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촌놈의 국내여행 뿌수기 [서산 편]

온화한 미소를 여행하다

by 이영









'해가 서산에 지다' 라는 말이 있다. 이제 곧 해가 지는 석양이 물드는 때를 일컫는 말이다. 해는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니 보통 시간이 다 지나 곧 마무리한다는 관용적 표현으로 쓰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충남의 서산은 '해가 지는 곳' '마무리되는 곳' '사라지는 곳' 등 일종의 파멸의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다소 억울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서산을 제대로 갔다 와 본 사람이라면 서산만큼 평온하고 온화한 곳이 또 없다는 걸 알게 된다. 감히 나는 서산은 충청도에서 가장 따사로운 미소를 가진 곳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




백제의 미소, 서산마애삼존불

서산 여행은 늘 서산마애삼존불에서 시작한다. 그 이유가 따로 있다. 마애불이란 절벽을 깎아 만든 부처상으로 그중 서산마애삼존불은 한국의 대표적인 마애불이다. 서산마애삼존불은 백제시대의 작품으로 과연 고구려-백제-신라 삼국 중 가장 돌을 잘 다루었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구체적으론 백제 말기 서동요의 주인공인 무왕 7세기 초중엽에 만들어진 곳으로 추정된다. 백제 무왕의 불교진흥책 일환에서 조각된 것으로 보이나 서산이 지리적으로 중국과 가깝다는 점에서 중국 측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마애불은 중국에 대거 분포하고 있다. 단 세 부처의 도상이 다소 낯설다. 일반적으로 정해진 도상순서를 따르지 않아서이다. 비록 중국으로부터 '마애불'이란 개념을 가져오되 백제만의 고유한 양식으로 소화해낸, 당당하게 자랑할 수 있는 백제만의 아주 사랑스러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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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마애삼존불에서 서산 여행을 시작하는 이유는 그 불상의 미소가 너무 편안하고 온화하기 때문이다. 마치 여행 온 나를 어서 오라며 환영해주는 느낌을 받는다. 고고학계의 원로 중 한 분인 김원룡은 서산마애삼존불에 대해 다음과 같은 평을 남겼다.


서산마애삼존불은 가장 백제적인 얼굴을 갖고 있다. 거대한 화강암 위에 양각된 이 삼존불은 그 어느 것을 막론하고 말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인간미 넘치는 미소를 띠고 있다. 본존불의 둥글고 넓은 얼굴의 만족스런 미소는 마음 좋은 친구가 옛 친구를 보고 기뻐하는 것 같고, 그 오른쪽 보살상의 미소도 형용할 수 없이 인간적이다. 나는 이러한 미소를 '백제의 미소'라고 부르기를 제창한다.


이후 '백제의 미소'는 서산마애삼존불의 별칭처럼 하나의 고유명사가 되어버렸다. 심지어 중고등학교 교과서에도 기재되며 입시시험에도 출제되는 정도다. 그만큼 서산마애삼존불이 백제를 대표하는 미소라는 점에 대하여 이견이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난 더 나아가 서산마애삼존불은 충청도의, 아니 한국을 대표하는 미소라고까지 확장하고 싶은 마음이다. 서산마애삼존불의 미소로 환영을 받았으니 이는 분명 좋은 여행의 징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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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화목장

다음 목적지는 개심사다. 서산여행의 시작이 반드시 서산마애삼존불이고 그 다음이 개심사여야 하는 이유도 역시 있다. 만약 서산마애삼존불이 첫 번째 여행지가 아니더라도 서산마애삼존불을 들렀으면 꼭 개심사를 연이어 가기를 추천한다. 서산마애삼존불에서 개심사로 가는 길은 개인적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서산마애삼존불이 있는 용현리에서 개심사가 있는 운산면으로 가려면 삼화목장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삼화목장은 무려 그 면적이 638만 평에 이르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거대한 목장이다. 서부극 영화에서 많이 보던 풍경이 한국 땅에 있다는 이 이질감은 어색하다기보단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기이한 광경이다. 운전을 하다 보면 달려도 달려도 끝나지 않은 이 목장에 혹시나 사고가 날까봐 노심초사하면서도 눈은 계속 창밖을 보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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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질적인 광경은 역시나 인위적으로 조성된 경관이다. 원래는 산지였으나 1969년 한때 박정희의 오른팔이었던 JP, 즉 김종필이 사들여 지금의 목장으로 바꾸어버렸다. 아니 갈아엎어버렸다는 말이 더 적절할 지도 모르겠다. 군부가 몰락하고 이 목장의 주인은 여러 번 바뀌다가 현재는 '농협중앙회 한우개량사업소' 라는 이름으로 우수한 소를 키워내는 일종의 연구소가 되었다. 그러나 아직 사람들에게는 '삼화목장' 내지는 '서산목장'으로 더 각인되어 있다.



