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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향 Oct 25. 2023

티 심은 데 티 난다

'우울해서 빵 샀어' 당신의 대답은? ( F or T )

바로 어제의 일이었다. 늦은 오후쯤에 평소 친분이 있던 작가님들이 모인 소그룹 톡방에서 브런치, 영글음 작가님의 톡이 올라왔다. 


"저 너무 우울해서 빵 사 왔어요."


때마침 폰을 들고 있던 터라, 이 글을 확인한 나는 곧바로 이렇게 답했다.

"왜 우울해영ㅜㅜ"


뒤이어 알레 작가님도 답했다.

"왜요??!!! 누구야???!!! 누가 그랬어요?!!!!!!!!!!"


그리고 얼마 뒤 영글음 작가님의 해석이 이어졌다. 이유인즉슨, '우울해서 빵 샀어' 테스트를 한 것이며 상대방의 대답이 '우울'에 초점을 두면 F, '빵'에 초점을 두면 T라는 것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F와 T는 MBTI에 해당하는 것이며 'F(감정적) vs T(논리적)'를 구분하는 일종의 심리테스트 같은 놀이였다. 위 대답으로 보아, 나와 알레 작가님은 F에 해당하고 알레 작가님은 F 중에서도 소스윗! 매우 달달한 대답을 내어놓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나는 이 테스트가 너무 재미있어서, 가족들에게 적용해 보기로 한다. 먹잇감을 향해 슬금슬금~ 남편에게 다가갔다. 살짝 발연기를 가동하며 질문을 던져보았다.


나: (킥킥 미소를 억제하며) "나 너무 우울해서 빵 샀어."

남편: (아리송한 표정을 쓱 훑어보더니) "무슨 빵??"

나: (엥?? 이 반응 무엇?) "나 우울해서 빵 샀다니깐."

남편: (뭔 소리야 하는 표정으로) "그러니까 무슨 빵?"

나: (헐... 말로만 듣던 티가 내 남편??) "와... 놔...  ㅡ.,ㅡ"

 

남편의 반응에 발연기를 포기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어리둥절해하는 그에게 상황을 설명해 주었더니 자신도 멋쩍은 듯 웃는다. 그러고선 토를 단다. 사실 나는 진짜 우울한 일이 있었고, 빵 테스트하기 전에 남편에게 한바탕 하소연했던 터였다. 그래서 우울한 이유를 알았기에 안 물어봤다는데, 내가 듣기엔 이 변명 또한 매우 티(T)다웠다. 이 와중에 기적의 논리를 펼치다니...!


믿거나 말거나 내 남편은 명백한 티 임이 판명 났다. 이제 다음 차례는 아들이었다. 아들은 아직 귀가 전이여서 집에 들어오면 빵 테스트를 해보려 했으나 때마침 아들에게서 톡이 왔다. 옳다구나 싶어 곧바로 질문을 던져 본다.


나:  엄마 오늘 우울해서 빵 샀어.

아들: 엄마 왜??

나: 우울해서 빵 샀어.

아들: 그런데 빵은 왜 사??

나: ㅎㅎㅎ

아들: 빨리 들어갈게.


아들은 좀 아리송했다. T인 것도 같고, F인 것도 같고... 그래서 귀가 후 반응을 좀 더 캐보았다. 엄마가 우울해서 빵을 샀는데 뭐가 제일 궁금했는지 물어보자, 빵을 왜 샀는지가 제일 궁금했단다. 혹시나 했는데 아들놈도 역시 T인 것 같다. 


쉿! 이것은 비밀 아닌 비밀인데, 

한 가지 빠트린 사실이 있다.  

앞서 영글음 작가님의 톡을 보자마자 

딱 떠올랐던 내 생각을 밝히자면,

'앗. 작가님이 왜 우울하지? 그런데 빵은 왜 샀을까?'였다.

그러니까 나에게도 T가 살짝 들어 있다는...!

 

옛말이 틀린 것이 없다더니.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고

티 심은 덴 티 났다!

 

'T 부자'
** 주의 사항! **
행여나 이 글을 읽고 빵 테스트의 신빙성에 대해 논하고 싶은 분이 있다면, 그는 T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테스트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재미'에 있으니 너무 맹신하지도 말았으면 한다. 믿거나 말거나 재미로 해 본 빵 테스트 덕분에, 나는 실제로 존재했던 약한 우울감을 웃음과 함께 날려버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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