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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찬준 Feb 07. 2023

손님에 대한, 음식에 대한 진심

#사장일기, 내 일에 진심을 다하는가

제대로 만든 중국음식은 먹은 후 속이 편안하다.

그런데 보통은 짜장면, 짬뽕 같은 중국음식을 먹은  속이 더부룩하고 부대끼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지난 일요일 점심으로, 최근에 몇 번 가게 된 중식당 ‘진진’ 옆에 간짜장과 만두를 파는 ‘진향’이라는 가게가 따로 있는 것을 알고 가보게 됐다. 2시가 조금 안된 시간에 도착하니 밖에는 ‘일시 매진’ 푯말이 걸려 있었고, 마침 밖으로 나오신 쉐프님(겸 사장님, 나중에 찾아보니 왕육성 사부님이시라고)이 식사가 되는지 물어보려던 아내와 마주친 후 “일부러 찾아 오셨는데 해드려야죠.”라고 웃으며 가게 안으로 안내하셨고 본인은 주방으로 들어가셨다.

메뉴는 딱 세가지, 간짜장, 군만두, 찐만두. 11시에 문을 여는데 2시면 재료가 소진되어 마감을 한다고.

지금껏 경험해본적 없는 간짜장 소스

쉐프님이 직접 만든 간짜장은 정말 훌륭했다. 짜지도 달지도 않은 적당한 간에 청양고추로 느끼함을 잡고, 신선한 고기와 야채, 특히 호박과 가지가 들어간 짜장소스는 처음 경험하는 간짜장의 식감을 선사했다. 사실 간짜장 정도는 본인이 직접 하지 않으셔도 될텐데 생각했다. 그러나 먹어보고 알았다. 아, 음식에 진심을 다하시는구나. 나중에 기사를 보니, 짜장면을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만들고 싶어서 지금도 연구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는 내용을 보고 적잖이 감동 받았다.




우리가 다 먹어갈 때쯤 어르신 한 분이 혼자 들어오셨는데, 직원분들과 식사를 하다 말고 직접 손님께 다가가신 쉐프님은 신문기사를 보고 멀리서 일부러 찾아왔다는 말에, 우리를 안내하셨던 모습 그대로 또 웃으며, “일부러 찾아 오셨는데 해드려야죠”라는 말씀과 함께 주방으로 들어가 다시 한번 직접 웍을 잡으셨다. 우리와 어르신을 대하는 모습에선 손님에 대한 사장님의 진심이 느껴졌다.


한편으로 나는 내가 하는 일과, 우리 회사의 고객들에게 정말 진심을 다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미 성공하신 사장님께서 본인 가게를 찾아주신 손님 한 분도 그냥 돌려보내지 않고, 귀찮아 하지 않고 오히려 웃으며 안내하고 손수 음식을 만드시는 모습은 존경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가게를 나서며 비록 간짜장 한그릇이지만 손님과 음식에 진심을 다하는 사장님의 모습에 훌륭한 한끼를 대접 받은 느낌이 들었다. 물론 속도 편안했다.

이러한 사장님의 진심이 음식에, 그리고 가게를 방문한 손님의 마음에 그대로 녹아들어 미슐랭 식당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진심은 남는다. 오래도록.


#손님에게진심 #음식에진심 #서교동진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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