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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향 May 22. 2023

시간을 이어주는 기술

그 언젠가의 추억

어느 날 밤,  잠자리에 누워 하릴없이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가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 하니?'에서 특집으로 구성한 '녹뭐복원소' 유튜브 영상을 보게 되었다. 야심한 밤에 느닷없이 눈물을 쏟는 민망한 모습을 숨기고자 이불을 덮어썼는데, 결국 남편에게 들키고 말았던 기억이 있다.


https://youtu.be/a8B3Gat9ejE


놀면 뭐 하니 출연자들은 음성을 복원해 달라는 의뢰를 받고, 의뢰인의 집으로 찾아갔다. 김지현 씨의 의뢰는 경찰로 근무하다가 순직한 아버지의 음성이 담긴 유일한 유품, 카세트테이프를 복원해 달라는 것이었다. 너무 오랜 세월이 흘러, 훼손된 것이 당연한 카세트테이프였지만, 방송관계자들은 그것을 복원해 냈고, 복원된 테이프를 재생했다. 틀자마자 잔잔한 통기타 소리가 흘러나오고, 의뢰인의 부모님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오랜만에 듣는 그리운 목소리에 모든 출연자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제작진이 준비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AI 딥 러닝 기술을 이용해 아버지의 음성으로 "지현아, 지수야, 잘 자라줘서 고맙다"는 말이 흘러나오는 것이다. 추억을 돌아보게 하는 오래된 물건과, 그것을 복원시켜 주는 기술의 합작품에 한동안 멍해졌던 것 같다.  


추억을 기록한다는 것과

시간을 거슬러 그것을 다시 이어주는 기술이

놀랍도록 위대하고 근사하게 느껴졌다.


누구나 마음속에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다. 특히 지금 볼 수 없는 이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 대상은 세상을 떠난 부모님일 수도, 갑작스러운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지인일 수도 있다. 그런 이들에게 꼭 하고 싶었던 말을 전하지 못해 괴로워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도 한때는 그랬다. 갑작스레 돌아가신 아버지께 사랑한다는 흔한 말 한마디를 전하지 못해 괴로웠던 나날들이 있었다. 꺼내고 들춰내어 글로나마 표현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다소 누그러지긴 했지만, 그리움은 여전히 무방비한 상태로 불쑥불쑥 찾아온다. 이렇게 야심한 밤에도 말이다. 이런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각종 매체에서 심심치 않게 소개되는 복원 기술은 희망을 품게 만든다. 비록 컴퓨터 그래픽이나 로봇에 불과하겠지만, 고인의 살아생전 모습을 그대로 불러오는 기술이 절실히 필요한 이들도 있다.


어쩌면 그런 세상이 도래할지도 모른다. 그리운 사람을 추억 속에 가둬두지 않아도 되는 세상. 언제 어디서든 그 사람을 다시 만나게 하고, 목소리를 들려주고, 그와 자유롭게 대화 나눌 수 있도록 해 주는 세상. 실제로 접촉하고 반응하는 수준으로까지 발전할지도 모른다. 그런 세상이 온다면 꼭 듣고 싶은 말,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


"아이고! 우리 딸 왔나?"

"그럼, 아빠를 엄청 사랑하는 딸 왔지"

너무나도 일상적인 대화지만, 꼭 한번 나눠봤으면 좋겠다.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 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추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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