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카드_'결상비'
꿈과 결심
- 결상비(決想飛) -
마음속에 머물던 꿈이 결심의 힘으로
현실을 향해 날아오르는 순간
주일 예배가 시작되었다. 익숙한 찬송이 은은히 흐르고, 나직한 목사님의 목소리가 예배당 안을 채운다. 마음이 조금씩 고요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그날, 한 문장이 내 안을 깊게 울렸다.
"내가 지금 돌아서면 한순간에 무너져버릴 모래성을 쌓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 말이 귓가를 스치자, 가슴 한쪽이 조용히 무너져내렸다.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쌓으며 살아왔을까.
그토록 애써 움켜쥐었던 것들이, 그 말 한마디에 모래처럼 흩어져버리는 기분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꼭 쥐고 있던 것들 대부분은, 사실 놓아도 괜찮은 것들이었다. 잃지 않으려 애썼던 직장, 지켜내려 했던 가족의 평화, 아이의 꿈이 꺾이지 않게 뒷받침하던 시간들. 그 모든 게 소중했지만, 정작 그 안에서 나는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내 안의 꿈은 어느새 빛을 잃어가고, '나'라는 이름은 하루하루 희미해졌다. 그래서였을까. 어느 순간부터 '꿈'이라는 단어를 말하기조차 어려워졌다. 그저 오늘을 버티는 일에 온 마음을 쏟으며 살았다.
며칠 전, TV에서 코미디언 표인봉씨의 근황을 보았다. 한때 온 국민에게 웃음을 주던 코미디언이었는데, 이제는 목사이자 뮤지컬 제작자로 살고 있었다. 방송 화면 속 그는 한층 차분해진 얼굴로 말했다.
"저는 차갑고 이기적인 사람이었어요.
합리적인 계산 안에서만 살았죠.
하지만 그곳에서, 새로운 세상을 보았어요"
2013년 아이티 봉사활동이 그의 인생을 바꾼 계기였다. 그는 그곳에서 처음으로 '조건 없는 나눔'을 보았다고 했다. 동료였던 김원희, 김용만 씨가 힘든 사람들에게 아무 대가 없이 손을 내미는 모습을 보며 처음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느 순간 마음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나는 왜 이기적인가? 나는 누구를 위해 살고 있는가?' 그 물음 끝에서 신앙을 만났고, 기도 끝에 목사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가 봉사 현장에서 어른들의 손을 잡고 웃던 모습이 오래 남았다. 화려한 무대 위의 그보다, 누군가에게 활짝 웃으며 음식을 나누던 그 모습이 훨씬 빛나 보였다. 그 장면을 보고 나서, 내 마음에도 미세한 균열이 생겼다. '나도 이제는 조금 다르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그날 목사님의 설교 마지막 말씀이, 봄 햇살처럼 마음에 스며들었다.
"물질에 집착하지 않으려면, 그것을 꽉 쥐지 말고 살짝 붙잡고 있어야 합니다.
봄날에 살짝 걸친 겉옷처럼, 언제든 추운 이에게 벗어줄 수 있도록."
그래, 그렇게 살아보고 싶어졌다. 무엇이든 너무 단단히 움켜쥐려 하지 않고, 조금은 느슨하게, 누군가에게 필요한 순간이 오면 기꺼이 내어줄 수 있는 사람으로.
이제는 '더 많이'가 아니라 '더 따뜻하게' 사는 삶을 꿈꾼다. 내가 가진 것을 의미 있게 흘려보내며, 나의 달란트를 통해 누군가의 하루에 조금의 빛과 위로를 건네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요즘 나는 스스로에게 자주 묻는다.
"나는 무엇을 세상에 나누며 살아가야 할까?"
생각 끝에 내린 답은 언제나 '글'이었다. 글을 쓰는 동안 나는 내 마음의 중심으로 돌아간다. 말로 다 담지 못했던 생각과 감정들이 문장 속에서 숨을 쉬고, 그 문장들이 누군가의 하루에 닿을 때 세상과 내가 연결되어 있다는 걸 느낀다. 글을 쓸 때면 조금 더 나다워진다. 그 순간만큼은 세상의 기준이 아니라, 내 안의 진심이 온전히 빛을 낸다. 그래서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나는 다짐한다.
다시 써보자.
다시 나누어보자.
내 안에 머물던 꿈을, 결심의 날개로 날려보내자.
이제 나는 더 이상 모래성을 쌓지 않으려 한다. 대신 마음의 언어로 단단한 성을 세워가려 한다. 시간이 흘러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진심과 나눔으로 세워진 삶을 꿈꾼다.
결상비(決想飛)
이제, 나의 글이 나의 날개가 되어
현실 위로 천천히, 그러나 단단히 날아오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