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주인공 노라는 파혼, 해고, 키우던 고양이의 죽음, 가족에 대한 애정 결핍 등으로 삶의 희망을 잃는다. 그래서 죽기로 결심한다. 그녀는 삶과 죽음의 중간지대. 끝이 보이지 않는 자정의 도서관에서 눈을 뜬다. 그곳에서 중학교 때 사서인 엘름 부인을 만난다. 도서관에 꽂힌 책을 펼치면 그녀가 인생에서 다른 선택을 했다면 살아볼 수 있는 인생을 경험해 볼 수 있다. 그중 진심으로 살고 싶었던 삶을 만나면 그녀는 거기서 살 수 있게 되고, 선택한 삶에 실망하면 다시 자정의 도서관으로 돌아오게 된다.
- 어떤 인생이든 불행은 있다.
슬픔이 없는 삶은 없다는 걸 이해하면 사는 게 훨씬 쉬워질 거예요. 슬픔은 본질적으로 행복의 일부라는 사실도요. 슬픔 없이 행복을 얻을 수는 없어요. p.258
그녀가 살아보지 못했던 인생 중 가장 먼저 선택한 건 파혼했던 댄과 다시 만나는 인생이었다. 하지만 그토록 그리웠던 댄과의 결혼 생활에서도 큰 실망감을 느끼게 된다. 죽었던 고양이를 다시 만나게 되는 인생도, 유명해져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강연하는 성공한 인생에서도,
빙하 학자의 삶, 노래하는 삶, 엄마가 된 삶을 선택했을 때도.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삶에서도 막상 살아보면 내가 이룬 것이 아닌 껍데기 행복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여러 삶을 경험하면서 노라는 자신이 선택하지 못했던 인생에도 늘 다른 불행은 있음을 깨닫게 된다.
글을 읽으며 내게도 되돌리고 싶은 선택이 있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어릴 적 피아노를 계속 쳤더라면
전학을 가지 않았더라면
대학에서 다른 공부를 했더라면
이 남자와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아이를 낳지 않았더라면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있을까?
그 인생은 지금보다 나았을까?
정답은 없다. 선택은 할 수 있지만 책임지는 건 늘 나여야 한다.
- 관점의 변화
중요한 것은 무엇을 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보느냐이다. - 헨리 소로
살다 보면 지치는 시기가 온다. (어쩌면 나에겐 지금일지도)
살면 살수록 왜 더 힘들어지는 것 같지? 라는 물음이 나를 더 작고 초라하게 만든다. 나는 점점 무기력해 진다.
온갖 안 좋은 일 내게만 벌어지고 남들은 아무 일 없이 잘 살아간다. 그런 어둠이 짙게 깔렸을 때 이 책을 만났다.
결국 그녀는 죽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본래의 삶이 그토록 원하는 살고 싶었던 인생이 된다. 어쩌면 뻔한 스토리로 보이지만 풍성한 이야기 덕에 돌고 돌아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나는 어리석게도 내게 주어진 것들을 축복으로 여기지 못했다. 사실 책을 읽고 나서도 온전히 받아들이지는 못했다. 오늘 하루는 여전히 내겐 버겁다. 하지만 짙게 깔린 안갯속에서 한 걸음 나아가는 용기를 주는 책이었다.
- 그저 내 인생을 살자
인생은 이해하는 게 아니야.
그냥 사는 거야 p. 399
엘름 부인이 노라에게 어떤 게 좋은 삶인지 알려주지 않듯이 살아봐야만 배울 수 있는 인생. 우리는 살아볼 수 있는 그 기회를 얻었다.
살다 보면 자꾸 잊어버린다. 지금 내 삶을 숨 쉬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가치 있는 삶이라는 것을.
결국 노라는 ‘나는 살아 있다.’라는 간단한 문장을 제 손으로 꾹꾹 눌러 적으며 다시 살게 된다. 400페이지 가까운 긴 소설이 내게 준 한 문장. 나는 살아 있다.
우리는 한 사람이면 되고,
한 존재이면 된다는 것.
누군가를 위한 삶이 아닌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내 삶에 집중했을 때 비로소 내 삶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나를, 그리고 우리를 향해 깊은 울림을 주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