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버른, 호주 워킹홀리데이
이게 얼마 만에 써보는 글인가. 그동안 꽤나 정신없는 생활을 이어 나가다 보니 글을 쓸 여유가 없었던 게 아닐까 하다가도, 그저 글 쓰는 것에 있어 나 자신이 게을렀던 것뿐이었다는 걸 애써 외면하려 했던 날것의 핑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보기로 했다.
예상치 못한 것들로부터 다가오는 낯섦을 온몸으로 맞이하고 있는 요즘이다. 새로운 이들로부터 다양한 삶을 듣는 재미도, 그들에게 또 하나의 다양한 삶이 되어주는 것도 꽤나 재미있는 경험이더라. 익숙한 공간으로 들어온 새로운 이들, 그리고 익숙한 이들이 머무는 새로운 곳에 들어간다는 건 여전히 설레는 일이었다.
자주 오던 카페 손님과 친구가 되고, 더 이상 연락할 일 없을 것 같던 이와 생각보다 자주 보는 사이가 되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일 줄 알았던 사람들과 간간하게 얼굴을 마주하고 있으며, 생각지도 못했던 곳으로부터 내가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진심 어린 응원을 건네받기도 했다. 서로를 알기도 전, 또 다른 나를 먼저 마주했다던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한동안 별 볼일 없는 것처럼 정의됐던 나의 일부가 다시금 빛을 찾아가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놓치지 말라는 말에 얽매어 그 뒤편 그늘에 묻혀버린 새로움을 놓칠 뻔했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어쩌면 그건 익숙함이 아닐 수도 있겠다. 익숙함이라 스스로 되뇌고 싶어 했던 그 무언가를 끝내 놓지 못했던 건 다름 아닌 내 어리석음 때문이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