마음을 열고 '개심사'

한국에는 수많은 사찰들이 있다보니 '사찰 관광'이라고 했을 때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뻔한 사찰이 아니냐는 기시감이 들 법하다. 그런 사람들에게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절은 개심사다. '마음을 여는 절'이란 이름의 뜻부터 뭔가 정겹다.


백제 말 창건되어 고려-조선을 거치며 여러 차례 중보수된 개심사는 그다지 큰 규모에는 속하지 않은 사찰이다. 오히려 자자한 명성만 듣고 갔다가 생각보다 작은 규모에 멈칫할 수도 있다. 그게 바로 개심사의 매력이다. 넓디 넓은 쾌활함이나 엄숙한 종교적 경건함보다는 소복한 산자리가 아늑하게 감싸고 있는 자리잡음새부터 사찰의 디테일 하나하나가 전부 귀엽고 사랑스럽다. 벚꽃 필 무렵에 가면 벚꽃조차도 사찰을 뒤엎으려고 하지 않고 최소한의 꾸밈으로 개심사 특유의 매력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들어준다. 어디든 벚꽃 놀이를 가면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벚꽃바다로 집중되지만 이곳에선 겹벚꽃과 수들벚꽃은 개심사를 빛내주는 역할을 한다. 친근하고 편안함이 개심사의 컨셉이랄까. 여행의 긴장감이 일순간에 해소되고 나도 모르게 내 마음의 문이 열린다.


개심사에서 가장 눈여겨 봐야 할 것은 절의 범종을 두는 종루의 기둥과 스님들이 참선수행을 하는 심검당의 기둥이다. 이 자체만으로도 개심사의 매력을 독특하다. 일반사찰에선 종루보단 범종이, 스님들의 심검당보다는 부처를 모신 전각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개심사만큼은 어떻게 보면 부차적인 종루의 기둥과 심검당의 기둥이 관광객들의 시선을 확 끈다. '기둥'하면 그 역할이 하중을 바치는 것이기 때문에 곧게 빠진 일직선의 우람한 원기둥을 생각한다. 그러나 개심사의 기둥들은 휘었다. 문자 그대로 뒤틀려있다. 이 특이한 기둥에 어리둥절해지다가 금세 이 묘한 매력에 빠지게 된다. 기둥이 휜 이유는 의도적으로 휜 게 아니라 처음부터 휜 나무를 가져다 썼기 때문이다. 즉 어떠한 인위적 손길이 닿지 않은 목재를 그대로 가져다 썼다. 그럼에도 충분히 몇 백 년 간 건물의 하중을 버티며 기둥의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아름다움이란 한 가지 기준과 양식에 정해져 있는 게 아니며 자연스러움에서 혹은 소탈하고 검박한 생활관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미학의 한 원칙을 새삼 배워간다.


개심사에서 나와 주차장으로 향하면 요기를 할 수 있는 전집들이 즐비해 있다. 벚꽃 필 무렵 개심사를 방문했다면 두릅전을 주문해보자. 메뉴판엔 없지만 마침 갓 두릅을 따왔다며 그 자리에서 구워주시는 정겨움 덕분에 더 맛있는 점심을 해결할 수 있으니.






