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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찬준 Feb 13. 2020

요리하듯 경영하자 2

#사장일기, 요리와 경영의 닮은점 2

지극히 개인적인 사생활에서 비롯된 이번 사장일기를 쓰는 와중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에서 4관왕을 차지했다는 엄청난 소식을 들었다.

나는 사실 <기생충>을 보는 내내 정말 한국적인 냄새가 많이 나는(반지하, 소독차, 곱등이, 대학생 과외, 짜파구리 등) 이야기여서, 해외 영화제에서 이렇게 많은 상을 받는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번 아카데미 수상을 계기로 수많은 기사와 자료들이 다시금 <기생충>에 대한 분석을 하고 있는데,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과 관련해서는 아래 이야기가 참고로 볼만하다.

<기생충은 어떻게 아카데미 작품상을 타게 됐을까 https://blog.naver.com/cine_play/221804955696 >


내가 사장일기에 <기생충>을 소환한 이유는, 이전 작품에서부터 봉테일이라 불리는, 봉준호 감독 영화의 디테일 때문이며, 앞선 일기에 이어, 요리와 경영의 닮은점 네번째도 바로 이런 디테일에 관한 내용이다.




4. 디테일이 중요하다.


요리를 하다 보면 작은 것에서 맛의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다. 이를 테면 다시마와 멸치로 육수를 만들 때, 두 재료를 같이 넣고 끓이는데, 육수가 끓기 시작하면 다시마는 먼저 건져내고 멸치로만 몇 분간 더 끓여야 떨떠름한 맛이 없고 깔끔한 육수가 만들어진다. 백종원 대표가 볶음 요리를 할 때 보면, 잘 달궈진 팬에 기름을 붓고, 대파를 먼저 넣어 파기름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이렇게 하면 전체적인 향과 맛이 좋아진다. 반면에, 대부분의 찌개 요리에서 대파는 맨 나중에 넣는다.


안따라한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따라한 사람은 없다는(?) 파기름.. 한번 따라해보자. 볶음 요리의 수준이 높아진다.


나물 등 무침 요리를 할 때는 간을 다한 다음, 참기름과 통깨를 맨 마지막에 넣으면 처음부터 같이 넣고 무친 것보다 훨씬 좋은 맛을 낼 수 있다. 이렇듯 요리의 순서나 과정 중의 디테일한 부분을 챙기면 보다 수준 높은 요리를 할 수 있게 된다.


회사에서도 디테일은 중요하다. 프로젝트의 기획, 디자인을 진행할 때는 컨셉을 잡고 그 컨셉에 따라 세세한 부분들을 그려낼 수 있을 때, 결과물의 퀄리티가 높아진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컨셉은 ‘국가대표’이다. 풀어내기 다소 어려운 컨셉을 잡았는데, 국가대표를 상징하는 다양한 시각적 요소들을 기획에서 뽑아내고, 세세하게 디자인에 반영한 후, 마이크로 애니메이션을 접목함으로써 고객의 만족을 높일 수 있었다.

사장은 프로젝트에서의 디테일 뿐 아니라, 구성원들의 생일, 관심사, 좋아하는 음식 등을 세세하게 기억하고, 챙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기본적인 복리후생을 잘해주는 것 못지 않게 직원들은 이런 디테일한 부분을 챙길 때 더 큰 만족감을 느끼기도 한다. (아직 작은 기업일수록 더욱 중요하다.)


봉준호 감독이 직접 그린 영화 기생충 초기 스케치, 오스카 4관왕의 원동력은 이런 디테일 때문이지 않을까.. 이미지 출처 : 마이데일리


5. 플레이팅이 품격을 높인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은 예로부터 플레이팅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일 것이다.

내가 집에서 서버이벌 스타일로 주로 한식을 담당한다면, 아내는 한식보다는 양식을 더 잘한다. 아빠가 차려준 밥상을, “음~ 맛있네..”하면서 먹는 아들, 엄마가 차린 밥상은 보자마자 “와~~”하는 환호성이 먼저 나온다.


