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흐린 하늘로 머물어있던 날이다. 그러다 방심한 사이, 침대 머리맡으로 흘러내려오던 햇살에 놀라 고개를 돌렸다. 침대에서 내려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배갯면 움푹 패인 곳에 고여들 무렵, 짙은 구름 틈으로 보이던 하늘빛도 이내 자취를 감췄다.
멜버른의 하늘은 늘 이런 식이다. 어느 날은 구름 한 점 보여주질 않다가 또 다른 날은 어디에 숨겨뒀는지도 모를 그 많은 구름들을 품고와 하늘을 가득 메워버리곤 하더라.
잊고 지냈던 모든 것들이 사무치도록 그리워지는 날이다. 이상하리만치 오랜 시간 느끼지 못했던 그리움이었다. 꽤 많은 이들이 그리움과 눈물을 맞바꿀 때 같은 감정을 느끼지 못했던 스스로를 보며, 나는 내가 그런 사람인 줄로만 알았다.
괜찮은 줄 알았다. 아니, 괜찮아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견디고 있는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투정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내 삶을 물어봐 주는 이들의 질문에 그저 괜찮다는 말로 그 많은 이야기들을 덮어보려 했다. 하지만 그런 나의 시도를 비웃듯 어느샌가 발가벗겨진 나의 감정을 오늘에서야 마주해버렸구나.
하염없이 가라앉는 날, 떠오르는 것들이 있었다. 이곳에서도, 그곳에서도 나는 괜찮아야만 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 보이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은 아니지만, 적어도 걱정시키고 싶진 않았다. 아니, 그 걱정을 감당해낼 자신이 없었다. 그렇기에 내가 마주한 것들, 감정들은 내 스스로 감당해 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타인에게 나의 감정을 말하는 것에 익숙지 않아 그저 혼자 감당해 오는 것에 익숙해져 버렸거든.
하지만 나는 여전히 어렸고, 괜찮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었다. 너무나도 당연스러운 말이지만 나도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었나 봐. 나에게도 어른이 필요했나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