하이퍼클로바 기반의 AI 카피라이터 ‘루이스’를 도입해 마케팅용 문구 제작에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AI를 통한 광고 제작 사례가 계속 등장하고 있어요. ‘데드풀’로 잘 알려진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는 알뜰폰 통신사 ‘민트 모바일’의 오너이기도 한데요. 본인의 유머 감각을 활용해 챗GPT로 광고 스크립트를 작성하고 제작한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생성형 AI를 통한 광고 제작이 요즘 들어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사실 AI를 활용한 시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에요. 2018년 11월에 온에어 된 도요타의 ‘Driven by Intuition’ 캠페인이 있습니다.
이 캠페인은 IBM의 인공지능인 왓슨(Watson)이 도요타의 15년간 칸 광고제 수상 영상들을 분석해서 대본을 작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광고 영상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인공지능이 대본을 작성한 최초의 상업 광고로 알려져 있기도 한데요. 이후 왓슨은 활약이 저조하다가, 올해 7월 생성형 AI 모델이 가능한 플랫폼인 왓슨X로 리뉴얼 되었다고 하네요.
이 외에도 국내외에서 수도 없이 많은 광고 캠페인들이 AI를 활용해 제작되고 있어요. 당장 제가 다니는 회사에서도 광고 제작을 담당하는 팀원들도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가장 익숙한 챗GPT뿐만 아니라, 뤼튼(wrtn.ai)과 카피(copy.ai), 클로바, 재스퍼 등 정말 다양한 서비스들이 많더라고요. 당연히 모든 것을 맡길 정도로 대단한 수준은 아니지만, 아이데이션과 시안 단계에서는 충분히 도움을 받을만한 툴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AI 광고 제작에 대해서는 구글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구글은 이미 AI를 활용한 마케팅에 오래전부터 투자를 해왔어요. 특히 웹페이지의 검색 광고에 대해서는 이미 AI 기반 솔루션이 정착 되어있죠. 광고가 걸리는 웹페이지를 분석하고, 키워드를 추천해서 맞춤형 광고를 보여주는 것에 머신러닝과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구글은 지난 5월 자체 언어모델인 PaLM 2를 기반으로 한 ‘프로덕트 스튜디오’ 기능을 공개했어요. 광고주가 판매할 상품 이미지와 문구를 하나하나 고민하지 않아도, 생성형 AI를 통해 광고를 보다 다채롭게 보여줄 수 있게 되었죠. 지난번 에디터 Zoe님이 레터에서 다룬 유튜브 쇼핑처럼, 유튜브에서의 상품 판매까지도 연계를 고려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외에도 관련 연구와 서비스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죠. 광고 문구 제작에 특화된 재스퍼와 같은 생성형 AI 스타트업들은 설립이 얼마 되지도 않은 상황에 벌써 유니콘 기업이 되고 있는 추세고요. 올해 새로 오픈된 GPT4 등 여러 AI 서비스가 유료로 전환되거나 더 좋은 정보는 유료 구독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에서 국내에 공공으로 오픈된 서비스가 있어 제 눈길을 끌었습니다.
KOBACO(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서 올해 2월 오픈한 ‘AiSAC(아이작)’인데요. AI 기반 광고 창작 지원 서비스라고 하고요. 빅데이터 기반 시장 분석과 카피라이팅, 스토리보드 제작까지 무료로 가능합니다. AI가 아무리 비용과 시간 절감이 가능하다고 한들 어느 정도 수준의 비용은 반드시 투입이 필요하다 보니 광고비 투입이 어려운 광고주들을 타겟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여요.
생성형 AI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많은 브랜드들이 업종을 가리지 않고 AI를 활용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이 되었어요. 이는 비용 절감을 하면서도, ‘업계 최초 AI 캠페인’ 같은 트렌디한 수식어도 가져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일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AI라는 수식어를 뺐을 때도 좋은 저작물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의문이 생기는 것들도 종종 있었어요. 적은 비용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은 가능해졌지만, 그만큼 대중들은 너무 많은 ‘AI 창작물’에 노출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변화 피로’라는 말이 있습니다. 미국의 정보 기술 연구/자문 회사인 가트너(Gartner)에서 제시한 개념인데요. 팬데믹 시기 원격 근무 등, 근무 환경의 변혁을 겪으면서 직장인들 5명 중 4명이 직장과 사회적 불확실성에 지쳐 ‘변화 피로감’을 호소한다는 내용입니다. 그 후로도 약 2년간 세상은 꾸준히 변했고, AI가 그 변화의 중심이 되었죠.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AI 피로’에 대한 논의가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레터는 광고 제작에 대해 한정 지어 전해드렸지만, AI의 활용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논의되고 있고 그 경쟁도 심해지고 있죠. 모두가 머리로는 AI를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쏟아져 나오는 AI에 대한 뉴스들, AI로 만든 이미지들에 이미 지친 사람들도 많은 모양입니다. 이번 레터를 위해 이런저런 내용들을 찾아보다가, ‘AI 피로’에 대해 이야기하는 아티클과 레딧의 글들을 발견했어요. 모두가 ‘AI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는 의무감에 지쳤던 걸까요? (갑자기 이번 레터를 보내는 마음이 조금 무거워졌네요.)
많은 사람들이 AI로 생성된 저작물들에 대한 저작권과 창의성, 윤리성,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인공지능이 잘못된 정보를 제시하는 것)에 대한 문제를 논하고 있죠. 분명 흥미롭고, 많은 고민이 필요한 내용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사람들은 AI로 인한 고용 불안을 내재화하게 되었어요.
당장 AI 때문에 잘리지는 않겠죠. 하지만 저임금의 인력이 키오스크로 대체되는 모습을 보는 지금 상황에서 ‘언젠가 일어날 일’ 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기는 어렵습니다. 만약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면, 그 고민은 여러분 혼자만의 것이 당연히 아니고, 너무 조급할 필요도 없다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구글은 마케팅 라이브를 통해 미래는 AI와 마케터의 대결이 아니라, AI를 활용하는 마케터와 그렇지 않은 마케터의 경쟁으로 변화할 것이라며 ‘AI를 활용할 줄 아는 것’에 대해 꾸준히 강조해오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AI로 대체되는 것에 대해 갖고 있는 불안감을 정확하게 알고, AI를 도구로서 활용하면 된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던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분명 지금의 단계에서 AI, 특히 생성형 AI는 현황 분석과 아이데이션의 보조 단계에 적절한 도구입니다. 결과물 상 부자연스러워서 발생하는 ‘불쾌한 골짜기’는 결국 사람이 조정을 해야 하는 요소들이니까요. AI로만 만든 광고 영상들을 보면 그런 요소들이 무엇인지 와닿으실 거에요.
그러나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고, 기술적 한계로 만들어지는 어색한 부분들도 꾸준히 개선이 될 것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아직은 사람과 AI의 창작물 구분이 쉬운 단계이지만, 개선을 통해 구분이 어려운 수준이 된다면 지금의 놀라움과 신기함도 점차 사그라들겠죠.
그래도 당분간 저는 TV와 유튜브에서 광고를 마주하게 되면, 하단에 작은 글씨로 ‘AI를 활용해 만들어진 광고입니다’ 라는 문구가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게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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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나나>의 코멘트
평소에 패션쇼 영상을 즐겨 보는 편이에요. 아직은 뜨거운 날씨의 연속이지만, 조금은 선선해진 공기를 느끼며 가을엔 무엇을 입고 지낼까 고민하는 게 제 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