김밥에 '해미읍성' ㅠㅠ

어쩌면 서산에서 가장 유명하고 사람들의 발길이 가장 많이 닿는 관광지는 해미읍성이 아닐까 한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곳이라는 뜻이다. 해미읍성에서는 놀러온 관광객의 노는 역량(?)만큼 즐길 수 있다. 혼자 왔을 때는 예술가인 척 심취하여 다양한 사진들을 찍어볼 수도 있고, 연인과 함께 오면 손을 잡고 산뜻한 산책을 즐겨볼 수 있고, 가족들과 오면 아이들에게 수준 맞춘 부모님의 설명을 들으며 도란도란한 소풍을 만끽할 수 있고, 친구들과 다같이 오면 다양한 체험, 게임, 밥값 내기 등을 하면서 추억을 쌓을 수도 있다. 무엇이든 해미읍성에 오면 이 모든 유형의 사람들을 다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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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미읍성은 조선 성종 때 만들어진 성으로 원래는 군사적 기능을 위해 축성했다고 한다. 이곳 해미읍성은 충청도의 모든 육군을 관장하는 일종의 충청도 육군사령부, 충청도 병마절도사가 근무하던 곳이기도 했다. 즉 한때 충청도 군부대의 가장 높은 커맨더 센턱 역할을 한 셈이다. 단 얼마 안 있어 이 사령부는 해미읍성을 나와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서 해미읍성의 군사적 기능이 점차 축소되다가 주거기능과 행정기능만 남은 성이 되었다. 일제시대 때는 곳곳이 식민지배를 위한 기관으로 변하였다가 해방 후 1973년에는 거의 모든 건물들이 헐리면서 지금의 공원 형태가 되었다. 이토록 발달된 도시였던 해미읍성에 이제는 사람이 사는 흔적이 거의 없고 전부 박제된 야외전시장의 공간이 된 배경엔 이러한 사연이 있었다. 그러나 일부 남아 있는 건물들은 예전 그 모습이며 무엇보다 읍성을 두르고 있는 성벽의 돌들은 하나 같이 변한 게 없으니 그 오랜 세월의 기억들을 전부 머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훈훈한 곳에 다소 음침한 기운이 감도는 공간이 있다. 해미읍성 이곳저곳을 누비다보면 눈에 띄는 큼지막한 고목이 하나 있다. 고목 자체 주는 스산한 기운도 있지만 100여 년전 실제 이 나무에서 끔찍한 일이 있었다. 1866년 흥선대원군은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천주교 박해 정책을 펼쳤다. 특히나 충청도 지역에 천주교가 많이 퍼져있던터라 충청도의 피해가 대단히 컸다고 한다. 충남 일대에서 잡혀온 천주교 신자들이 해미읍성 내 감옥에 수감되었다. 해미읍성의 감옥만으로 수용이 불가능할 정도였다고 하며, 수 천명의 천주교 신자들이 처형당했는데 이 나무 밑이 바로 처형장이었다. 이러한 사연으로 해미읍성은 현재까지도 천주교인들의 국내 성지 순례지 중 하나이다. 잔혹한 종교탄압으로 억울한 종교인들이 이곳에서 순교하셨지만 지금 해미읍성 옆에 해미순교성지와 성당이 있는 걸 보면 역사란 참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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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에 절 위에 달, '간월암'

