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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dinary jin Jul 16. 2024

7. 네 밥에 들이는 정성 반 만이라도.

- 배달 음식과 레토르트 식품은 그만.

네 밥에 들이는 정성 반 만이라도.

주말에 아이들 밥은 누가 차리느냐, 설거지는 누가 하느냐가 늘 눈치게임이다. 

주말은 남편이 회사에 가지 않고 쉬는 날이지만, 나도 마찬가지로 쉬는 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평일인데 퇴근한 남편은 햄버거를 주문했다. 최근 한 달 사이 우리는 누가 더 많이 주문하나 내기라도 하는 것처럼 매 주말, 매 끼니마다 밥도 디저트도 다 주문했다. 너 주문했어? 그럼 나도 하지. 그래서 이번 달 생활비는 적자다. 그러거나 말거나 야금야금 모아놨던 생활비로 카드 값을 내면서 나는 남편이 배달시키면 나도 배달 앱을 켜며 같이 추락한다.


그럼 남편이 음식을 못해서 어쩔 수 없이 배달을 시키는 것이냐, 아니다.

남편은 요리를 잘한다. 어쩌면 나보다도 훨씬 잘한다. 

식품 관련 학과를 나왔고 식품 업계에 종사하고 있다. 입맛도 까다로워 음식 솜씨가 좋은 시어머니마저도 남편 입에 당신이 만든 음식이 들어가는 순간 긴장하실 정도다. 

음식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주말 4~6끼 중 한 두 번을 아이들을 위해 재료 다듬어 정성스럽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거 아닌가? 하지만 남편은 배달시키지 않을 때는 3분 요리를 꺼낸다. 레토르트 포장지를 뜯고 10분 안에 준비할 수 있는 음식. 좋다,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거니까 주말 한 번쯤 먹을 수도 있지. 근데 그게 매끼라면? 그것도 아이들에게 주는 음식을. 남편은 그런 거 조금도 몸에 해롭지 않다고 말한다. 주면 뭐 어떠냐고. 나한테 또 유난이라고 하며. '식품첨가물'이라는 글자는 남편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그는 자기가 진짜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야채 꺼내 다듬어 썰어 넣고 보글보글 정성스레 끓이면서 사이드 메뉴까지 뚝딱 준비하는 사람이다. 그 정성의 반만 아이들 밥에 나눠주면 안 되는 걸까?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남편이 3분 요리와 배달 음식만 주야장천 아이들 밥상에 내놓으면, 그다음번에야 내가 죄책감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끼며, 아이들 밥을 준비하는 거다. 하지만 그런 마음도 잠시. 내가 만든 밥을 먹는 아이들 뒤로 '딩동' 하고 남편이 주문한 음식이 배달이 오면 ‘저녁땐 쟤가 시킨 것보다 더 비싼 메뉴 주문해야지.’하고 사기를 충전하는 나. 


나도 삼시세끼 챙기며 메뉴 구상하는 거 지겹다. 주말엔 누가 밥을 뚝딱 차려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내가 한 음식은 다 거기서 거기, 다 아는 맛. 어쩌다 변화를 주어도 입 짧은 아이들은 외면한다. 그러니 남편이 주말에 레토르트 사골곰탕 국물에 국수만 말아줘도 아이들이 잘 먹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누가 더 많이 배달시키나, 서로 배틀하면서 가계 경제를 뒷전으로 미뤄두고 의미 없는 신경전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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