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앞으로 나갈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하루하루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아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나마 종이 위에 끄적끄적
흔적을 남기며 잡아 두지 않으면
어느새 저 멀리 기억에서 멀어져 있었다.
봄이 되면 식물을 키워야겠다는 다짐도
여름에 닭구이에 발 담글 계곡도
가을에 도전해 보고 싶었던 산 이름도
겨울이 되면 실컷 눈구경을 하고 싶었던 동화 나라도.
다음 주 아이와 함께 보고 싶었던 뮤지컬조차도
어느새 코 앞으로 다가와 좋은 자리는 다 놓치고
똑같은 값으로 저 뒤에서 개미만 한 모습으로 구경하게 생겼다.
넘쳐나는 정보 가득한 세상에
나는 중요한 것을 골라 나머지를 쳐내는 능력이 없다.
언젠가는 다 내게 필요할 것 같기 때문이다.
놓치는 것이 많고 허둥대다 꼭 중요한 것을 놓치고
후회하는 엄마라 아이에게 또 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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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처음 만났을 때의 기분
남편과 결혼을 약속하던 순간.
심장이 터질 정도로 억울하던 날.
기쁨이 배가 되던 나날들.
사진이나 영상, 내 기억 속 편집들로 흩어진 조각들.
남겨두고 간직해야 했던 순간들.
놓치고 지나가면
열심히 아등바등 살아가지만 자꾸만 지치는 순간들이 온다.
결국 돌아오는 건
그게 니 운명이야. 받아 들여.라는 말뿐.
내 운명을 그대로 진짜 받아들이는 날엔
나는 진정 행복해지는 걸까?
오늘도 저 문구를 잊지 않기 위해 이 글을 쓰고 남기고
절대 잊지 말라고 나를 향해 소리치고 있는 건가.
지친 나를 다독여줄
기억해야 하는 순간들을 모아둬야 한다.
오늘. 당신이 기억하고 싶은 순간은 무엇인가요?