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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물리학: 프롤과 에필〉

제8부. 맛집과 도시의 감각, 사랑의 일상 (4)

by 원성진 화가

프롤은 가방에서 작은 노트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그 속에는 여행 중 찍은 사진과 짧은 문장들이 적혀 있었다.

“맛의 기억은 사랑의 증거.
골목길 속 우리의 걸음은 시간의 기록.
우리는 이렇게, 매 순간을 함께 느끼며 사랑을 쌓아간다.”

에필은 한 장 한 장 넘기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사진 속의 그들은 웃고 있었고, 각 도시의 냄새가 종이 사이에서 피어나는 듯했다.

그녀가 말했다.
“이건… 우리가 함께 만든 작은 세계 같아.”
프롤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우리만의 세계.
세상이 아무리 바빠도, 여기서 우리는 온전히 함께야.”


그날 밤, 두 사람은 골목의 향기와 도시의 숨결을 품은 채 잠들었다.

도시는 잠들었지만, 그들의 감각은 깨어 있었다. 그들의 사랑은 이제 냄새와 맛, 온도의 기억으로 존재했다.


프롤은 마지막으로 노트에 적었다.

“사랑은 맛이다.
맛은 기억이고, 기억은 시간이며,
우리가 함께 느낀 모든 순간이 곧 사랑이다.”


에필은 그 글을 읽으며 미소 지었다. 프롤은 늘 그렇게 많은 추억을 계속해서 회상할 수 있도록 글을 남겼다. 그리고 둘은 서로의 손을 꼭 잡은 채, 도시의 숨결 속에서 사랑의 일상을 완성했다.

그날의 골목은 조용히, 오래된 나무처럼 그들의 기억 속에 뿌리내렸다.


사랑의 일상


서울 골목의 따뜻한 김 속에서
우리의 입맛은 서로를 배우고,
하얀 면발처럼 감정이 가늘게 이어졌다.


도시는 냄새와 온도로 말을 걸고
우린 그 말에 귀 기울이며
서로의 세계를 천천히 먹어 치웠다.


여행지마다 남은 향기는
발효된 기억처럼 마음속에서 부풀어 올라
사랑의 작은 노트를 채웠다.


결국 알게 되었다.
사랑은 매일의 맛과 숨결이 천천히 익어가는
따뜻한 시간의 수프라는 것을.


<9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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