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평범 Feb 01. 2024

계획을 대체 왜 짜?

어차피 계획대로 안 될 건데

사진: Unsplash의 Felipe Furtado








1. 업무 협조 건을 모두 처리해 냈다.


신규사업에 어떤 비용을 얼마큼 썼는지까지 정리하고 끝! 원래는 더 일찍 넘기고 싶었는데 기한일까지 꽉 채우고 말았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이제 내가 생각하는 '내 일'을 해볼까 했는데. 그랬는데 오늘 아침에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메일이 있었다.


기존 거래처들의 계약 조건 내용 검토를 비롯하여 신규 작성한 건들에 대해 공유해 달라는 메일이었다. 2월 2일, 이번주 금요일까지 회신해 달라고 한다.


벗어난 줄 알았는데 벗어나지 못했다.




2. 경력자가 뽑혔다.


오늘 대표가 참석하는 2차 면접이 있었는데, 1차 면접 때 참석하지 않았던 나도 같이 참석하게 됐다. 


대표의 물음과 면접자의 대답은 아주 숨 막힐 정도였다. 그러니까, 정말 숨이 막힐 정도로 질문하면 바로 대답, 바로 꼬리 질문, 추가 대답 이런 식이 었다. 이전에는 이렇게 숨이 헐떡거릴 정도의 핑퐁핑퐁은 아니었는데 말이다. 


대표가 이것저것 묻더니 생각보다 면접이 빨리 끝났다. 대표와 팀장이 잠깐 자리를 비운다. 그 사이에 나는 면접자에게 궁금했던 점들을 물어봤다. 


면접자가 가진 경력이 현재 이 팀에 있는 그 누구보다도 길었기 때문에 들어오면 마케팅을 잘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답변이 소극적이다. 처음에 입사하면 먼저 적응부터 잘하고 배우고 열심히 하겠다는 식이다. 7년 차의 경력자에서 나올만한 대답인가 싶었다.


이전회사에서 3년 넘게 일했는데, 직급이 없는 회사에서 일해서 사원이었단다. 그렇다 보니 해본 업무는 많지만, 누군가를 이끌거나 혹은 누군가를 설득해 볼 경험이 적었던 것 같다. 이 부분이 조금 아쉬웠다.


대표가 한 면접 질문 중 꿈이 뭐냐고 물었었는데 '소소하게 사는 것'이라는 모호하면서 잔잔한 느낌의 꿈을 말했었다. 


'열정' 없는 사람 같았다. 7년 차면 다들 이러한 건가. 


팀장도 2차 면접이 되어서야 그런 부분들이 느껴졌던 모양이다. 그래서 면접 말미에 팀장이 혼자 들어가서는 아주아주 겁을 주었단다. 들어오면 대리급이고 다른 사람들은 주임, 사원인데 선임으로서 팀원들을 이끌어야 한다며. 그리고 지금 분위기가 아주 잔잔한데, 그 분위기를 계속 유지하고 싶진 않으니 열정적으로 에너지 있게 일을 해주어야 한다며.


내가 봤을 때 이 사람은 그런 느낌의 사람은 아니었다. 업무 하는 것보다 저런 얘기를 들어서 겁을 먹었을 것 같다. 


팀장은 면접자에게 뽑고 싶다고 말했고, 면접자는 생각을 해봐야겠다고 대답했단다. 그래서 팀장은 이번주 금요일까지 전화를 달라고 했다.


그리고 당일 오후, 팀장이 내 자리로 돌진해서 오더니 "오신대요."라고 말했다. 


어찌 됐든 나의 결론은 '좋은 사람을 뽑자.'였다. 이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열정이 부족한 태도라고 해서 쉬이 판단할 수는 없을 터. 들어오면 함께 에너지를 모아 열심히 일하게 만들 분위기를 나도 만들어야겠다.




3. 중간 경력의 팀원이 자리를 비우니 그의 일이 모두 내 것이다.


아직 신입 사원들은 일을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다. 


오늘 1년 넘게 일하고 있는 팀원이 갑작스럽게 몸이 안 좋아 출근을 못했다. 그러면 그 아래 경력의 팀원이나 윗 경력의 팀원이 대신 일을 맡아줘야 하는데 아래 경력은 아주 신입이고, 바로 윗 경력자들은 지금 다른 브랜드에 배치가 되어 있어서 내가 처리를 해야 하는 것이었다.


부재한 팀원의 업무를 대신하다 보니 30분이 훌쩍이다.


그리고 오후, CS전화가 울린다. 전화를 받 팀원의 목소리가 들리지만, 업무에 집중해서 그런지 잘 들리지 않는다. 그러다니 "잠시만요" 전화기에 대고 말하더니 나를 보고 '그 클레임 고객'이라는 것이다. 지지난주에 발생했던 클레임인데, 아직까지 처리 완료가 안 됐다.


제품 이상이 아니라서 보상진행이 안되는데, 제품 때문에 뭣도 구입하고, 정신적인 피해보상이 어마무시하다며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다. 


지난 통화에서는 보상은 어렵고, 바라는 게 있는지 물어봤었는데 돈 천만 원을 얘기했었다. 솔직히 도의적인 책임으로 어느 정도는 처리해주고 싶다는 생각이었는데 천만 원이 나오니 이건 아예 해줄 수가 없다.


그래서 법무팀 실장에게 조언을 구하니 우선 결과리포트를 고객에게 보내고 계속 보상을 요구하고 방송에 내보내겠다느니 하면 업무방해죄와 명예 훼손죄가 될 수 있다고 말하라고 했다. 거기까진 가고 싶지 않았는데.


오늘 통화에서도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하면서 들어주는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좀 누그러졌는지 이 일 때문에 산 제품 비용만이라도 달라고 한다. 하지만 그걸 주는 순간 우리 제품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고 보상이 되어 버리니 그렇게는 회사에선 도저히 처리해 줄 수가 없다. 고객이 도의적인 책임을 얘기하길래 그래서 그만큼의 제품을 보내드리려고 한다니까 우리 제품은 받고 싶지도 않다더라. 그럼 정말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하니 "방송에 내보낼게요. 괜찮죠?" 묻는다. "안 괜찮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물음에 대한 답을 해줘야 하니까. 


몇 번의 명예훼손 및 협박에 해당하는 말을 한 것 같은데 기억은 잘 안 난다. 통화녹음은 잘 되고 있었다. 




4. 피그마를 써봤다.


피그마 툴을 써봤는데 피피티보단 좋은 것 같다. 우리야 2010 버전의 파워포인트를 쓰고 있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다른 업무로 메시지를 나누던 디자이너에게 피그마로 작업한 디자인 수정 요청 문안을 보냈는데 보기가 좋다더라. 피피티보다 훨씬 더. 


툴을 익힐 시간은 필요한 것 같다. 하지만 무거운 파일을 올려놔도 버벅거림도 없고 한 페이지를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좋다. 이거 쓰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대리를 언제 다냐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