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짓다 Aug 10. 2022

마흔일기_가을 준비

흑설탕사과절임


휴가 기간동안 냉장고에서 시들어진 사과 두 알을 보았다. 흑설탕처럼 묵직한 날씨에 형광등 하나 켜지 않고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다 문득 갓 구운 와플에 바삭한 식빵 한 장 위에 설탕에 절인 사과 한 조각 올려 먹고 싶어져 나무도마를 꺼내 사과를 편썰었다.


하얀 설탕의 깔끔함 보다 카라멜이 입혀진 묵직한 흑설탕이 생각나는 걸 보니 거짓말처럼 온 뒤늦은 장마와 물러섬이 보이지 않는 폭염 사이로 가을이 발을 드밀긴 했나보다. 크림치즈를 펴발라 절인 사과 올려 견과류를 흩부린 바삭한 빵 조각을 떠올리니 자연스레 따신 커피가 생각난다.


스무살의 가을은 우스꽝스럽지만 어른이고 싶어 알지도 못하는 떨떠름한 레드와인 한 잔을 마시던 밤도 있었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다시금 맞은 두번째 스무살, 마흔은 첫 스무살과 그때와 사뭇 다르지만 또 그때와 비슷하게 가보지 않은 길을 고심하며 찾아가고 있다.



마흔의 가을은 어떨까?


냉장고 속 사과를 썰고 소독한 유리병에 넣고 흑설탕이 녹는 걸보며 우리 아이들과 어떤 가을 맛을 즐길까 고심하는 지금처럼 만나지는 것을 떠올려지는 데로 실행해보며 지어가봐야지.

작가의 이전글 다시,시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