아내의 플레이팅 솜씨는 확실히 나보다 낫다.. 의문의 1패..


브랜드 경험을 만드는 회사에서 플레이팅은 매우 중요하다. 최종 완성물을 어떻게 고객의 입맛을 당길 수 있게 차려내느냐 하는 부분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완성물을 만들기까지의 과정 중에도 다양한 상황에서 플레이팅이 필요하다.


- 보고

“내일 보고는 실무자들만 참석하니까 편안하게 하시면 됩니다”라는 고객의 요청이 있어도, 일단 ‘보고’라는 타이틀이 붙으면 최대한 격식을 차려서 진행한다. 실무자들만 참석하는 경우, 대부분 자료를 프린트해서 스태플러 찍어서 나눠주고 앉아서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프리젠테이션 하듯이 화면을 보면서 앞에서, 격식을 차려서 보고하면 고객들도 더 잘 집중하게 된다. 게다가 사장님이나 임원 등 윗 분들이 없는데도 이렇게 보고했을 때, 그 자리에 참석한 실무고객들은 더 만족하게 된다.

- 디자인 시안

디자인 시안을 보여주는 자리에서는 최대한 많은 화면을, 움직이는 형태로 만들어서 보여준다. 모션이 없는 디자인은 아무리 말로 설명해도 고객이 우리의 의도를 쉽게 따라오지 못한다. 모션이 들어간 디자인 시안을 보여줬을 때, 밝아지는 고객의 얼굴을 볼 수 있다.

- 문서

10장의 워드 문서보다, 적절한 이미지가 들어간 1장의 PPT가 나을 때가 많다. 좋은 커뮤니케이션은 내 머리 속의 그림이 상대방의 머리 속에 똑같이 그려지는 것이다. 고객이 나와 같은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문서를 만드는데 노력을 아끼지 말자.


나와 우리 직원들의 땀과 열정이 담긴 결과를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한 다양한 플레이팅에 사장은 늘 온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6. 설거지와 주방 정리까지가 요리의 끝이다.


음식점 주방에서 일을 할 때, 맨 처음 하는 일은? 설거지이다. 힘들고 귀찮은 일이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정성들여 만든 음식을 깨끗하고 정갈한 그릇에 담아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은 아닐까. 집에서 음식을 맛있게 먹었는데, 주방에 산더미처럼 설거지할 그릇이 쌓여 있다면, 좀 전까지 맛있게 먹은 음식 맛을 잊어버릴지도 모른다. 식당도 맛집일수록 주방이 깔끔하다.


골목식당 최초로 주방 점검을 안한 포방터 돈까스집.. 음식을 보면 주방이 어떨지, 안봐도 비디오..


요리의 끝은 맛있게 먹고 트림하는 것이 아니라 설거지와 주방 정리인 것처럼, 일 잘하는 PM(Project Manager)은 프로젝트가 끝났을 때, 이제 끝! 하고 덮어둔 채 쳐다보지도 않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 종료 후 항상 리뷰의 과정을 갖는다.

프로젝트가 끝난 후 회식을 하는 이유도, 그간 고생한 팀원들의 노고를 격려하기 위함도 있지만, 프로젝트 기간 중에 있었던 여러가지 이슈, 커뮤니케이션 과정, 팀원들간의 관계, 결과물에 대한 아쉬움 등을 돌아보고, 다음 프로젝트에서 더 나은 성과를 만들기 위한 공유의 시간을 갖고자 함이 더 크다고 하겠다.




2편에 걸친 요리와 경영의 닮은 점을 쓰면서, 나도 다시 한번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참고로 활용한 이미지 중에 골목식당의 사례들이 있는데, 업이 다를 뿐, 식당이나 소기업 사장이나 그 안에서 겪는 일들은 일맥상통한다. 요리와 경영 모두, 처음부터 끝까지 진심으로 정성을 다할 때.. 언젠가 누군가는 그 진심을 알고 우리를 응원하고, 우리의 팬이 되어, 우리의 성장을 함께 해줄 것이라 확신한다.

자영업자, 소상공인 사장님들, 오늘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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