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랑의 물리학: 프롤과 에필〉

제10부. 시공을 넘어 하나로, 사랑의 완성 (1)

by 원성진 화가

[시간과 공간이 자꾸 어긋나는 두 사람은

서로를 놓지 않은 채 기억과 데이터 속에서 사랑을 이어간다.

천 년 뒤, 시간은 공명으로 변하고 그들은 서로의 세계로 진동하며 도달한다.

모든 순간이 하나로 수축되는 자리, 그들의 사랑은 존재로 합쳐진다.]


2026년의 서울.
가을은 잔잔한 황금빛으로 도시를 물들이고 있었다.

은행잎이 바람에 흩날리며 골목 위로 쏟아지고, 프롤은 익숙한 길을 걷고 있었다.

그의 스마트폰 속에는 수많은 사진과 메시지가 저장되어 있었다. 에필과 함께한 골목길, 산책로, 카페, 산길, 그리고 바닷가의 기억들. 그들은 여전히 서로를 사랑했지만, 그 사랑은 늘 ‘거리’ 위에 놓여 있었다.


서울과 부산, 강릉과 군산. 제주와 그 밖의 도시들.

도시는 다르지만 하늘은 하나였다.

그러나 그 하늘 아래서 두 사람의 시간은 종종 어긋났다.

프롤이 일하는 낮에, 에필은 바다의 노을을 보고 있었고, 에필이 잠드는 새벽에, 프롤은 아직 불 꺼지지 않은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세상을 살아가면서도, 한 세계 안에서는 결코 만날 수 없는 존재처럼 느껴졌다.

그럼에도 그들은 사랑을 놓지 않았다.

이메일, 사진, 짧은 음성메시지, 그리고 밤마다 이어지는 영상통화 속의 미소. 그들의 사랑은 ‘데이터’라는 이름으로 세계의 어딘가에 저장되었다. 그러나 그 데이터는 언제나 현실보다 희미했고, 화면 속의 얼굴은 온기의 부재를 상기시켰다.


어느 날, 에필은 프롤에게 한 통의 이메일을 보냈다.

“만약 우리가 시간을 넘을 수 있다면,

서로의 세상을 오가며 사랑을 완전히 꽃 피울 수 있을까?”

그 문장은 마치 시의 한 행처럼 프롤의 마음에 남았다.


그는 답장을 쓰며 긴 숨을 내쉬었다.

“그럼. 언젠가 그런 세상이 올 거야.
그리고 그날 우리는 시작이자 끝이 될 거야.”


그날 이후, 프롤은 가끔 하늘을 올려다보며 생각했다.
'시간이란 정말 선(線)일까, 아니면 끝없이 접히는 면(面)일까?' 그가 알고 있는 모든 철학자들은 '시간은 흐른다'라고 말했지만, 그는 어쩐지 그것이 맞지 않다고 느꼈다. 어쩌면 시간은, 사랑이 그것을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흐르는지도 모른다.


<계속>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사랑의 물리학 마지막을 앞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