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버른, 호주 워킹홀리데이
누군가는 설레는 마음을 안고, 또 다른 누군가는 걱정과 아쉬움을 안아들고 떠났던 곳에서 그리워하던 그곳으로 다시 돌아왔다. 처음 마주했던 이곳의 청량함은 앞으로 경험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각자 또 다른 즐거움으로 두 번째를 채워나가고 있지 않나 싶다. 확실히 무료하지 않은 매일을 지내고 있는 요즘이다.
생각해 보면 한곳에서 꾸준히 다양한 것들을 마주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케언즈를 제외하고서도 멜버른에서만 일 년을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이곳은 너무나도 편하고 즐거운 곳임은 분명했다. 그럼에도 작년엔 찾아볼 수 없는 무기력증을 소화해 내기 위해 홀로 있는 시간마다 생각에 잠겨야만하는 나 자신을 오늘에서야 발견했다.
하고 싶은 게 많아 떠나온 호주였다. 지금의 나는 뭘 하고 싶은 걸까. 이곳에 온 이후로 이렇게나 하고 싶은 게 없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고 싶은걸 이미 해봤기에 미련이 없는 걸까, 아니면 이젠 조금 무기력해진 걸까. 어른이라지만 어른이라기엔 애매한 순간을 살아가고 있다. 떠남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카롤리나의 말이 겨우 익숙해진 곳을 곧 떠나야만 하는 내 머릿속에 맴돌고 있다.
내겐 너무나도 소중한 멜버른을 떠나고 싶지 않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다음 호주는 다른 지역을 거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애들레이드로 들어갈 수 있길 바라고 있지만, 인생은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 주지 않기도 하기에 퍼스와 캔버라, 타즈 마니아까지 고려하게 될 수도 있다고. 선샤인 코스트도 가능하다지만 퀸즐랜드로는 가고 싶지 않은걸. 퀸즐랜드는 케언즈 하나로 만족해.
멜버른으로 돌아오면 그때의 멜버른은 또 다르겠지. 너무나도 먼 훗날 같아 상상이 안되지만, 그땐 워홀러로서가 아닌 직장인으로서 마주하는 멜버른일 테지만, 그때만의 무언가가 또 기다리고 있겠지.
보고 싶을 거야. 벌써부터 그리워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