첫째날의 마지막 코스는 간월암이다. 간월암은 서산의 부석면에 위치한 남쪽 끝자락의 간월도로 가야한다. 해미에서 차로 약 30분 정도 소요되며 서산시에서는 대중교통을 타고 1시간 조금 안 걸리는 거리에 있다. 간월암은 말 그대로 '달을 바라보는 암자'라는 뜻으로 바다 위에 떠 있는 절이다. 육지에서 절로 갈 수 있는 길이 밀물 때는 바다 아래 잠기기 때문에 썰물 때만 걸어 갈 수 있다. 간월도처럼 육지와 연결된 섬을 육계도라고 하고, 섬과 육지를 이어주되 조수차의 영향을 크게 받는 모래나 자갈 등의 퇴적지형을 육계사주라고 한다. 간월암은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스승 무학대사가 창건한 절로 무학대사가 이 절에서 달 보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무학대사 체험도 해볼 겸 바다 위의 절에서 달을 구경하러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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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지는 모습을 보고 싶어 일부러 서둘러 갔더니 아직 해가 지려면 한 시간 가량 더 기다려야 한다. 바다를 접한 관광지라서 예쁜 카페들이 한 두 곳씩 있다. 이곳에서 책도 읽고 유튜브도 보고 중간중간 유리창 건너 바다도 보면서 시간을 떼운다. 이제 하늘이 조금씩 어둑어둑해지자 간월암으로 향한다. 간월암까지 갈 땐 하늘이 석양에 타면서 붉그스레 하더니 도착할 때 즈음엔 어둡기 직전의 청회색 빛을 띤다. 하늘의 청회색 빛을 받은 바다색은 은은하면서도 그윽한 멋이 있다. 색깔을 바꿔가며 비추는 등대의 인공조명도 동화스러운 이미지에 한 몫 한다. 간월암에 태우며 바람에 가볍게 춤을 추는 촛불들도 분위기에 취하게 만든다. 모든 것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면서 바다 위의 달을 구경하는 재미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낭만적이다. 사람도 그렇게 많지 않아 혼자만의 사색의 공간이 되는 절과 바다와 달. 절대자를 위한 종교적 공간이라기보단 오롯이 나를 위한 공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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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학대사가 이곳 간월도에서 나는 굴로 젓갈을 만들어 태조 이성계에게 진상하였다는 설화도 내려오고 있다. 진위여부에 대해서는 의심 가는 구석이 훨씬 많지만 '어리굴젓'만큼은 충청도의 향토음식이다. 어리굴젓은 짜지 않게 만든 굴젓으로 간월도에서 자연산 굴들이 많이 잡히기 때문에 특히 서산이, 그중에서도 간월도가 유명하다. 보통 굴은 바다바위에 붙어 있는 반면 간월도의 굴은 갯벌에 박혀 있다고 한다. 조수 간만의 차가 심한 서해안 특성상 간월도의 굴들은 바닷물과 햇빛에 반복적으로 숙성되는 것이다.

그래서 간월도에는 수많은 굴식당이 있다. 그중 '간월도울엄마양굴밥집'에 들러 영양굴밥을 시켜 먹는다. 굴밥 하나 시켰을 뿐인데 찬으로 뭐가 이렇게 많은 굴 요리들이 나오는지 놀랍다. 그중에서도 하이라이트는 역시 어리굴젓이다. 주인공은 영양굴밥이지만 조연이 더 돋보이는 상이다. 한 끼 먹고 어둑한 밤 숙소로 돌아가기에 아주 적절한 저녁이었다.






바다의 흑기사 '우럭'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부시시한 눈을 겨우 뜨며 삼길포항을 가는 차를 탄다. 삼길포항은 서산의 북쪽, 당진과 붙어 있는 곳으로 어제 저녁 여행을 마무리한 간월도와는 완전히 반대편에 있다. 이곳 삼길포항에서는 아주 진기한 구경을 할 수 있다. 삼길포항에 가면 작은 어선들이 양옆으로 쭉 정박해 있고 배마다 어부 부부들이 그 자리에서 회를 팔고 있다. 값을 지불하면 그 자리에서 살아 있는 생선을 바로 회쳐준다. 회를 먹을 수 있는 항구야 많다지만 이토록 현장에서 회 뜨는 구경을 하고 방금 잡힌 활어를 맛볼 수 있는 곳은 그렇게 많지 않다. 선상시장인 셈이다. 그래서인지 아침 일찍임에도 회를 사러 온 사람들이 인산인해다. 그중에서도 메인은 바로 우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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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럭은 일반 횟집에서도 쉽게 맛볼 수 있는 생선이다. 자연산도 많이 잡히고 양식의 규모도 큰 편이라고 한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서는 우럭을 '검어' 라고 표현했는데, 이름에서 유추 가능하듯 우럭의 검은 피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갑옷이라고 부를 만큼 새까만 검은 비늘이 찰랑거리고 등위의 갈퀴도 매섭게 생겼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우럭을 '바다의 흑기사'라고도 부른다. 회를 먹고 싶지만 가격이 다소 부담스러울 때 먹을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찰떡 같은 별명이 아닌가! (어떤 분들은 가을이 더 맛있다고도 하지만) 우럭은 봄철이 가장 맛있다고 한다. 봄철에는 우럭이 주로 서해안 일대에 분포하고 있어서 언젠가부터 서산의 특산물이 되었다. 삼길포항에서는 자연산과 양식 모두 살 수 있으며 1kg에 15000~2000원 정도로 구매할 수 있다. 이때 카드를 내미는 우를 범하지 말자. 그리고 갈매기 똥 조심하자.


