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작 초콜릿 하나인데, 먹으면 좀 어때?
아이들 입에 초콜릿 하나 더 넣어주는 게 사랑인가?
저녁을 먹고 TV를 보던 둘째가 아빠가 준 킨더 초콜릿을 들고 내게 와 묻는다.
‘엄마 나 이거 먹어도 돼? 아빠가 먹으라고 줬어.’
안다. 아이는 당연히 먹고 싶다. 하지만 내 대답은 ‘안돼.’.
남편은 늘 아무렇지 않게 군것질 거리들로 아이들에게 환심을 사려한다. 오늘처럼 내가 남편이 아이에게 준 간식거리를 제한하면 우리의 힘겨루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남편은 ‘아빠가 주는 건데 어때? 괜찮아. 너는 왜 다 엄마한테 허락을 받아?’ 하지만 단 것을 줄이기로 엄마와 약속한 아이는 손에 쥔 초콜릿과 단호한 내 목소리 사이에서 갈팡질팡 어쩔 줄 몰라한다. 이게 무슨 코미디인가. 아이에겐 너무 가혹한 상황이다. 한두 번은 내가 눈 감아주고, 한 두 번은 남편이 양보한다. 이러나저러나 아이에게 갈대처럼 휘청이는 기준을 들이미는 것과 같다. 부모 마음대로 어떨 때는 먹으라고 하고 어떨 때는 안된다고 하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
둘째 아이는 아토피가 있다.
팔, 다리 접히는 부분, 손목, 뒷목까지 아이는 자주 긁는다. 점차 자라면서 긁는 것이 줄어들긴 했으나, 계절의 변화가 시작되면 다시 제자리다. 아이는 3세 때쯤 전문 병원에서 알레르기 검사를 했는데, 80개가 넘는 알레르기 유발 가능 물질 중 아이에게 해당하는 물질이 한 가지도 안 나왔다. 심지어 집 먼지 진드기 같은 것도 안 나왔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피부가 말썽일까. 담당 선생님은 결과지를 보시더니 다행히 이 중엔 없지만, 아주 강력한 아토피 유발 물질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식품첨가물’이라고 하셨다. 꼭 그것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그것일 수도 있다는 알쏭달쏭한 식품첨가물. 그러니까 당연히 머릿속으로 알고 있었지만 둘째니까 그냥 일찍 시작했던 아동용 음료수, 초콜릿, 과자, 캐러멜 등등이 내 아이의 아토피 원인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 그런 군것질거리 애들 몸에 뭐 좋을 게 있겠어. 하며 굳이 자주 주지 않는 나에 비해, 남편은 ‘아직 애인데 그냥 주면 좀 어때? 우리 어릴 땐 다 먹고 자랐잖아.’의 마인드이다.
새벽에 잠 못 자고 짜증 내며 벅벅 긁는 아이 보는 것도 내 몫이고, 좋다는 크림, 오일 알아보며 병원 들락날락하는 것도 내 몫이다. 그러니까, 남편은 이런 내가 꼭 눈을 흘겨야만 아이에게 내밀었던 초콜릿을 슬그머니 다시 제자리로 갖다 놓는 것이다.
첫째 또한 식품첨가물 가득한 군것질 거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초등학교 3학년인 아이는 이제 성조숙증을 걱정해야만 하는 나이인 것이다. 과자, 초콜릿, 아이스크림 등 군것질 거리를 많이 먹으면 성조숙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더라. 이렇게 말해도 당연히 남편은 콧방귀만 뀐다.
아이들에 대한 나의 걱정은 남편에겐 그저 유난일 뿐이다.
“요즘 엄마(너를 포함한)들은 왜 그렇게 유난이야? 도대체 성조숙증이 뭐가 문제야? 옛날에도 성조숙증 걸린 애들이 많았을 텐데, 그땐 이렇게까지 호들갑 떨며 성장 억제 주사 맞히는 분위기 아니었잖아? 키 안 클까 봐 그래?” 분명히 본인 가까운 친구 자녀가 그런 치료를 하고 있는데도 별 심각성을 느끼지 못한다.
“키가 문제가 아니야. 초등학교 3학년 여자애가 쉬는 시간마다 화장실에 가서 본인 스스로 생리대를 갈 수 있을 것 같아? 최소한 초등학교 고학년은 돼야 하지 않겠어? 그러니 그때까지 몇 년을 주사를 맞으며 견디는 거지." 이런 내 대답을 들어도 남편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아니면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얘기야.’ 하며 대책 없는 믿음을 갖고 있던가.
아이들이 혼란스럽지 않게 같은 목표와 기준을 가지고 아이들을 키우고 싶다.
우리가 어렸을 때 자라온 환경과 지금의 환경이 다름을 인정했으면 좋겠다.
너무도 다른 남편과 나.
우리는 이대로 평생 같이 살 수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