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워킹홀리데이
숨이 턱턱 막히던 여름 날씨를 피해 시원함과 쌀쌀함 그 언저리에 얹혀있던 이곳에 도착했다. 막연히 '새로운 경험'을 외치며 도착한 호주는 나에게, 그야말로 다른 세상이 아니었나 싶다. 겁 없이 캐리어 하나 들고선 연고 없는 이곳에 도착한 대가는 냉정했다. 한국에선 0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 0이 아니었고, 외로움을 타지 않는 사람인 줄 알았던 나는 누구보다 외로움에 약한 사람이더라.
그래도 행복했다. 예상치 못한 변수들에 쉽사리 휘청일 수밖에 없는 우리네 신분은 어떨 땐 서럽기도, 또 어떨 땐 후련하기도 했더랬지. 그렇게 나는 호주에서 어쭙잖은 영어로 밥벌이를 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며 스스로의 세계를 넓혀갈 수 있었어. 운이 좋게도 마주했던 대부분의 이들은 따뜻했으며, 그들의 보살핌 아닌 보살핌 속에 은은하게 머물고 있어. 그렇게 멜버른은 나의 두 번째 고향이 되어버렸구나.
덕분에 다양한 경험이라는 말로는 다 담을 수 없는 경험들을 머금었다. 꽤 많은 이들의 반대를 뒤로하고 떠났던 호주행에 대해 일말의 후회도 없는걸 보면 이 시간들이 또 다른 나를 만들어준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하지만 이곳에서 견뎌내야만 했던 그 많던 이별엔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더라.
수많은 끝을 맺어왔지만 이 감정에 아직 무뎌지지 않는 걸 보면 아직도 나에겐 남은 이별들이 많나 보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또 이런 감정에 휩싸여야만 하는 건지 아득해지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겠지. 날 떠나도 떠나지 않는 사람들, 이렇게 간직하길. 그렇게 시간 지나 나는 또 이곳에 있겠지. 그저 아무 일 없던 것처럼.
고마워요. 덕분에 행복했어요. 우리 또다시 멜버른에서 만날 수 있을까. 문득문득 생각날 것 같아. 이제 저도 꿈에서 깰 시간이네요. 제 기억의 한 부분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실에서 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