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설탕사과절임
휴가 기간동안 냉장고에서 시들어진 사과 두 알을 보았다. 흑설탕처럼 묵직한 날씨에 형광등 하나 켜지 않고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다 문득 갓 구운 와플에 바삭한 식빵 한 장 위에 설탕에 절인 사과 한 조각 올려 먹고 싶어져 나무도마를 꺼내 사과를 편썰었다.
하얀 설탕의 깔끔함 보다 카라멜이 입혀진 묵직한 흑설탕이 생각나는 걸 보니 거짓말처럼 온 뒤늦은 장마와 물러섬이 보이지 않는 폭염 사이로 가을이 발을 드밀긴 했나보다. 크림치즈를 펴발라 절인 사과 올려 견과류를 흩부린 바삭한 빵 조각을 떠올리니 자연스레 따신 커피가 생각난다.
스무살의 가을은 우스꽝스럽지만 어른이고 싶어 알지도 못하는 떨떠름한 레드와인 한 잔을 마시던 밤도 있었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다시금 맞은 두번째 스무살, 마흔은 첫 스무살과 그때와 사뭇 다르지만 또 그때와 비슷하게 가보지 않은 길을 고심하며 찾아가고 있다.
마흔의 가을은 어떨까?
냉장고 속 사과를 썰고 소독한 유리병에 넣고 흑설탕이 녹는 걸보며 우리 아이들과 어떤 가을 맛을 즐길까 고심하는 지금처럼 만나지는 것을 떠올려지는 데로 실행해보며 지어가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