우럭의 피부는 까무잡잡한 반면 피부속은 또 새하얗다. 식감은 정말 예술이다. 회를 사고나서는 근처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함께 먹는다. 아침에 컵라면과 우럭회의 조화는 정말 일품이다. 꼭 추천하고 싶은 궁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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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내로 돌아온다. '은우카페'라는 예쁜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면서 소화도 시키고 잠시 쉰 다음 대망의 우럭젓국을 먹으러 간다. 우럭젓국은 우럭이 특산물인 서산, 당진 근처의 향토음식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한 음식은 아니지만 이 지역 사람들은 너무나도 친숙한 요리다. 우럭젓국은 우럭포로 끓인 찌개인데 진짜 우럭을 먹을 줄 아는 사람들은 우럭회보다는 우럭포를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니 맛은 보장된 것이다. 짭쪼름하면서도 국물맛이 깊어 해장국으로도 딱이다. 하얀 맑은 국물이 내 몸 전체를 정화해주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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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동부전통시장에 가면 서산의 명물인 우럭포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우럭포와 함께 또 다른 서산의 특산물 달래와 냉이, 마늘 등의 식물 식품들이 많은 것 또한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서산의 흙이 그만큼 식물이 잘 나라기에 좋다는 뜻이라고도 한다. 이중 냉이는 봄철 제철야채이다. 여러 모로 서산은 봄과 관련이 깊다. 서산을 대표하는 절 개심사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도 벚꽃이 피는 봄이고, 가족들과 함께 해미읍성에 소풍오기 가장 좋은 계절도 봄이고, 우럭이 가장 맛있다는 시즌도 봄이다. 서산은 서산마애삼존불의 미소처럼 봄의 화사함을 안고 있는 곳이다. 서산을 제대로 여행해본 사람이라면 서산은 석양이 진다는 쇠잔한 느낌보단 파릇파릇한 서정이 더 어울리다는 것을 느끼리라 확신한다.


◆ 여행의 재미를 더 깊이! 여행지와 어울리는 책 추천

- 안대근 <웃음이 예쁘고 마음이 근사한 사람>

이 책은 전문작가가 아닌 인스타그램에서 감성글귀로 유명한 안대근 작가의 글들을 모아 엮은 책입니다. SNS 글귀들인 만큼 어체가 전부 SNS 용인데, 마치 시 같기도 하고 짧은 산문 같기도 합니다. SNS가 새로운 세대의 소통창구가 되면서 글과 문학의 장르가 더 확장되는 느낌을 받는데 우리가 익숙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다는 점에서, 그리고 SNS에서 보면 흔한 글을 책으로 본다는 점에서 새롭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비록 일부 글들은 낯간지럽고 저 같은 ENFP 사람들은 공감 못할 부분들도 있지만 그저 글로 위로를 받는다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책입니다.


◆ 여행의 재미를 더 깊이! 여행지와 어울리는 영화 추천

- 스티븐 크보스키 감독의 <원더>

선천적으로 안면장애를 갖고 태어난 소년 '어기'와 그의 가족을 다룬 영화입니다. 개봉된지 어느덧 몇 년이 지나서 인기는 시들시들해졌지만 개봉 당시만 해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던 영화였습니다. 이런 류의 영화들을 보면 다소 비윤리적이거나 대상에 대한 배려심 없는 시선으로 비춰지는 영화들이 종종 있습니다. 예컨대 한없이 우울하고 비극적으로 그리는 식으로 말이죠. 그런데 <원더>는 영화 전체에 동화적이고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기운이 감싸고 있어서 영화를 다 보고 나면 흐뭇해지는 감정만 남는 밝은 영화입니다. 몇 개의 챕터를 나누어 단순히 '어기'만을 다루지 않고 그 주변 사람들 예컨대 부모님, 누나, 친구들의 관점까지 보여주며 영화 속 캐릭터들을 모두 소중히 여겨줄 줄 알죠. '미소'와 더없이 잘 어울린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