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말랑콩떡 Mar 06. 2023

팀장님, 면담을 요청드립니다.

첫퇴사, 두렵고 큰 울림의 순간

첫퇴사,

인생 처음으로 퇴사 면담을 요청했다.

너무 떨리고 두렵기도 했지만,

나를 위하고 내 건강을 위한 선택이였고,

수개월 간의 고민으로 이뤄진 결정이였기에

확고 했다.


“팀장님, 이따가 4시에 면담 요청드립니다”

오후 3시 30분에 팀장님께 카톡을 날렸다.


회의실 예약을 하고 5분 전에 미리 착석해

앉아 있었다. 팀장님은 내동 상담 요청이나 불만이 없던 내가 무슨 면담 요청인지 의아해하시는 표정이였다.


“특별한 일은 아니고, 저 이번달까지만 하고 퇴사하고 싶습니다.”

라고 말하는 순간, 목소리가 떨려오며 눈물이 핑 돌기 시작했다. 창피해서 두려워서가 아닌, 그동안에 내가 참아온 시간들에 대한 터짐의 눈물이였다. 그동안 야근했던 것, 불공평한 대우를 눈 감고 귀 막고 모른척했던 내 모습, 맞지 않는 선배 후배와 에너지 써가며 리액션하고 관심을 표현하며 노력했던 내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몸이 아파 쉬고 싶습니다. 라고 말씀을 드렸다. 역시 사회에 잔뼈가 굵은 팀장님은 그런 표면적인 이유 말고 내면적인 이유는 뭐야? 라고 물어보신다. 솔직하게 이야기 해야 할지 말지 고민하다가 몇가지 이유를 털어 놓게 되었다.


첫번째, 근무 환경에 대한 불만 그리고 개선될 여지가 없을 거라는 것에 대한 낙담,

두번째, 외국계 기업이라고 기대했던 내 생각과는 달리 매우 수직적이고 경직된 사내 문화이다.


팀장님은 퇴사 면담 요청을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고 하신다. 통보와 어필, 그리고 어필에 대한 여지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일주일 가량 생각해 보고 회사에 이야기 해본다고 하신다.


하지만 몇개월간 지속된 고민과 짙어진 내 결정, 확신에 찬 내 생각엔 변함이 없기에 어필에 관한 여지는 전혀 없고 통보라고 말씀을 드렸다.


한편으론, 이직할 곳을 알아보지 않고 퇴사하겠다는 내가 걱정이됐는지 본인도 젊을 때 앞뒤 돌아보지 않고 퇴사한 적이 있었다며 그 때를 후회한다고 말해주시기도 했다. 걱정해 주시는 것은 감사했지만 지칠대로 지친 몸과 정신을 회복도 못한 상태에서 이직을 했을 때, 마음을 정리하지 못하고 흐트러진 마음가짐으로 이직을 했을 때 나에게 기대를 갖고 뽑는 회사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회사에 열정을 갖고, 이익 창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노동력을 만들고 가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따라서 나는 이번달 퇴사 후에는 잘 먹고, 잘 운동하고, 잘 쉬면서 1-2개월 가량 이직 준비를 해보고자 한다.


어쨋거나 사람들은 다 자기 밥그릇 챙기기 바쁘기에 누가 나를 챙겨주는 것은 귀인이고 감사한 일이지만 그 사람이 정말 나를 위해서 챙겨주는 것일까? 아마 가뭄에 콩나듯 한명 있을까 말까 할 것이다. 내가 느낀 사회는 적어도 그렇다. 하지만 그런 사람 한둘덕에 좋은 기회를 얻기도 또 내가 좋은 기회를 주기도 할 것이다.


LLB를 하며 쉬고 몸도 마음도 정리하고, 앞으로 더 나은 미래를 그려가고 싶다. 10개월 준비하고 어렵게 들어간 회사였다.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모두 말했던 또 내가 그토록 일하고 싶었던 외국계회사였다. 처음 입사할 땐 뼈를 묻겠다, 6개월이 지나고는 5년을 다니자, 1년이 지나고는 3년만 채워보자 한게 이제는 지금 퇴사해야겠다. 가 되었다. 누구나 다 3년차에 오는 슬럼프라고 하는데 나는 왜 이게 슬럼프가 아닌 곯고 곯아 터진 고름 같을까? 짜내면 시원해지고 곧이어 아물어 티도 안날 것 같다. 화장품 슥삭슥살 발라 가리면 감쪽같이 사라질 걱정과 두려움 같다. 내가 더 좋아하고 즐거워 하고 관심 있어 하는 일을 찾아가기 위한 과정이랄까…? ( 물론, 나는 이제 학생이 아닌 스스로 책임져야 하기에 돈도 생각해야겠지만…)


2년 넘게 다닌 회사를 떠날 생각하니 정이 많이 들어 찡하기도 하다. 좋은 사람들도 만났고, 좋은 추억들도 많이 쌓은 곳이였다. 나와 맞지 않거나 정말 이해 안되는 사람도 있었지만 또라이 보존 법칙 아닌가? 그런 사람들은 어딜가든 있을 것이라 그런 사람들을 안만나고 싶다는게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아니면 내가 또라이일수도 있는 것이다. 사회에는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있으니, 알아가는 즐거움도 있고, 스트레스도 당연 있을 수 밖에 없다.


나는 대기만성형이라고 항상 생각해오고 있고 믿기 때문에 혹여 잘 안되더라도 결국엔 잘 풀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힘들면 버티는 것보단, 포기할 줄도 알고 쉴 줄도 알아야 진정 자신을 돌볼 수 있는 성숙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그동안 지각하지 않고 열심히 출근한 나에게 큰 박수를 쳐주고 싶다.


다음 4월부터는 이직 일기,백수 일기로 찾아오겠다.


작가의 이전글 공대생에서 이젠 법대생으로, LLB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